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 아라파트는 빈 라덴인가?

911 테러 대참사 주범으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의 추적이 막바지에 이른 12월 7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야세르 아라파트 수반은 이스라엘 텔레비전에 나와 절규하듯 말했다.

“당신네 지도자(아리엘샤론 총리 지칭)는 나를 빈 라덴 이라고 합디다. 팔레스타인 정부는 탈레반이고. 그래 내가 빈 라덴이요?” 지난 8월 71세를 넘긴 약간 중풍기를 가진 이 투사는 그의 집무실 근처를 공습한 이스라엘에 대해 분노하면서 말했다.

그러나 미국이 요구한 30명의 테러 용의자 중 17명을 체포한 그는 “미국은 너무 이스라엘을 편들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을 주축으로 한 미국의 중동정책에 대해 친 이스라엘파니, 친 PLO(팔레스타인해방기구)파니 하고 주류 언론과 학계가 갈려져 있는 것은 현실이다.

친 이스라엘파라 불리는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마스 프리드먼(‘베이루트에서 이스탄불까지’의 저자),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찰스 크라스해머(1987 풀리쳐 논설부문 수상자)는 샤론총리의 아라파트에 대한 발언은 잘못 된 것이다고 지적했다.

프리드먼은 이스라엘이 12월 1일 발생한 하마스 대원의 자살테러를 팔레스타인인들의 이스라엘에 대한 항쟁인 ‘2차 인티파다’(1차는 1987년부터 1993년 오슬로 협정까지 지속)로 추적하는 것은 잘못이다고 지적했다.

최근 이스라엘 갤럽조사는 1948년 건국후 처음으로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의 독립국가 건설을 60%이상이 찬성한 것으로 나타난 것은 인티파다의 필요성을 약화하거나 소멸시킨다는것. 그런 판에 팔레스타인 수반을 테러분자로 모는 것은 중동전체에 또하나의 불씨를 던진다는 것이다.

프리드먼은 샤론총리와 아라파트 수반과 함께 하마스의 이번 자살테러를 축소시켜 나가야 한다고 결론 짓고 있다.

이에 덧붙여 친 이스라엘 칼럼니스트중 가장 보수적인 워싱턴포스트의 크라스해머는 샤론 총리의 이번 ‘테러와의 전쟁’이 정치적인 전략이나 정략이 아닌 폭탄 희생자에 대한애도를 담은 상징적인 것이 되기를 바랬다.

1993년 오슬로 협정으로 모처럼 찾아온 이스라엘과 아랍간의 상호인정, 미국 클린턴 중동정책의 8년간의 노력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서도 샤론은 아라파트를 제거할 상대가 아니라 도와줄 상대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런 두 친 이스라엘 논객의 논리에 회의적이고 부정적인 현상이 ‘서울에서 일고 있다. 911 대참사 직전에 나온 중동에 관한 책들이 베스트 셀러 대열에 들어서고 있는 점이다. 마샤르 체츠공과 대학 언어학 석좌교수로 있는 73세인 노암 촘스키의 붐이 일어난 것이다.

특이한 것은 촘스키 박사가 83년에 내고 99년에 개정한 ‘숙명의 트라이 앵글’이 지난 7월 번역 출간된후 교보문고에서 11월 2주 사회과학 부문 베스트셀러 5위, 11월4주 8위를 기록했다.

또 사회과학 부문에서 많이 찾는 책중 6위다. ‘미국-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3각축을 다룬 900쪽짜리 책은 딱딱하고 지루하고 너무 세밀한데도 관심도가 높다.

이어 또하나의 이변은 미국 컬럼비아 대학 비교영문학 석좌 교수인 66세인 에드워드사이드의 ‘도전받는 오리엔탈리즘’이 11월 출판되자마자 사회과학 부문 1위, 지난주에는 2위에 올랐다. 촘스키 책이 어려운데 비해 사이드 박사의 것은 그가 대상으로 쓴 컬럼집이고 내용이 911 테러 전후의 것이어서 인지 읽기가 쉽고 직설적이다.

두 사람은 친 팔레스타인계로 불리는 학자다. 촘스키 박사는 이미 60년대 베트남전쟁을 둘러싸고 미국의 대외정책, 그리고 미국의 뉴욕타임스 등 주류언론들의 행태에 대해 비판적인 학자로 이름이 나 있다.

그는 러시아에서 온 히브리어 연구학자 부모의 아들인 유대인이지만 이스라엘을 히틀러의 제3제국과 그 정치수법이 무척 닮은 나라로 생각하고 있다.

사이드 박사는 예루살렘에서 태어난 팔레스타인 사람이다. 카이로의 영국 식민지고등학교인 명문 빅토리아에 다니다가 ‘문제아’로 퇴학당해 하버드대에서 영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78년에 ‘오리엔탈리즘’이란 베스트셀러를 써 명성을 얻었다. 그 자신 미국 시민이면서 팔레스타인인인 그는 80년대 이스라엘과 평화협상때 이집트 추천 대표였다.

촘스키, 사이드 두 박사는 미국의 중동정책은 이스라엘을 기지로 중동의 석유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제일 목적임에 동의한다.

또한 실제로 팔레스타인인들이 처하고 있는 현실을 미국의 국가이익, 시온주의자들의 로비, 미국주류언론들의 현실무시나 자체검열에 의해 실상 알려지지 않은데도 의견이 같다.

두 박사가 내 놓는 ‘대안은 약간의 차이가있으나 팔레스타인을 독립국가로 하든 이스라엘과 연방국가로 하든 이슬람이나 유대교를 떠난 시민문명국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를 위해서는 이스라엘이 독립될 팔레스타인을 “영토가 작고 무장할수도 없으며 가난하고 이스라엘의 지배를 받는 국가’로 생각 하는 한 테러나 인티파다는 계속될 것이라는 것을 예견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미국도 이스라엘이 지배하는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에 동의할 때 ‘중동 화약고’는 계속 존재할 것이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박용배 언론인

입력시간 2001/12/11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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