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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들여다보기] 학군 사냥

[미국 들여다보기] 학군 사냥

한국에는 첫눈이 내렸다고 하는데 이곳 워싱턴 D.C.는 아직도 대낮에는 섭씨로 20도가 넘는 화창한 날씨이다. 아마도 온갖 테러 위협의 공포 속에서 지내다보니, 워싱턴의 날씨를 관장하는 하늘도 놀랜 모양이다.

서울의 추위는 대학입학 시험과 함께 온다. 자식들이 시험 잘 보라고 고사장에 일찍 나가 학교 문에 엿을 붙이려고 하면 짓꿎은 날씨 때문에 돌보다 더 딱딱해진 엿은 어머니의 정성처럼 딱 붙어주기는 커녕 쇠로 만든 학교 교문 창살 사이에 떨어지기만 해 꽁꽁 언 손으로 엿을 품에 안고 녹이는 어머니들을 더욱 안타깝게 한다.

첫눈이 올 때쯤이 되면, 전산 처리가 끝난 점수를 받아든 학생들은 자신의 석차를 보고 어느 대학 어느 학과를 선택할 것인지 고민을 하게 된다. 예비고사 성적이자기 생각만큼 안 나온 사람은 본고사에서 만회하기 위해 마지막 노력을 쏟을 때가 바로 우리들 세대들이 지나보낸 첫 눈 내리는 때였다.

학생들 대학 입시가 그해의 가장 주요 뉴스거리에서 항상 빠지지 않는 곳이 바로 우리 나라이다. 대학 입시 날에는 수험생을 위해 직장인들이 출근 시간까지 별다른 저항감 없이 바꾸는 곳이 한국이다. 그날 하루 시험을 잘 치느냐 못 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이 바뀔 수도 있는 갈림길이 된다는 것을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동의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런 과열된 교육풍토와 왜곡된 사회구조가 싫어서 외국으로 나가는 사람들이 많다. 최근에 많이 문제가 되었던 30-40대 샐러리맨들의 이민 열풍 뒤에는 자식들이 자신들처럼 입시 지옥에서 고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 가장 큰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그렇게 이민 온 한국 부모들이 외국에 와서 과연 자녀들의 교육에 대한 압박감을 떨쳐버릴 수 있었는가. 불행히도 자녀들을 둔 한국 부모들의 입에서는 항상 SAT(대학진학적성시험) 성적이나 하버드나 예일 이라는 말이 떠나지를 않는다.

학교 다니는 아이들이 있는 한국 가정이 집을 살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이 바로 학군이다. 지역마다 다르겠지만 대개 각 고등학교를 중심으로 피라미드 형태로 학교 시스템이 운영된다.

예를 들어 A고등학교가 있으면, 그 밑에 중등학교와 초등학교가 소속되어 있다. 그런데 자기가 들어가는 학교 피라미드 정점에 있는 고등학교의 SAT 평균 점수가 어떤가가 집을 고르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좋은 학군에 들어갈 수 없는 경우에는 자녀들의 장래를 생각해야한다면서 위장전입까지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위장 전입 때문에 워싱턴D.C. 근교의 소위 좋은 학군이 있다는 곳의 교육 관계자들이 골치를 앓고 있다.

자신이 살고 있는곳보다 더 좋다는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려고 그 동네에 사는 친지들의 집에 사는 것처럼 서류를 꾸민 다음, 스쿨버스를 태울 수 없으니 아이들을 매일 아침저녁 차로 데리고 갔다가데리고 오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학교에서 집 주소와 전화번호를 쓰는 연습을 하다가, 실제 거주지와 주소가 다른 것이 밝혀져 학교측에서 거주지 학교로 아이들을 옮겨 달라는 편지를 받는 경우도 많다.

또 조기 교육을 위해 미성년인 아이들만 미국에 있는 친지 집에 남겨두고 마치 그 집에 거주하는 자녀들인 것처럼 편법을 써서 소위 명문학군이라는 곳의 학교에 보내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미국의 공립학교 시스템은 지방세인 재산세를 재원으로 운영된다. 다시 말해서 그 동네에 사는 사람이 자기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재원을 갹출해 학교를 운영하는 것이다.

따라서 위장 전입으로 아이들을 거주하지도 않는 지역의 학교에 보내는 것은 일종의 무임 승차인 셈이다.

한국인 학생들 사이에 이런 위장 전입 사건이 많이 일어나자, 미국인 선생님들은 한국 학생들이 예의 바르고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라고 알고 있는데, 부모들이 정직하지 못하게 불법과 탈법을 행하는 것을 의아해 한다. 나아가, 아이들이 무의식 중에나마 이런 나쁜 점을 배울까 걱정된다고 한다.

보다 인간다운 교육을 위해서 아이들을 데리고 이민 왔다고 하는 사람들마저 명문과 최고 학교만을 찾아다니는 것을 보면, 과잉 교육열은 사회 구조적인 문제가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의 문제가 아닌가 새삼 생각하게 된다.

박해찬 미 HOWREY SIMON ARNOLD & WIHTE 변호사 parkh@howrey.com

입력시간 2001/12/1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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