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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발되는 선심성 정책] 정치 논리가 혈세 낭비 부른다

[남발되는 선심성 정책] 정치 논리가 혈세 낭비 부른다

기고/ 대형 국책사업 신규·조기시행 어떻게 볼 것인가?

최근 재정을 통한 경기부양책이라는 미명하에 국책 사업들이 신규 또는 조기 시행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정부는 인천 신공항 2단계 확장 사업, 경부고속철도 대구~부산간2단계 사업 조기 착공, 2002∼2011년간 민자 SOC179개 사업 착공 등을 잇달아 발표했다. 이 사업들은 사업의 필요성과 타당성이 인정되는 사업들이며 이미 계획에 반영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내년에 지자체 선거와 대통령선거가 치러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거를 의식한 정치적 논리가 짙게 깔려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양대선거 감안한 정치논리가 우선

우리는 그 동안 정치 논리에 의해 사업을 추진한 결과 국민의 혈세를 낭비한 수많은 사례들을 보아 왔다. 대통령의 선거공약으로 추진된 청주 공항은 대표적인 사례다.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밑빠진 독상을 수여한 전주 신공항도 인근 군산공항이 존재하고 항공 이용객 수요를 감안할 때 투자 비용에 비해 효용가치가 현저히 떨어지는 대표적인 낭비 사례이다.

이러한 정치논리에 의한 예산편성은 집행단계에서도 낭비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 충분한 사전 준비 없이 졸속으로 사업을 진행한 결과 잦은 설계변경 등으로 사업비용이 크게 늘어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현재 추진중인 경부고속철도사업이다. 경부고속철도사업은 1992년 착공 후 232번의 설계 변경으로 계획의 의미를 무색케 했을 뿐만 아니라 당초 5조6,462억원이었던 사업비가 18조4,358억원으로 크게 증가한 것이다.

선진외국의 경우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할 경우 20년간 준비한 후 2년 사업을 시행하는 식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2년 준비 후 20년간 사업 시행을 하는 식이다. 어느 쪽이 낭비가 심하고 부실공사가 될지는 자명한 일이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대구∼부산간고속철도 2단계 공사를 당초 계획보다 2년 앞당겨 실시한다고 한 경우도 정치 논리가 예산 집행단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1단계 사업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남은 공사 인력 및 장비를 계속해서 활용할 수 있고 서해안 고속도로 등 다른 대형 사업들이 마무리되는 시점이라 재정여력이 있다는 근거를 내세우고 있다.

정부가 내세운 근거 자체는 일리가 있어 보이지만 충분한 준비과정 없이 시행할 때 또 얼마나 많은 설계변경 등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혈세를 낭비할 지 걱정된다. 이런 사실은 현재 대전과 대구지역의 도심통과 구간의 지하화 여부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임을 감안할 때 더욱 그렇다.

정치적선심성 사업추진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사업을 결정하는 정책 결정 메카니즘을 개선해야 한다. 2단계 고속철도의 경우 발표에 따르면 건교부의 건의를 청와대가 수용하여 대통령이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행정문화를 염두에 둘 때 대통령의 지시사항은 결정 체제의 경직화를 초래하여 자원의 낭비를 가져올 가능성이 많다. 교실의 학생수를 35명으로 줄이라는 지난 번 대통령의 지시사항도 그 제도의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많은 부작용을 낳은 사례가 그러한 예이다.


민관 망라한 국책사업평가원 설립 필요

따라서 대형 프로젝트의 정책 결정체제에는 정치적 여과 기제와 국민의 의견 수렴 기제가 작동되어야 한다. 일차적으로 상설화된 예결위와 상임위를 중심으로 국회가 그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정쟁으로 일관하고 있는 현재의 국회에는 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전문가, 시민단체,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 등이 열려 다양한 의견이 수렴되는 장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은 과거 행정의 독점자였던 ‘정부’로부터 거버넌스(governance)’로의 이행이라는 새로운 행정스타일을 반영한 것이다.

또한 정치논리에 의한 사업추진이 국민의 혈세 낭비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국책 사업들을 평가하기 위해 민관으로 구성된 사업평가원을 신설하여야 한다.

여기서 단위 사업들에 대한 평가작업과 그 결과의 피드백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사업 실명제를 실시하여 사업이 실패로 귀결될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을 추궁할 수 있어야 한다.

입력시간 2001/12/12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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