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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현의 영화세상] 왜? 이번에는 판타지 영화인가

[이대현의 영화세상] 왜? 이번에는 판타지 영화인가

조폭영화가 유행처럼 지나간 자리에 판타지 영화 열풍이 불고있다.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감독 크리스 콜럼버스)이 미국과 유럽을 뒤흔들고, 그 여세를 몰아 외화로는 오랜만에 우리 극장가를 술렁이게 하고, ‘화산고’(감독 김태균)가 앞서 조폭영화로 한참 웃었던 관객들을 신나는 환상의 액션세계로 몰아가고 있다.

‘해리 포터…’의 선배 격인 ‘반지의 제왕’도 뒤를 잇는다. 월트 디즈니는 3차원 컴퓨터 애니메이션 ‘몬스터주식회사’로 괴물들의 세상을 이야기한다.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올해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인 ‘멀홀랜드 드라이브’도 현실과 경계가 모호한 억압과 욕망의 세계로 여행을 한다.

조폭영화는 현실이다. 조폭은 액션의 본질이다. 할리우드의 마피아나, 일본의 야쿠자, 제3세계의 테러리스트가 영화의 중요한 소재인 이유이다. 그들은 불법의 존재들이다.

그러나 영화는 바로 그 ‘불법’이란 사실에 주목한다. 영화는 그들 스스로의 종말을 통해 ‘악’에대한 응징이란 도덕적 당위성으로 관객을 위로하기도 한다.

그러나 보다 더 큰 노림수는 불법적인 존재들을 통해 합법적인 불법을 공격함으로써 비뚤어진 세상을 영화에서 나마 통쾌하게 깨부수어 대리만족을 시켜주자는 것이다.

이같은 의도는 세상에 부조리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것을 바로잡는 합법이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느끼면 느낄수록 더욱 강력한 소구력을 발휘한다.

‘친구’는 무너진 의리와 우정을 조폭들의 세계에서 향수처럼 찾았고, ‘조폭마누라’는 성차별에 대한 전복을 여자 조폭을 통해 통쾌하게 뒤집었다.

‘달마야 놀자’는 불교의 철학적 가르침과 조폭의 밑바닥 정서의 교류를 통해 ‘타인에 대한 이해와사랑’이란 가치를 강조한다. ‘두사부일체’는 가장 무식한 존재방식으로 사학의 비리에 칼을 들이댄다. 이럴 때 조폭의 폭력은 가장 직접적이며 효과적으로 관객의 불만을 해소시켜 준다.

그렇다면 판타지는 뭔가. 현실에서 도저히 불가능한 상상이나 욕망, 공포를 체험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가장 영화의 본질에 가깝다.

영화는 처음 현실을 담는 다큐멘터리로 출발했지만, 궁극적 판타지의 세계였다. 일종의 대리체험과 만족. 이는 분명 현실을 비틀거나 전복하는 조폭영화와는 다르다.

판타지 영화는 현실 도피적이다. ‘우리가 정말로 알지못하는 세계, 그렇지만 실재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지 않은 세계에 관한 것이라는 점에서 무의식의 표현이다. 우리가 억압하는 영역인 무의식과 꿈의 세계를 가장 쉽게 반영한다’(수잔 헤이워드 지음, 이영기 옮김의 ‘영화사전’에서).

물론 그 무의식도 욕망이다. 욕망이 단순하지 않듯 판타지도 그렇게 동화처럼 단순하지는 않다.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에서 마법의 세계는 단순히 인간의 힘으로 불가능한 마법의 세계에 대한 동경이 아니다. 그속에는 현실에서 상실한 모성애에 대한 간절함이 있다.

‘화산고’의 무림세계 같은 액션은 비현실적인 초능력을 가진 강한 남성에 대한 선망이 깔려있으며, ‘멀홀랜드 드라이버’에서는 초라한 현실을 뒤집으려는 단역배우의 욕망이 복잡한 심리가상 세계로 드러난다.

판타지 영화는 현실의 상황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현실이 비교적 편안하면 웃음과 로맨스의 가벼운 판타지를 즐긴다.

그러나 현실이 초라할수록, 현실에 위기감이 클수록 판타지 영화는 훨씬 더 불가능의 세계, 현실과 다른 화려한 세계로 들어가고 관객들은 빠져든다.

미국 경제대공황기인 1930년대 더글라스 페어뱅크스 주연의 ‘바그다드의 도적’, 월트 디즈니의 ‘백설공주’가 위대한 판타지 영화로 남은 것도 이 때문이다. 가난하고 삶이 각박해진 ‘피터 이베트슨’ ‘나이트 라이프 오브갓’속의 호화로운 판타지로 망각과 대리만족을 추구했다.

조폭영화에 이은 판타지 영화의 열풍. 비록 현실풍자와 도피라는 다른 세계를 지향하지만 결국 그 뿌리는 불안하고 고단한 현실에 대한 불만의 표현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지금 그렇다는 얘기일 것이다.

입력시간 2001/12/07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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