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 '망신 시리즈'는 이제 그만

갈수록 가관이다.

검찰 경찰 국정원 등 3개 권력기관이 엉터리 수사로 국민들을 우롱한데 이어 이번엔 정당들이 ‘꼼수정치’로 국민들을 절망시켰다.

국회는 12월8일 본회의를 열어 한나라당 의원 136명과 민국당 및 무소속 의원 2명만으로 신승남 검찰총장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을 했다. 정당들이 나름대로의 계산이 있었겠지만 민주당이 감표(監票)를 거부하는 바람에 소추안은 자동폐기됐다.

1998년 김종필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표결 때 당시 공동여당이던 자민련의 실력저지로 개표가 불발된 경우는 있었지만 감표거부라는 ‘기발한’ 수법에 국회표결이 ‘무정난’ 신세로 전락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국회법에는 기명 무기명 투표를 할 때에는 의장은 의원 중에서 약간인의 감표위원을 지명하도록 되어 있다. 민주당 측은 탄핵안 자체가 불법인데다 감표를 하는 것은 의원의 권리이지 의무가 아닌 만큼 감표거부는 잘못된 행동이 아니라고 주장하고있다.

또 “개표하면 부결될 것을 걱정한 한나라당이 거꾸로 개표를 막았다” 고 되받아 치고 있다.

물론 소속 의원 등의 이탈표를 우려해 개표를 반대한 한나라당의 자세도 비겁했지만 그렇다고 민주당이 파행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이 덕에 신 총장은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본인이나 검찰 종사자에겐 불행중 다행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국민들의 생각은 다른 것 같다. 검찰은 우리나라 최고의 법 집행자다. 좋은 소리를 듣기 힘든 ‘응징’을 천직으로 삼고 있는 탓에 나름대로의 권위와 신뢰를 쌓지 못하면 효율성이 떨어지고 역풍에 시달리기 마련이다.

이용호 게이트 등의 부실한 수사로 국민적인 지탄이 쏟아지자 검찰은 일부 간부의 사표를 받았고, 특별감찰본부를 만들어 자체감찰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도 부족해 특별검사의 조사를 받아야 할 처지다. 신 총장은 사건 당시 차장과 총장을 지냈고, 동생이 이용호씨 회사에 취직까지 했기 때문에 앞으로 있을 특별검사의 조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정원과 경찰 역시 기가 막힌다. 부부싸움 끝에 아내를 살해한 단순 살인사건인 수지 김 피살사건을 국정원(당시 안기부)은 1987년 여간첩의 남편 납치, 월북기도 사건으로 둔갑시켰고, 지난해 경찰이 살인사건으로 내사에 나서자 당시 대공수사국장이 중단 요청을 했다.

당시 이무영 경찰청장은 김 전 국장의 설명에 따라 경찰 수사 실무진에 내사중단 검토를 지시하고 내사기록을 국정원에 넘겨주도록 했다는 것이 검찰의 수사 결과다.

사법처리 대상이 된 전 경찰총수, 탄핵 대상에 두번이나 오른 검찰총수,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국정원 등을 두고 국민이 어떻게 생각할까. 거듭나지 않고는 안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거듭나야 한다는 말을 너무 자주 많이 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권은 어떤가. 불문가지다.

김경철 주간한국부 차장

입력시간 2001/12/11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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