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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르 항복, 빈 라덴만 남았다

오마르 항복, 빈 라덴만 남았다

탈레반 정권 5년만에 붕괴, 대 테러전쟁 확전여부에 관심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이 백기를 들었다.

탈레반 대변인인 압둘 자이프 전 파키스탄 대사는 12월 6일 “민간인 피해를 막고 아프간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투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 아프가니스탄에 주둔 중인 미국 병사 2명이 6일 북부 마자르-이-샤리프 인근 공항에서 파손된 건물 재건축 작업을 지켜보고 있다. 원안은 탈레반 지도자 오마르.

아프가니스탄의 하미드 카르자이 과도정부 수반도 7일 "탈레반 통치는 끝났다"며"더 이상 칸다하르에서 탈레반을 몰아낼 필요가 없게 됐다"고 탈레반의 항복을 확인했다. 미국의 아프간 공격이 개시된지 두 달 , 911테러 대참사가 터진지 세 달만에 항복을 한 것이다.

이에 따라 1996년 이슬람 근본주의 학생 무장운동조직으로 출발한 탈레반은 정권을 장악한지 5년만에 붕괴됐고, 미국은 슈퍼파워의 체통과 영향력을 더욱 강화하며 지구촌 ‘지존’으로서의 기반을 공고히 했다.

이와 함께 아프간 신정부 수립과 전후복구에 대한 국제사회의 논의도 활발해지면서 세계경제의 조기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제2, 제3의 전쟁 가능성 여전

그러나 축포를 쏘기에는 이르다. 미국이 주적으로 지목한 오사마 빈 라덴의 행방이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는데다 알 카에다를 비롯한 수많은 국제테러조직이 여전히 암약하고 있다.

미국은 국제테러세력과 그 배후 국가까지 발본색원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천명하고 있어 테러척결이라는 명분으로 제2, 제3의 전쟁을 불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미국이 질서유지와 국가재건 등을 이유로 아프간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며 이 지역을 반미 정서가 강한 중앙아시아 및 중동에 대한 공략 교두보로 활용할 경우 국제적 마찰도 예상되고 있다. 작게는 오마르등 탈레반의 지도자에 대한 처리문제와 신정부 운영을 둘러싼 정파간의 대립 등도 상당한 여진을 가지고 올 가능성이 있다.

12월 5일까지만 해도 “최후의 한 사람까지 죽을 때까지 싸우자”며 옥쇄의지까지 보였던 탈레반이 당초 예상과 달리 본거지인 칸다하르까지 내주며 맥없이 주저앉게된 것일까.

전쟁 초반 대다수 군사 전문가들은 이슬람 원리주의 이론으로 철저하게 무장된 탈레반군의 용맹무쌍한 저항, 험악한 지형과 기후 때문에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작전이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당대 풍미했던 대영제국과 구소련 군대가 패퇴한 것처럼 미국 역시 ‘망신’을 당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이유는 뻔하다. 알려진 것보다 탈레반은 약했고, 미국은 강했던 것이다. 그러면 탈레반은 왜 ‘과포(과대포장)’가 됐을까.

이슬람 율법을 공부하던 학생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탈레반은 1994년 아프간 북부와 파키스탄 서부에서 태동, 공산당 배격 및 이슬람 이상국가 건설을 목표로 무장투쟁을 전개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1996년 수도 카불을 장악하고 집권했으나 당시 군벌들과 대화를 거부하면서 수많은 살육과 파괴행위를 저질렀다. 노동인구의 40%인 여성의 교육과 취업은 물론 외출까지 규제했으며 율법을 어기면 가차없이 절단과 태형, 공개처형까지 서슴지 않는 등 계속된 내전으로 가뜩이나 피폐해진 국가를 더욱 얼어붙게 했다.

이슬람 이상국가 건설에 방해된다며 TV, 음악, 영화 등의 문화활동을 금지했고, 올초 바미얀 마애불 등 2개의 석불을 파괴하는 비상식적인 정책을 폈다.


외교적 고립, 전략적 미숙 등으로 패배 자초

극단적 신정체제로 인해 사우디아라비아 등 3개국을 제외한 국제사회로부터 공식 정부로 인정받지 못했으며, 유엔에서는 망명정부를 이끌던 랍바니 전 대통령이 외교권을 행사해 왔다.

이 같은 외교적 고립은 보급망 두절과 식량과 무기 등 군사물자 부족으로 이어졌다. 탈레반군의 무자헤딘 병사들은 80년대 소련과의 전쟁에서 비록 군사력에서는 열세였지만 이웃 국가인 파키스탄, 중국, 아랍권 및 미국 등으로부터 지원받은 무기와 자금 식량 등을 밑천으로 게릴라전을 펼쳐 침략군을 몰아냈다.

그러나 이번 전쟁에서는 주요 보급 루트이자 동맹국이던 파키스탄마저 등을 돌려 전력과 사기가 약화됐다.

국내 기반도 예상보다 취약했다. 집권기간에 치안을 완벽히 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극단적인 원리주의에 아프간 사람들은 점차 염증을 내고 있었다.

△ 사면초가에 몰린 오사마 빈 라덴. 그는 현재 토라보라 산악지대의 동굴요새에 은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이 수도 카불에서 후퇴한 이후 곧바로 자유화 바람이 인 것도 이 때문이다. 겉으로는 강해보이지만 정작 충격을 받으면 쉽게 부서지는 철혈통치의 약점을 극명하게 보여준 셈이다.

탈레반군이 개전 이래 고수해온 거점 방어 전략도 패책이었다. 산악지역을 무대로 한 게릴라전에서 최고의 전력을 발휘할 수 있는 탈레반이 전력을 마자르 이 샤리프 쿤두즈 등 거점 도시에 중점배치함으로써 미 공군의 집중공격을 자초해 '스스로 무덤을 파는'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이는 북부동맹이라는 강력한 반군을 저지해야 하는 발등의 불 때문이기도 했지만 지나친 거점방어전략으로 주력부대를 궤멸당한 것은 너무나 치명적이었다.


첨단무기 등 물량전·정보전서 압도

이에 비해 미국은 ‘여우짓’을 효과적으로 했다. 대규모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고 반군을 이용한 이이제이(以夷制夷)전략을 심리전까지 섞어가며 구사, 미국내 반전역풍을 예방하는 한편 첨단무기를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쏘아댔다.

미국은 융단폭격과 데이지 커터 등 핵무기급 폭탄을 투하하는 등 맹폭을 퍼부어 탈레반의 방공망과 비행장 등 군 기반시설을 초토화했다.

특히 통신망을 파괴해 지휘통제 시스템을 마비시켜 치명타를 날렸다.

이와 함께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개전 이후 탈레반의 거점인 남부 파슈툰 지역을 주대상으로 종족간 갈등을 부추겨 반탈레반 세력을 규합하는 심리전을 펼쳐왔다.

파슈툰 우즈베크 타지크 등 종족 구성이 복잡한 아프가니스탄은 한 종족 내에서도 이해관계에 따라 여러 편으로 갈라져 있어 CIA 공작원에 매수되거나 포섭된 군벌이나 토착세력들이 지난달부터 도처에서 반탈레반 전선을 구축하면서 탈레반의 입지를 크게 좁혀왔다.

당장의 변수는 탈레반 최고지도자 오마르 처리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탈레반은 병사들에 대한 사면과 최고지도자 오마르의 안전보장을 조건으로 칸다하르를 반탈레반 파슈툰족 군벌에 넘겨주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미국과 서방 동맹측, 아프간 과도정부는 오마르의 ‘품위있는 삶’을 허용하는 어떤 협상도 거부하고 국제테러전범으로 법정에 세울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추이에 따라 일부 오마르 추종자들이 산악지대로 들어가 게릴라전에 돌입할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확전 여부로 미 지도부 힘겨루기

911테러로 시작된 미국의 대테러전쟁은 일단 빈 라덴의 체포 또는 사살로 좁혀지게 됐다. 도널드 럼스펠드미 국방장관이 “칸다하르가 통제권 이양으로 함락, 대테러전쟁의 초점은 빈 라덴의 색출로 좁혀졌다”고 말했다.

동부 잘랄라바드 인근 토라 보라의 산악지대에 은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빈 라덴에 대한 추적망이 어느 정도 좁혀지면 미국은 우즈베키스탄에 주둔중인 산악사단을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승전한 미국은 또 하나의 큰 고민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테러전쟁의 확전여부다. 미국은 911참사 이후 “전세계의 테러 조직을 일망타진할 때까지 테러와의 전쟁은 계속된다”고 거듭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 수뇌부는 딕 체니 부통령, 럼스펠드 장관, 보수우익 세력 등 매파와 콜린 파월 국무장관과 중도진보파 등 비둘기파 등으로 나누어져 한바탕 힘겨루기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미국은 우방국에 전쟁비용 분담을 요구할 것같다. 미국은 91년 걸프전 당시에는 전쟁비용이 610억 달러중 70억달러를 우방들에 떠넘겼다.

김경철 주간한국부 차장 kckim@hk.co.kr

입력시간 2001/12/11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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