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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발되는 선심성 정책] "선거가 코 앞이야, 일단 시작해!"

[남발되는 선심성 정책] "선거가 코 앞이야, 일단 시작해!"

] "표 의식한 선심정책" 곱지않은 시선

지구촌 축제인 2002 한ㆍ일 월드컵축구대회가 열리는 내년 6월과 12월에는 국내 정치ㆍ사회 구도를 뒤바꿔 놓을 수 있는 국가적 대사인 지방선거와 대통령 선거가 실시된다.

이번 양대 선거는 그 어느 때 보다 불꽃 튀는 일합(一合)이 전개될 전망이다. 바닥까지 추락한 지지도를 끌어 올려 재집권 하려는 여당과 5년전 내준 정권을 재탈환하려는 거대 야당은 잽을 주고 받으며 대회전을 준비하고 있다.

그간 여야 정치권은 내년 선거를 의식하면서도 주로 내부 전열 정비에 주력해 왔다. 민주당은 이용호 게이트 등 연이어 터진 각종 ‘게이트 정국’과 대선 후보들의 힘겨루기 싸움을 진화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 인천공항은 재원조달 계획도 안된 상태에서 2단계 개발공사가 시작될 예정이다. <김명원/사진부 기자>

야당인 한나라당은 이회창 총재의 당내 위상 다지기와 집권당 프리미엄을 희석 시키기 위한 여권 흠집 내기에 진력해 왔다.


여야 없는 '민심잡기'

대선 1년여를 앞둔 연말이 다가오면서 여야 정치권은 달라지고 있다. 여야는 그간 상대방을 향하던 총구를 잠시 접고 실제 영토를 점령하기 위한 지상전에 돌입할 태세다. 10ㆍ25보선을 기점으로 여야는 득표로 직결되는 ‘민심 끌어 안기’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다. 사실상의 물밑 선거전에 돌입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대통령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의 선거에서는 ‘집권당 프리미엄’이라는 것이 있다. 1961년 5ㆍ16군사쿠테타를 시발로 30년간에 걸친 군사 독재 정권을 거친 우리나라에서는 여당 프리미엄이 더욱 강하게 작용해 왔다.

국내 선거에서 집권당의 프리미엄은 △관권 △정보기관△선심 행정 △자금력 등 크게 4가지로 압축될 수 있다.

전국에 세포 망처럼 퍼져 있는 행정력을 동원할 수 있는 관권 장악과 국정원 검찰 경찰 등 정보기관을 등에 업은 정보력은 집권 여당의 가장 큰 힘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영역은 문민정부 이후 크게 줄고 있다. 한 언론사의 정치부 간부는 “최근에는 공무원들이 중립적인 성향이 강하고 정보기관들도 권력 누수가 심해 이제 집권 여당의 프리미엄은 선심 행정 정도 뿐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이 말처럼 최근 들어 집권여당은 각종 선심성 정책으로 민심 끌어 모으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정부 여당은 지난달말 그간 수차례 연기됐던 경부고속철도공사 대구~부산구간 공사를 조기에 착공, 최종 완공을 2년 앞당기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그간 결정을 못짓고 있던 인천국제공항제 2단계 공사도 조기에 시공한다고 전격 밝혔다.

정부는 내년 하반기까지 국내외 경기 침체가 예상돼 경기 부양을 위해 이같이 초대형 국책 사업들을잇달아 조기 착공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변 정황을 살펴보면 일련의 초대형 건설사업 조기 착공은 내년 선거를 의식한 선심성 행정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인천국제공항은 1980년대 이후 항공 수요가 급증(연평균 17.4%)하자 21세기 동북아의 중추 공항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1992년 11월 착공, 7조9,000억원을 들여 8년4개월만인 올해 3월29일 1단계 사업을 끝내고 개항했다.

정부는 당초 ‘내년부터 부지 조성 설계에 착수해 2003년 부지 조성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공항시설의 조속한 확보와 건설 경기 활성화 차원에서 내년 하반기부터 부지 조성 공사에 조기 착수한다’고 밝혔다.

2단계 사업과 병행해 인천공항철도와 제2 연육교를 민자 유치사업으로 추진 중이며 인천공항을 동북아 물류 중심지화 하기 위해 관세자유지역, 국제업무지역 조성 사업도 함께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조기 착공으로 1일 4만명의 고용 효과와 약 7조원의 부가가치 창출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준비 안된' 조기착공, 부실 위험에 노출

그러나 이 사업은 많은 난제를 안고 있다. 인천공항 제2단계 사업을 하려면 약 5조원(민자분 3,869억원 포함)에 달하는 사업비가 투입돼야 한다.

정부는 그러나 인천공항공사와의 사업비 분담률 등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재원 조달에 대한 아무런 계획 없이 조기 착공을 발표했다. 본래 인천공항 2단계 사업은 올해 초1단계 완공과 동시에 공사에 들어 갔어야 했다.

현재의 공항 시설이 2005년까지 항공 수요를 예측해 만들어진 것이라 당장 공사에 착수하지 않으면3년여 뒤의 항공 수요를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인천공항공사는 1단계 사업에서 총공사비의 60%를(정부지원 40%) 자체 차입 조달하는 바람에 현재 약 4조원에 달하는 부채를 안고 있다. 따라서 정부의 국고 지원 액수가 1단계 보다 늘어나지 않으면 2단계 사업에 들어 갈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그간 재원 마련이 곤란하자 공단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차일피일 2단계 공사를 미뤄 왔다. 그런 정부가 최근 아무런 공사비 분담 계획도 세우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조기 착공 발표를 했다. 실제로 정부 예산을 담당하는 기획예산처도 재정 부담을 우려해 10월 말까지 새해 예산안에 인천공항2단계 사업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인천국제공항 사업기획팀의 한 관계자는 “지금 당장 2단계 사업을 시작해도 늦은 감이 있는데 조기 착공은 말이 안되는 논리지만 그나마 정부 계획이라도 나와서 다행이다.

하지만 국고 보조가 1단계보다 늘어난 60% 수준이 되지 않으면 공사 입장에서는 더 이상의 재원 조달이 힘들다. 막연히 조기 착공 발표만 할게 아니라정부의 구체적인 공사비 분담 규모가 정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말 급한가? 노림수는 뭔가?

인천국제공항은 1단계 사업 중에서도 건설 계획이 중도에 변경돼 엄청난 공사비 낭비가 있었다. 당초 인천공항은 김포공항과 함께 국제선을 분담하는 것으로 계획됐다.

그러나 공사 중이던 1997년 환승이 불편하고 허브 공항으로서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비난이 일자 국제선 전담 공항으로 사업 계획이 전격 변경했다.

이로 인해 활주로1개와 여객터미널 수속 시설 일부가 추가로 건설됐고 총공사비도 당초 3조원에서 7조9,0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전문가들은 사전에 철저한 계획 없이 선심성 사업의 일환으로 2단계 사업에 착수했을 경우 1단계 같은 부실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단군 이례 최대의 국책사업’으로 불리는 경부고속철도공사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1992년 6월30일 착공한 경부고속철도 사업은 1단계 공사의 총공정이 77%로 2003년 12월 서울~대전 구간이 1차 개통될 예정이다.

당초 계획에 따르면 2004년에 대구~부산 구간이 기존 선로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개통되고, 2010년 전구간에 고속철 선로가 완전 개통돼 명실상부한 고속철도 시대가 열린다.

그런데 김대중 대통령은 지난달말 고속철도의 2단계 사업을 조기에 추진, 최종 완공을 2년 앞당기라고 건교부에 지시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서해안고속도로 대진고속도로 중앙고속도로 중부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 등 주요 신설ㆍ확장 공사가 마무리돼 신규사업 추진 여력이 생긴데다 침체된 경기 부양을 위해 고속철을 조기 착공한다고 당위성을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의 발표처럼 고속철도가 2008년께 완전 개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현재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은 대전ㆍ대구 도심 구간 지하화 여부다. 해당 지역의 시민들은 다소의 공기 지연과 공사비 부담이 들더라도 역사를 지하에 설치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반면 고속철도공사는 1조2,119조원의 추가 공사비와 30개월의 공사 기간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교통난 유발이 심각해지고 환승이 불편하다며 지하 역사 설치에 반대 입장이다. 정부는 2단계 조기 착공 발표를 하면서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은 내년 말에 하겠다고 미루고 있다.

여론을 거스를 수도 있는 민감한 문제를 다음 정권으로 넘기겠다는 뜻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조기 착공의 진짜 목적은 ‘영남권 표심(票心)을 향한 노림수가 아니냐’는 의혹을 보내고 있다.

실제 그간 영남 주민들 사이에서는 새 정부 출범 초기 여권 일각에서 제기된 대구~부산간 고속철 건설 무용론에 이은 연기 조치로 ‘고속철 2단계 공사는 사실상 백지화 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보내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조기 착공ㆍ완공 결정은 사업의 효율성을 위한 대외적인 명목 외에 현 정권 들어 소외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는 영남 지역의 민심을 조금이나마 달래 보려는 의도가 담겼다고 볼 수 있다.


추곡가·공기업 성과금 등 '선심' 남발

최근 정치권의 선심 정책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정부는 뉴라운드를 대비해 양곡위원회 위원들이 건의한 내년도 추곡수매가 인하 요구를 묵살하고 동결키로 결정했다.

여기에 한술 더 떠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농민들을 의식해 조금이라고 올려야 하지 않느냐고 주장하고 있다. 내년 예산안 편성에서도 민주당은 정부가 내놓은 112조5,800억원 보다 5조원 가량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해 말부터 계속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정부의 재정 지출을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나라당도 재정 지출 확대에는 반대하지만 법인세 인하 등의 감세 정책으로 경기 부양의 필요성을 외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정부와 금융계 일각에서는 증시가 살아나고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논리가 고개를 들면서 ‘굳이 현재의 경제성장률 상태에서 인위적인 경기 부양을 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국회의원들은 16개 상임위마다 예비 심사과정을 통해 도로 건설 등 민원성 사업예산을 새로 끼워 넣는 등 세출 규모를 2조446억원이나 늘리고 있다.

정부 여당은 이밖에도 매달 10만원으로돼 있는 통장, 이장 수당의 기본 수당을 올려주자고 하는가 하면 빚 투성이인 지방 공기업 임직원들에게 경영 성과와 관계 없이 일률적으로 내년 2월 성과 상여금을 일괄 지급키로 하는 등 시혜를 지속적으로 베풀고 있다.

여기에 과다한 채무에 쌓여 있는 지방자치 단체장들까지 가세해 각종 민원성 시혜나 연말 밀어내기 예산 집행 등의 행태가 터져 나오고 있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최근 경기 부양을 빌미로 무리하게 재정 지출을 확대하는 것은 내년선거를 의식한 선심성 정책”이라며 “일부 수혜를 입는 이익집단에 주어지는 선심성 행정이 재정을 압박해 결국은 서민들에게 주어지는 복지 예산이 희생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선심 정책에 놀아나는 희생자는 결국 힘없는 서민들인 셈이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herosong@hk.co.kr

입력시간 2001/12/12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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