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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이때 "昌은 안돼" 인가?

왜 하필 이때 "昌은 안돼" 인가?

YS 이회창 총재 공개비판, 정치적 계산 깔린 '작심한 독설'분석

12월 9일은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에게 상당히 기분이 상한 날이었을 것이다.

오후 7시, 김영삼 전대통령이 수원 중앙침례교회에서 열린 신앙간증에서 이 총재를 향해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돼선 안된다”고 공개 비판을 했기 때문이다.

사실 YS의 이 총재에 대한 적대감은 그리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기회있을 때마다 ‘정치 신의’를 강조하며 은근히 이 총재를 겨냥하곤 했지만 정색을 하고 ‘대통령이되선 안될 사람’으로 지목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느닷없는 YS의 직격탄은 다소 의외라는 시각도 있다.

◁ 이회창 총재는 YS와의 불편한 관계가 대선전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염두에 둔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의도적이고 직설적인 '昌 비난'

신앙간증 형식을 빌린 YS의 발언은 상당히 직설적이면서도 의도된 것이었다. 자신의 치적을 내세우고 나라 장래를 걱정하는 형식이었지만 중간중간 이 총재에 대한 공격을 끼워 넣었다.

특히 그는 이 총재와 한나라당이 가장 듣기 껄끄러워 하는 말을 꺼리낌없이 끄집어내 독하게 찔러댔다. 바로 ‘패륜’이라는 말이었다. 15대 대선 때 대통령이었던 자신을 밀어내고 인형을 만들어 패대기 친 사건을 되새긴 것.

민주당의 이인제 고문이 경선불복이 ‘원죄’라면 이 총재에게는 바로 이 점이 도덕적인 아킬레스 건이될 여지가 크다. 한번 결심하면 앞뒤 가리지 않고 밀어붙이는 YS 특유의 정치 방정식이 그대로 적용된 것이다.

다음은 YS의 발언내용. “ (지난 대선 당시) 탈당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습니다. 우리 당의 후보가 저에게 탈당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제가 김대중씨 부정축재에 대한 수사를 유보했다는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수사 유보는 불가피한 결정이었습니다. 선거를 불과 두 달 앞두고 김대중씨를 구속하고 조사한다면 전라도는 물론 서울에서도 폭동이 일어날 것은 불을 보듯 자명했습니다. 대통령 선거가 불가능해지고, 헌정이 중단되는 국가적 대혼란 사태가 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나라의 장래는 조금도 생각지 않고 오로지 대권욕에만 사로잡힌 무모한 요구였습니다.(중략)그 해 11월 6일 포항에서 열린 당 대회에서 저의 인형을 만들어 몽둥이로 마구 내리치는 패륜적인 작태가 벌어졌습니다.

제가 발탁하여 감사원장과 국무총리에 임명하고, 대통령 후보에 당 총재까지 만들어준 사람이 저에게 연일 탈당을 요구하더니 급기야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입니다.

저는 너무나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정치도 인간이 하는 것이고, 대통령도 먼저 인간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정이 모조리 떨어져버린 그 순간 저는 탈당을 결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신의와 도의를 짓밟고 인륜을 저버린 무도한 사람과는 도저히 함께 할 수 없었습니다. 이회창씨가그 짓만 하지 않았더라도 김대중씨를 백만표 이상으로 승리하여 지금 대통령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공자는 ‘군대보다도 중요한 것이 신의’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이 나라의 정치에서는 신의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정의와 신의, 도의를 내팽개친 작금의 정치가 나라의 앞날을 더욱 위태롭게 하고 있습니다.

정치인들이 배신을 능사로 알고 신의를 헌신짝처럼 저버리는, 참으로 개탄할 정치풍토가 만연하고 있습니다. 여당은 물론 야당 또한 국민의 믿음과 신뢰를 잃은 지 이미 오래입니다. 한번 신의를 저버린 사람은 국민을 또다시 배신할 것입니다.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이 총재 향한 칼끝 곧추세운 상도동

YS가 방향을 전하자 상도동의 분위기도 상당히 이 총재에 대해 전투적으로 변했다. YS의 대변인 격인 한나라당 박종웅 의원은 “각하(박 의원의 표현)가 생각을 많이 하고 말한 것”이라며 “이 시점에서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의미를 곱씹어달라”고 주문했다.

박 의원의 표현을 빌면 YS는 이미 내년 대선을 앞두고 ‘반(反) DJ, 비(非) 이회창’입장을 확실히 정리한 셈이다. 박 의원은 “YS의 생각은 일반인의 그것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3년전 ‘DJ는 독재자’라고 했을 때 모두 웃었다.

그리고 ‘김정일은 서울에 절대 못올 것’이라고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얼마나 황당하게 생각했나. 그러나 대선을 1년 앞둔 지금 되돌아 보면 어떤가. 당시 YS가 했던 말이 다 맞지 않았는가.

▷ YS가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를 향해 독설을 퍼붓자 정치권에서는 대선을 앞둔 상도동의 움직임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DJ에게 했던 말들에 비교하면 이 총재에 대한 이야기는 정도가 약한 것 아니냐. 사실 DJ정권 초기에 독재자라며 현직 대통령과 한판 붙은 것에 비하면 (이총재에 대한 비난은) 일도 아니다. 또 그 때에 비해입지도 훨씬 좋아졌다”고 말했다.

상도동의 한 관계자는 “솔직한 이야기로 다음 대선에서 YS와 등을 돌리고 대통령이 될 수 있겠느냐. 더구나 각축전이 벌어지는 상황이 아니냐”며 이 총재를 겨냥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 총재가 YS에게 여러 번 도움을 청할 기회가 있었고, 잘만했으면 쉽게 앙금을 털어버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YS가 퇴임한 후 4년이 흘렀는데 결국 이 총재는 꼿꼿하게 허리를 세우다 4년을 허비한 셈이다. 하지만 창(昌)은 이제 기회를 놓친 것 같다”라고 상도동의 기류를 전했다.


YS가 그리는 대선구도는 뭔가?

그렇다면 YS는 창에 대한 공격시점으로 왜 지금을 택했을까. 정치권에선 10ㆍ25 재보선으로 정점에올랐던 한나라당과 이 총재의 상승 곡선이 최근 교원 정년 연장안과 검찰총장 탄핵안 문제 등의 과정에서 ‘수의 정치’ ‘거야(巨野)의 오만’ 등등 역공으로 추락할 기미를 보이는 지금의 상황을 고려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 자칫 이대로 내년으로 가면 ‘이회창 대세론’이 완전히 굳어질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이 아니겠느냐”면서 “상대적으로 이 총재가 거야의 정국에 완전 적응하지 못하고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이는 바로 지금이 ‘창’을 공격할 최고의 타이밍으로 보았을 것” 이라고 짚었다.

YS가 이 총재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면 대안은 누구일까. 박종웅 의원은 “ 분명 생각하시는 구도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그리고 정가의 추측만 난무할 뿐 YS는 물론 상도동의 책임있는 인사의 입에선 이에 관한 구체적인 언급은 흘러나오지 않는다.

정가의 풍설을 소개하면, 우선 민국당 김윤환대표가 주장하는 ‘3김 연대 영남후보론’. 김대중-김영삼-김종필씨가 손을 잡고 ‘반 이회창’전선에 서고 자신들의 대리인으로 영남 후보를 내는 것.

허주가 점찍은 인물은 한나라당 박근혜 부총재이나 태생적으로 뿌리가 다른 YS가 박 부총재를 밀 가능성은 미지수이다.

또 ‘대권꿈’을 가진 것으로 전해진 김혁규 경남지사도 거론되나 상도동 관계자는 “김 지사 쪽에서는 상도동에 큰 관심을 가질 수는 있을 것”이라며 미온적 반응이다.

마지막으로 거론되는것이 인사는 민주당 이인제 고문이다. 상도동 출신인 이 고문은 지난 대선 때 만해도 YS의 정치적 ‘적자(嫡子)’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YS의 총애를 받았다.

YS는 간혹 이 고문의 경선 불복 및 탈당을 비판하긴했지만 이 고문은 현 여권에 투신한 이후에도 상도동에 머리를 굽히며 발길을 계속했다. 이와 관련 상도동의 한 관계자는 “이 고문의 경우 알려진것처럼 감정이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YS의 구상이 무엇인지 명확치는 않지만 상도동, 아니 YS가 내년 대선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새해에 들어서면 ‘정치9단’ YS의 구상도 좀더 분명히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이태희 정치부기자 taeheelee@hk.co.kr

입력시간 2001/12/12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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