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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망대] 장밋빛에 가려진 어둠을 보라

[경제전망대] 장밋빛에 가려진 어둠을 보라

북풍한설(北風寒雪) 몰아치는 기나긴 밤을 지새울 걱정에 모든 경제주체들이 마음을 못가누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돌연 ‘대세상승’을 외치는 호방스런 큰소리들이 주저함없이 쏟아진다.

경기바닥을 확인한 데서 오는 ‘호연지기’인지, 가난에 익숙한 자의 ‘허풍’인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역시 한숨보다는 희망가가 듣기좋은 법이다.

“노동으로 육신이 고단해지니 관절깊은 곳에서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바람에 널문 여닫이는 소리가 들린다. 육신이 쇠하면 사랑도 미움도 사라지는 법, 오로지 지혜로움만 남아 하루하루를 자연과 더불어 기쁨으로 살아간다.”(최용건, ‘조금은 가난해도 좋다’ 중에서)

한ㆍ미 양국 증시가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며 서울 종합주가지수 700, 뉴욕 다우존스지수 1만, 나스닥 2,000선을 넘었다. 낙관과 비관, 실망과 기대를 동시에 실어나르는 경기지표 때문에 투자자들은 여전히 혼란스럽지만, 넘쳐나는 돈의 힘이 취약한 펀터멘털의 둑을 무너뜨린 형국이다.


국내외 경기지표 방향성 불투명

그러면 지금이 증시에 뛰어들 때인가? 이 물음이 나오면 시장분석가들은 머리를 돌리고 말꼬리를 흐린다. “시장을 분석하고 해석하고 예측하는 일에 종사하게 된 것을 요즘처럼 후회할 때가 없다”는 말을 듣는 것도 어렵지않다.

이성적 잣대로는 경기의 청신호를 잡기 어렵지만, 감성적 판단으로는 이젠 돈을 들고 나설때라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고객에게 주식투자를 권하기엔 국내외 경기지표의 방향성이 아직은 불확실하다. 더구나 13일은 선물ㆍ옵션 만기일이 겹치는 더블위칭데이. 매수차익 거래잔고가 1조2,000억대에 이르는 만큼 두 마녀가 어떤 심술을 부리느냐에 따라 증시가 또한번 출렁거릴 가능성이 크다.

금주 주목할 최대 해외변수는 11일(현지시간) 열리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추가인하 여부.

지난주 초 발표된 전미 구매관리자협회(NAPM) 비제조업 지수가 불황과 호황의 경계선인 50을 넘었을 때만 해도 추가 금리인하 기대가 한풀 꺾였으나 주말에 미국의 11월 실업률이 6년만의 최고치인 5.7%를 기록한 것으로 드러남으로써 0.25%의 인하설에 다시 무게가 실렸다. 이번에 인하하면 올들어 11번째다.

미국의 11월 소매매출(13일) 11월 산업생산(14일) 통계도 잇달아 나온다. 산업생산은 전년 동기비 -0.5%로 예상되나 10월의 -1.2%보다 하락세가 크게 둔화돼 경기바닥 주장이 힘을 얻을 것같다.

국내적으로는 수출과 설비투자가 여전히 부진해 경기회복 기대감을 위축시키고 있지만 소비와 건설투자의 회복세가 뚜렷해, ‘내년 상반기중 경기반등’주장이 대세를 이뤄가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2002 경제전망’을 통해 “소비 및 건설투자의 꾸준한 증가와 함께 하반기부터 수출과 설비투자가 살아나 연간 GDP성장률이 3.9%에 이를 것”이라고 밝히고 삼성경제연구원, LG경제연구원 등도 내년 성장률 전망을 상향조정한 것은 대표적 사례.

이런 관점에서 11일 한은이 발표하는 11월중 수출입물가 동향, 14일 재경부가 내놓을 11월 고용동향은 유의할 대목이다.

우선 원유 수입가의 하락과 반도체 수출단가 상승으로 지난 달에만 20억달러 정도의 수지개선효과가 예상되는것은 굿 뉴스.

그러나 또 하나의 경기회복 바로미터인 실업률의 경우 기업들의 채용계획 불확실과 연말에 따른 계절적 요인등으로 10월보다 소폭 상승할것으로 전망된다. 대졸자들이 내년에 사상 최악의 취업난을 겪을 것이라는 뉴스도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12일은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지 5주년되는 날이다. 하지만 곧바로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의 쓰라림을 맛봤던 우리에게 OECD는 “뱁새가 황새 따라가려고 하다가는 가랭이 째진다”는 뼈아픈 교훈과 동의어다.

오죽하면 시중에 ‘OECD 룰’(실속없이 잘나가는 사람을 혼내주는 규칙)이 나돌겠는가. 우연이지만 이날 김대중 대통령이 10박11일간의 유럽 순방을 끝내고 귀국한다. 재경부와 산자부 등 관련부처들은 대통령의 세일즈외교의 후속조치를 마련하느라 분주한 연말을 보내야할 것 같다.


마이크론, 하이닉스 지분인수 추진 속내는?

지난주 초미의 관심사였던 하이닉스반도체와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전략적 제휴는 지분맞교환을 통한 공동투자ㆍ감산ㆍ기술개발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으나 마이크론이 사실상 하이닉스의 경영권을 장악하는 수준까지의 지분인수를 추진중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마이크론은 방한중인 협상팀이 11일 되돌아오면 중순께 협상제안서를 마련하고 크리스마스 전에 2차협상을 가질 예정이다. 대한생명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도 14일로 다가왔다. 한화 메트라이프 등 국내외 투자자들의 발걸음도 그 만큼 빨라진다.

경제5단체장 회의가 13일 롯데호텔에서 열려 현대차 파업 등 노동계의 동투와 주5일 근무제 등에 대한 재계의 입장을 조율한다. 신승남 검찰총장 탄핵발의 파동으로 교착상태에 빠진 새해 예산안 심의가 어떻게 전개되느냐도 금주당면한 관심사다.

돈있고 힘있는 사람이나, 가난하고 빼앗긴 사람이나 모두 마음이 바빠지는 때이다. 하지만 짜증내고 초조한 영혼으로는 산타클로스를 영접하기 어렵지 않겠는가.

이유식 경제부차장 yslee@hk.co.kr

입력시간 2001/12/11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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