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풍향계] 탄핵 파행 여진, 얽히고 설킨 3당

이번 주 들어 정국이 조정국면을 맞고 있다. 지난주말(12월8일) 신승남 검찰총장 탄핵소추안의 폐기처리 이후 각 당은 개표 중단의 책임을 상대방에 떠 넘기며 대국민 선전전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대치는 겉 모습일 뿐 민주당 한나라당 자민련 3당은 내부적으로 탄핵안 정국의 득실계산에 골몰하며 정국 전략수정에 분주하다.


개표중단 사태 책임 떠넘기기, 여야 득실계산 분주

한나라당은 탄핵소추안을 가결시키지는 못했지만 탄핵안 개표중단 등 파행사태의 책임을 민주당과 자민련에 떠넘길 수 있는 모양을 만들어냄으로써 나름대로 정치적 이익을 챙겼다.

한나라당은 탄핵안 폐기처리가 거야의 횡포라는 부정적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의 한 고위관계자는 “교원정년 연장안 처리 강행으로 수의 정치횡포라는 비난이 있었지만 이제 한나라당도 수로 밀어붙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됨으로써그런 비난이 많이 약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감표위원을 내지않아 개표중단사태가 벌어졌다고 비난하고 있지만 개표중단이 한나라당에 큰 득이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탄핵안이 가결될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 투표결과가 나와봐야 패배를 확인하는 절차가 될 뿐이고 만에 하나 한나라당 내부에서 기권이나 반대 등의 이탈표가 나왔을 경우 탄핵안 제출은 한나라당에 중대한 자충수가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내에서 박근혜 부총재는 신승남 총장이 서울대 법대를 수석졸업한 후 청와대에 특채돼 근무할 당시 사실상 자신의 가정교사역할을 했던 인연 등을 들어 탄핵안에 난색을 표시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민주당은 탄핵안이 폐기처분됨으로써 일단 한숨을 돌렸고 탄핵안 처리 정국에서 ‘한-자 동맹’(한나라당과 자민련의 공조)의 균열이 발생함으로써 망외의 소득을 얻었다.

민주당은 향후 정국에서 자민련과의 관계개선을 꾀함으로써 여소야대 구도의 부담을 크게 덜어낼 수 있다는 기대도 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 일각에서는 감표위원을 내서 개표를 완료했을 경우 한나라당을 코너에 몰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는데 이상수 총무 등이 일을 그르쳤다고 가슴을 치기도 한다.

하지만 투표에 참여한 무소속 정몽준 의원과 민국당 강숙자 의원중 1명만 가표를 던졌을 경우 탄핵안이 가결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돌다리도 두드려간다는 심정으로 안전한 선택을 한 측면도 없지 않다.

자민련은 탄핵안 정국의 최대 수혜자라고 할 수 있다. 캐스팅보트를 활용해 자신들의 존재를 최대한 부각시켰기 때문이다. 탄핵안 문제에 대처하는 JP의 수순을 보고 역시 정치 9단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JP가 공권력의 무력화는 국가와 국민에 도움이 되지않는다는 논리를 내세워 검찰총장 탄핵에 반대하고 나설 수 있었던 것은 당 소속 15명의 의원에 대한 장악력이 확보됐기 때문이다.

DJP공조가 유지되던 지난해 11월 박순용 검찰총장-신승남 대검차장 탄핵안 처리 때는 당 소속 의원들이 장악돼지 않아 결국 실력저지로 탄핵안 처리를 막는 무리를 했었다. JP는 탄핵안 처리를 둘러싼 한-자 갈등을 내부 단속강화의 계기로도 활용하는 노련함을 보이고 있다.


한ㆍ자관계 악화, 자ㆍ민 관계는 “글쎄”

탄핵안 폐기처리 이후 민주-한나라-자민련의 3당관계의 조정이 향후 정국의 중요한 포인트다. 우선 한-자 관계는 당분간 악화로 치달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미 양당 간에는 치열한 비난전이 펼쳐지는 등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JP를 변절자 기회주의자 등의 거친 표현으로 격렬하게 비난하고 있으며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차제에 자민련에서 의원을 빼내와 확실한 과반을 확보하자는 강경론까지 등장하는 판이다.

이에 맞서 자민련은 12월10일 현역의원의 대다수가 포함된 항의단을 한나라당 당사에 보내 격렬히 항의하는 등 대 한나라당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JP는 이날 열린 당 5역회의에서 이회창 총재불가론을 펴는 등 이 총재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여기에는 흔들리고 있는 충청권의 장악력을 회복하려는 정치적 계산도 있어 보인다.

한-자 관계 악화의 반사작용으로 민주당과 자민련의 관계개선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양당의 관계가 일정 수준이상으로 진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계성 정치부차장

입력시간 2001/12/11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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