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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민들 쪽박 깬 해양수산부

어민들 쪽박 깬 해양수산부

민간교류로 개척한 해외 대체어장, 협상 맡아 '혹'만 붙어

‘산넘어 산’이라는 말은 요즘 우리 수산업계와 해양수산부에 딱 어울린다.

해양수산부는 러시아와 일본으로부터 왕따를 당해 허둥대고 있다. 잇따라 어장을 잃고 있는 어민들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가고 국민들은 비싼 수산물을 먹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수산업이 삼각파도를 맞은 꼴이다.


일ㆍ러, 한국 어획쿼터량 축소

우리나라의 주된 꽁치어장인 남쿠릴열도에 대한 꽁치조업이 금지된데 이어 오호츠크해에서 명태잡이 마저 중단될 전망이다. 게다가 내년도 입어조건을 논의하기 위한 한ㆍ일 수산당국자 회담이 해결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11월 27일부터 3일 동안 서울에서 열린 제5차 수산당국 회담에서 양국은 '내년 1월1일부터 조업 개시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원칙만 확인한 채 조업 척수, 어획 할당량, 입어 절차 등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큰 견해차만 확인했다.

양국은 일본측 산리쿠 수역의 한국 어선 꽁치잡이 재개에 대해서도 결론을 내지 못해 내년 조업여부도 불투명하다.

일본은 또 한국의 어획쿼터를 올해 10만9,000톤에서 내년에는 8만톤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입장인데다 어구 등에 의한 해상 오염 가능성이 큰 오징어 장어 홍게잡이 자망ㆍ통발업종의 조업을 전면금지 하겠다는 방침을 통보해 99년 일본 수역내에서의 명태 대게잡이 금지 조치에 이어 관련 수산업종에큰 타격이 예상된다.

러시아는 이미 수산자원보호를 위해 내년부터 외국인들의 오호츠크해 수역의 명태잡이(올 정부쿼터량 1만톤) 조업을 전면 금지시키겠다고 통보했고, 오호츠크해 인근 베링해 수역에서도 명태의 정부 쿼터량(올 2만5,000톤)을 50%가량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 명태어획량의 95%를 차지하는 러시아 수역에서의 올해 수준의 정부 쿼터량(3만5,000톤)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남쿠릴 열도에서의 우리 꽁치어선 조업 금지에 따른 직접적인 피해액만 350억원에 이르고 가격상승 등을 포함하면 1,000억원이 넘는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게다가 남쿠릴열도 조업문제가 제기되면서 9,000톤의 어획량이 책정됐던 올해 러시아측 산리쿠수역의 꽁치잡이도 무산됐다.

해양수산부는 이 같은 상황을 대체어장 개발과 민간쿼터 증대 등으로 수급에는 지장이 없도록 한다는 입장이지만 정부 뜻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대체어장의 경제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데다 줄어든 정부 쿼터량을 늘려 충당한다는 방침도 민간입어료의 상향조정이 불가피해 명태 등의 값 인상이 우려된다.

러시아가 민간쿼터를 늘린 것도 국제입찰을 통한 입어료 인상 효과를 노렸을 것임은 미루어 짐작이 된다.


입어조건만 까다롭게 만든 정부

한ㆍ일어업협정으로 대부분의 오징어 황금어장을 잃은 경북 동해안 어민들이 자구책으로 개척한 러시아 어장의 실상을 보면 이는 확연해진다.

결론부터 말하면 러시아 오징어 어장은 개척 3년만에 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 새로운 대체 어장으로서의 기대가 무너지고 있다.

한ㆍ일어업협정 발효는 경북 동해안 어민뿐만 아니라 전국의 어민들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특히 130여척의 오징어 채낚기 어선과 저자망어선 50여척 등의 위판수수료로 운영되어온 영일수협은 어선들의 출어중단 사태로 존폐위기에 놓이자 새로운 대체어장 개발이라는 막다른 기로에 서게 되었다.

영일수협 김삼만 조합장은 고민끝에 생각해낸 게 러시아어장 개척이었다. 수자원이 풍부한 러시아해역은 구룡포에서 뱃길로 3~4일이 소요되는 비교적 가까운 거리인데다 오징어 어장이 곳곳에 형성되어있고 러시아 당국이 대게나 다른 어종에 대해 쿼터제를 적용, 어자원보호를 강화하고 있는 반면 오징어에 대해서는 특별한 규제를 하지 않는 장점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민간교류차원에서 러시아를 오고가기를 수차례 한 끝에 김 조합장은 해외어장진출에 필요한 우리정부의 각종규제를 완화시키고 러시아로부터 어업허가 신청서를 받아내 국내에서는 최초로 블라디보스토크 근해에서 오징어를 잡는 해외조업의 길을 열었다.

구룡포항 소속의 오징어 채낚기어선 40여척은 척당 1,000만원이 드는 출어경비를 영일수협과 정부의 지원을 받아 두달간 첫조업을 벌여 어민들에게 큰 희망을 심어 주었다.

그러나 2000년 2차 협상에서 상황이 바뀌었다. 해양수산부가 맡아한 2차협상은 러시아측이 우리어민들의 해외어장개척 성과가 좋자 1차때보다 톤당 100달러 더많은 250달러의 입어료와 러시아측의 감독관과 통역사(2명 한달급여가 한화로 2,000여만원 ) 수를 5척당 1명으로, 어획 쿼터량까지 대폭 감소시키는 조건 등 과다하게 요구해 결렬됐다.

당시 구룡포항의 어민들은 빈사상태에서 어민들이 자구책으로 개척한 해외어장을 정부가 맡아 오히려 민간차원때보다 더 까다로운 입어조건만 달게 해 어민출어경비만 더높이는 바람에 출어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수협중앙회와 정부가 공동으로 나선 2001년 6월 3차 한ㆍ러 입어협상은 어선 8척당 감독관 1명 조업기간은 6월20일부터 9월30일까지, 입어료는 톤당 55달러, 어획량은 5,000톤, 조업구역은 연해주근해 러시아 경제수역내로 최종 합의되어 전국에서 해외조업을 희망한 오징어 채낚기어선 70여척이 만선의 꿈을 안고 지난 6월 중순 출어했다.


선진조업 기술 등 보완책 서둘러야

그러나 조업해역의 사전정보미흡과 열악한 장비 등으로 인해 척당 출어경비 1,700여만원을 낸 우리 어선들은 조업해역의 냉수대 현상으로 오징어 어군이 형성되지 않아 만선의 꿈은 좌절됐다.

7월5일 구룡포항을 출발한 107 화진호(100톤급)는 조업해역에 형성된 냉수대로 오징어 어군이 형성되지않아 수일을 찾아 헤매다 만선도 못한채 29일만에 귀항해 오징어를 위판했으나 이것저것 뗴고 손에 남는 것은 수백만원밖에 없었다며 허탈해 했다.

김삼만 영일수협조합장은 지속적인 러시아어장에서의 조업을 위해서는 안정된 국내 오징어가격, 일본채 낚기 어선들의 불법조업에 대한 러시아당국의 철저한 단속, 우리 어선들의 선진조업기술 등이 선행되어야 가깝고도 먼 러시아 어장이 우리 어민들에게 희망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설명> 빈사상태에 빠진 수산업계가 해외 대체어장 개발 등으로 자구책 마련에 나섰지만 정부의 허술한 대책으로 손해를 보는등 시름만 쌓여가고 있다. <이성덕/사진부 기자>

이정훈 사회부기자 junghunlee@hk.co.kr

입력시간 2001/12/07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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