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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세' 공적자금으로 돈잔치를?

'혈세' 공적자금으로 돈잔치를?

악덕 기업주·금융기관 배불린 공적자금 정책, 총체적 부실운영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조성된 157조원의 공적자금이 부도덕한 악덕 기업주와 금융가들의 배를 불린 것으로 밝혀졌다.

또 “공적자금의 70% 이상은 반드시 회수되며 국민 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정부의 다짐과는 달리 157조원 중 절반이 넘는 70조원 가량은 회수가 불가능해 국민의 혈세로 떠 안아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월29일 감사원은 온 국민을 충격 속에 빠져들게 했다. 외환위기 이후 지난 10월말까지 총157조8,000억원이 조성된 공적자금의 운영실태를 감사한 결과 공적자금이 투입된 부실 금융기관 및 기업의 대표ㆍ임직원 5,281명이 당국의 재산 추적을 피하기 위해 7조1,545억원의 재산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또 “6조209억원의 공적자금이 자산ㆍ부채 실사 잘못 등으로 엉뚱한 곳에 지원, 낭비됐으며 최소 30조원은 회수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발표했다.


70조원 회수 불가능, 주범은 정부

감사원의 공적자금 특감 결과는 ‘눈 먼 돈’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던 공적자금이 조성-집행-사후 관리 등 처음부터 끝까지 총체적 난맥 속에서 부실운영되어 왔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그동안 ‘공적자금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방만한 운영 실태가 드러남으로써 명확한 책임 규명과 함께 관리체제의 대수술이 불가피해졌다.

감사원이 공무원 책임 부분에 대해 은근슬쩍 넘어갔지만 국민적 비난여론이 거세지자 김대중 대통령은 책임질 사람은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감사원 지적사항을 꼼꼼히 따져보면 공적자금 부실운영의 주범은 결국 정부와 관련 공무원이라는 점이 명확해진다. 감사원에 따르면 1차 공적자금(64조원)이 조성된 지 2년 뒤인 2000년 5월 대우 사태가 터지면서 금융권에서는 30조원 가량의 추가 공적자금 조성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하지만 정치권의 눈치를 본 재정경제부는 “회수자금 등으로 자체 충당이 가능하다. 공적자금의 추가 조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재경부는 불과 4개월 뒤 당초예상액보다 20조원이나 늘어난 50조원의 공적자금 추가조성을 발표해야 했다.

준정부기관이나 다름없는 예금보험공사도 난맥상을 거듭했다. 1998년 9월 10조원의 예금보험기금채권을 발행하면서 책정한 채권이자 하한선은 10%. 그해 상반기 시장평균금리(15.4%)를 감안한 것이었다.

하지만 올 9월말까지 시장평균금리는 8.3%까지 떨어지며 지금까지4,400억원의 이자를 더부담해야 했다. 자산관리공사 역시 여유자금이 충분한데도 굳이 고금리 자금을 차입하는 비상식적인 자금운용으로 1,612억원을 이자비용으로 낭비했다.

이밖에도 정부는 예금자 보호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실적배당 신탁상품에 4조4,158억원을 지원했으며, 97년 12월에는 조합원간의 상호부조 목적으로 설립된 신용협동조합 예금을 보호대상에 포함시켜 183개부실 신용협동조합의 예금(출자금 포함)에 대해 1조9,500억원을 대지급 해야 했다.


은행임원, 임금인상에 골프까지

한편 공적자금이 엉뚱한 곳으로 새어 나가던 그순간 부실 금융기관과 부실 기업에서는 잔치가 벌어지고 있었다.

감사원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들이 98년부터 2000년까지 임원 보수를 평균82% 인상하고 업무추진비도 과도하게 집행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이 기간 중 조흥은행은 임원들의 보수를 136%나 올렸고, 서울은행과 대한투신도 각각 129%와 125%씩 올렸다. 또 한빛은행은 75%, 한국투신은 74%, 경남은행과 외환은행은 각각 65%와 61%씩 임원보수를 인상했다.

또 한빛은행은 업무추진비를 당초 계획보다 178억3,600만원이나 초과해 집행했고, 광주은행은 79억6,400만원, 평화은행 37억1,600만원, 제주은행과 조흥은행은 각각 16억3,900만원과 11억6,400만원을 과도하게 집행했다.

또15개 부실금융기관 파산관재인 47명은 재단 소유 골프회원권으로 3년 여간 272차례에 걸쳐 업무와 무관하게 근무시간에 골프를 즐겼다.

더욱 심각한 것은 흥청망청 써버린 공적자금의 망령이 내년부터 국민의 혈세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이다.

감사원은 부실 금융기관 출연과 예금 대지급에 사용된 38조7,730억원 공적자금 중 8조원만 회수 가능하다며 공적자금 중 30조원은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인정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공적자금의 회수 불가능으로 국민들이 재정을 통해 떠안게 될 총 규모는 공적자금의 50%가 넘는 7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손실된 공적자금, 세금으로 충당

감사원 발표 이전에도 박승 공적자금관리위원장 등을 비롯한 대부분의 정부 관계자들도 사석에서는 공적자금의 50% 이상이 회수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해 왔다.

박 위원장은 이미 “공적자금 중 50% 가량(약70조원)은 회수가 불가능할 것이며,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가 함께 부담을 떠 안아야 한다”고 밝혔다.

재정경제부 관료 출신인 한나라당 임태희(任太熙) 의원 역시 재경부와 예금보험공사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6월말 현재 투입된 137조5,000억원중 52.4%인 72조1,000억원은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임 의원은 “정부는 부실금융기관 출자금을 증시에 내다 팔면 원리금 상환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금융기관 출자에 투입된 53조원을 전액 회수하려면 주가가 지금보다 10배는 뛰어야 한다”고 밝혔다.

감사원 역시 “금융기관 출자액 중 44조2,020억원은 증시침체 등으로 적기회수에 차질이 우려된다”며 손실가능성을 인정했다.

이에따라 정부의 방만한 운영 때문에 회수가 불가능한 70조원의 공적자금은 결국 국민부담으로 떨어지게 됐다. 진념 경제부총리도 11월30일 기자간담회에서 “2002년상반기까 정확한 공적자금 손실규모를 산정, 손실을 어떻게 메워야 할 지를 결정하겠다”며 공적자금 손실의 최종 책임은 국민이 져야 할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조철환 경제부기자 chcho@hk.co.kr

입력시간 2001/12/06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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