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가슴속에 영원히 살아계신 큰 스님

■ 성철 스님 -시봉 이야기
(원택 지음/김영사 펴냄)

“스님! 집에 불 들어갑니다. 어서 나오십시오.”

다비를 지켜보던 스님들은 일제히 이렇게 목이 터져라 세 번을 외쳤다. 마지막으로 스님을 보내는 대중들의 관행적인 외침이다. 참았던 눈물이 또 주르르 흘렀다. 불길은 하늘로 치솟고 운집한 수많은 대중들은 누구랄 것도 없이 참았던 울음을 함께 터뜨렸다.(본문 중에서)

1993년 11월10일. 40년간 누더기 옷만 입었던 성철(속명 이영주) 스님은 노란 국화꽃으로 장식된 화사한 법구차에 실려 연꽃 봉오리가 뒤덮여 있는 연화대로 옮겨져 불꽃과 함께 이승과의 마지막 연을 놓았다. 당시 성철 스님은 법랍 59세, 세수 82세.

이 시대의 큰 어른이자 스승이었던 성철 스님이 열반에 든 지 8년여가 흘렀다. 진정한 어른이 없는 각박한 시대 상황 탓일까. ‘한 시대의 살아 있는 부처’였던 성철 스님에 대한 관심과 추모의 정은 아직도 식지 않고 있다.

성철 스님은 우리 시대에 보기 힘든 큰 스승이었다. 암자에 철망을 두른 채 10년 동안이나 아무도 만나지 않고 산문 밖으로 나오지도 않은 괴팍한 성품의 소유자. 수십 년 간 눕지않고 장좌불와(長坐不臥)로 수행을 했고, 입적하는 마지막 순간에도 좌탈(坐脫ㆍ앉은 채로 숨을 거둠)을 택했던 그의 일생은 구도와 참선으로 일관된 참 스승의 모습 바로 그것이었다.

이런 성철 스님의 구도적 삶과 일상을 펴낸 책이 나왔다. 성철 스님의 상좌였던 원택 스님이 20년간을 곁에서 모시며 느끼고 체험한 내용을 두 권의 책으로 엮은 것이다. 여기에는 성철 큰 스님의 삶과 수행, 그의 가르침과 깨달음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책은 1993년 11월 “인제는 가야지. 내 할 일은 다했다”며 저자의 어깨에 몸을 기댄 채 열반하던 성철 스님의 입적 당시 상황과 그 순간 솟구쳤던 저자의 감정, 그리고 다비식(불교식 화장)을 치르며 큰 스님을 보낸 회고로 시작된다.

1971년 친구 따라 백련암을 찾았다가 처음 성철 스님을 만나 절돈 만원(1만배)을 내고 좌우명을 받은 것과 그 후 성철 스님의 한마디에 이끌려 무작정 출가를 결심한 저자의 이야기도 들어 있다.

또한 성철 스님이 출가하기 전 속세의 부인이 낳은 유일한 혈육인 딸 불필(不必) 스님과의 첫 대면비화 등도 소개된다.

이 책에는 일반인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성철 스님의 희귀한 사진이 수록돼 있어 더욱 관심을 끈다. 출가 직후와 당대 고승들과의 교류를 보여주는 모습, 그리고 1960년대 내적 정진을 끝내고 대중 앞에 처음 섰을 때의 사진들이 실렸다.

원택 스님이 썼지만 이 책은 전문적인 불교 서적이 아니다. 그렇다고 성철 스님에 대한 평전도 아니다. 스승을 20년간 시봉했던 제자의 눈에 비친 큰 어른의 깨달음과 삶의 자취를 별다른 수사 없이 진솔하게 써내려 가고 있다.

저자 원택 스님이 말하고 싶은 내용은 한마디로 요약된다. “더하거나 뺄 것 없이 누구나 성철 스님처럼 살아가면 위대한 인간, 깨달은 사람으로 성철 스님과 꼭 같이 될 수 있다”라는 간명한 진리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1/12/11 15:56


송영웅 주간한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