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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냐 대표냐" 기로에 선 주자들

"후보냐 대표냐" 기로에 선 주자들

당특대위 쇄신안에 따른 주자들의 신경전 치열

민주당 ‘당 발전과 쇄신을 위한 특별대책위’의 정치일정 및 당 쇄신안이 대략 윤곽을 드러냄에 따라 당내 예비 주자들 사이에 피말리는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특대위가 대선 후보와 당 지도부 경선을 위한 3~4월 전당대회 및 대선후보와 당 대표(최고위원 포함)의 중복출마 금지방침을 사실상 확정한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향후 경선 구도에 복잡한 파장이 일고 있다.

△ 한곳에 모인. 그러나 흩어진 예비주자들, 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워크숍에서 한광옥 대표 등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손용석/사진부 기자>

특대위 관계자는 “대선후보와 지도부 경선 중복출마 금지 원칙을 지키려면 두 선거를 동시에 실시하는 전당대회를 열 수 밖에 없다”면서 “특대위안에 따라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데 필요한 준비기간을 감안하면 1월 정기 전당대회를 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해 거듭 3~4월 통합 전당대회 가능성을 강력 시사했다.

이에 따라 당내 예비 주자들은 전당 대회 이전에 ‘후보냐, 아니면 대표냐’의 기로에서 선택을 강요당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중복출마 금지조항, 주자들 반응 달라

특대위의 중복출마 금지 조항을 놓고서는 대선 주자 중에서 ‘당지도부 선출을 위한 1월 전대론’을 주장해 온 한화갑ㆍ김근태ㆍ정동영 고문측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중복출마 금지가 결국 통합 전당대회를 치르자는 말 아니냐는 것이다. 한 고문의 한 측근은 “한마디로 황당하다. 완벽한 공민권 제한이다. 이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중복출마 금지는 후보난립을 막을 수는 있지만 최고위원의 격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 고문의 계보인 문희상 의원은 “이것은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라며 “중복출마금지를 당론으로 정할 경우 헌법소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반발했다.

또다른 측근인 설훈 의원은 “특대위안에 대해 당내에 이견이 많다”면서 “원내외 위원장과 지자체 단체장, 지방의원, 중앙당및 지구당 간부, 일반국민이 참여하는 국민대 토론회를 열어 결론을 내자”고 제안했다.

한 고문측은 오는 17일께 특대위 쇄신안이 당무회의에 올라올 경우 특대위안 일부또는 전부에 대한 대안을 제시, 표결을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특대위 동향에 따라 수임기구인 당무회의가 이 같은 큰 제도 개혁 방안을 결정할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1월 전당대회 소집 서명운동을 벌이는 방안도 심각히 고려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고문측은 “과도비상기구인 특대위가 큰 틀의 쇄신안에 손대는 자체가 맞지 않다”며 “내년 1월 전당대회를 열어 지도부를 구성하고 이를통해 쇄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근태 고문측도 “중복출마 금지는 당정분리의 원칙에는 긍정적이지만, 후보와 대표를 동시에 뽑는 3월 통합전당대회를 전제로 한 것이어서 찬성하지 않는다”면서“당내 쇄신연대와 대처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김 고문측은 특히 특대위가 대선후 보등의 선출 때 일반국민의 참여 폭을 선거인단의 30%로 제한한 데 대해 불만이 크다. 포장만 국민 경선제라는 것이다.

국민 경선이라는 본래의 의미를 살리려면 일반 국민 선거인단 비율을 70%로 늘리고, 대의원과 당원 선거인단 비율을 30%로 하는 것이 바람직한데도 국민 참여를 제도적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 고문과 김 고문 모두 내년 1월에 당대표 등 지도부를 뽑고 지방선거(6월)후에 대선후보를 선출하는 ‘2단계 전당대회론’을 주장해왔다.

이들은 그동안 1월 전대 승리를 발판으로, 이른바 ‘이인제 대세론’을 뒤집는다는 복안을 갖고 있었는데, ‘중복출마 불가=3~4월 통합 전대’라는 특대위 결정으로 이 같은 방안이 흔들려 난관에 봉착한 셈이다.

반면, 3~4월 전대론을 주장해 온 주자들은 상대적으로 느긋한 입장이다. 이인제 고문측은 “대선전략상 후보가 당대표를 겸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중복출마 금지가 당론으로 정해지면 따를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우리의 목표는 대권”이라고 특대위안을 옹호하고 나섰다.

이 고문은 한 고문 등 일부 주자들이 특대위 잠정합의 내용 발표에 목소리를 높이고 주문 사항을 내놓는 것과는 달리 측근들에게 함구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은 “당내 선두주자로서 어떤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자신이 있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어디가 더 유리한가” 저울질

김중권 고문측도 “중복출마 금지를 환영하지는 않지만 특대위 안이라면 당의 단합을 위해 수용할 수도 있다”며 대권 출마 의지를 분명히 했다.

노무현 고문은“앞으로 권한 분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면서 “중복출마 금지는 당의 현실에 부합하는 상식적 결론”이라고 환영하고 있다.

노 고문측은 특히 “너무 많은 사람이 대선후보 경선에 나오면 당원과 국민들에게 혼란만 안겨줄 뿐”이라며“적성에 따라 교통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3~4월에 대선후보와 지도부 분리출마가 현실화 할 경우 대선 예비주자들이 실제 어디에 출마할 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현재까지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당내 예비주자는 한화갑 이인제 김중권 김근태 노무현 정동영 고문과 최근 대권 도전에 뛰어든 유종근 전북지사 등 7명이다. 이들 중 일부는 “일단대권을 향해 일로 매진하다 여의치 않으면 당권으로 선회한다”는 계산을 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중복출마 금지 조치가 당무회의에서 의결되면 이 같은 계산은 빗나가게 된다.

특히 총재직 제도가 폐지되고 합의제에 기초한 집단지도체제가 도입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당권의 매력은 더욱 줄어들었다. 문제는 이제 후보에 도전했다가 실패했을 경우 그나마 당권 배분 과정에서조차 소외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특대위 관계자는 “내년 당내 대선후보경선에 출마하다 낙선된 후보들은 2년 뒤 열릴 전당대회 전까지 당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되는 신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중적 지지도에서 앞서고 있는 예비주자나, 상대적으로 당내 기반이 튼튼한 주자들은 대권 쪽을 확실히 겨냥할 채비지만, 그렇지 못한 예비주자들은 막판 선택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합종연횡으로 교통정리 가능성

특대위 발표 이후 아예 당권을 목표로 뛰는 인사들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대권ㆍ당권 도전을 저울질해오던 박상천 고문은 “당지도부 경선에는 틀림없이 출마할 생각이었다”면서 “그러나특대위 안이 이렇게 나왔으니 후보경선 출마여부는 당론이 확정된 뒤에 판단하겠다”고 입장 표명을 보류했다.

주변에서는 17일 후원회를 개최하는 박 고문의 경우 당권쪽에 좀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전언이다.

정대철 고문도 “당대표 경선출마를 검토하겠다”고 했고, 김원기 고문도 “당대표 경선에 나설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김영배 고문은 대표경선 출마와 관련, “제도적논의가 끝난 후에 검토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당내 경선 구도에서 큰 변수 중 하나는 한광옥 대표다. 당내에 상당한 세를 확보하고 있는 한 대표는 지난 달 대선후보 출마 여부를 묻는 지방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일단당을 추스르고 수습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제하면서도 “그 때 가서 생각해 볼 일이며 가능성은 반반”이라고 말했다.

결국 대선 후보를 향해 뛰던 예비주자들이 ‘중복출마 금지’조항으로 인해 막판에 당권으로 돌아설 경우 대표나 최고위원 경쟁률은 더욱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럴 경우 전당대회 직전각 주자들 간에는 대선 후보 출마자들과 당 대표 출마자들간의 합종연횡과 연대가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박정철 정치부기자 jcpark@hk.co.kr

입력시간 2001/12/12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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