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대부

무삭제판, 감독 편집판이란 수식어를 앞세워 재출시되는 비디오들이 적지 않다. 화질과 음향을 보강한 DVD 출시작들까지 헤아리자면, 24시간 영화만 보아도 다 모자랄 지경이다.

비디오 재출시작 중, 노 커트판을 앞세우는 작품은 야하다고 소문난 영화를 포장하기 위한 경우다.

<원초적 본능> <채털레이 부인의 사랑> <처녀들의 저녁 식사>들이 이에 속한다. 디렉터스컷은 <블레이드 런너> <아라비아의 로렌스> <시네마 천국>처럼 수작으로 분류되는 영화에 붙는 훈장이다. 어느쪽이 되었든, 애초에 제대로 된 영화를 내놓지 못해 생긴 낭비라는 비난을 면할 순 없다.

VHS-LD-CD-DVD의 매체 발전에 따른 출시를 챙기는것도 힘든 판에, 한 영화를 같은 매체로 두 세번씩 재출시하며 "이게 진짜 영화"라고 선전하니 정말 어지럽다.

프란시스 포드 코플라 감독의 <대부 The Godfather>(18세, 파라마운트) 시리즈는 최근 비디오로는 세 번째, DVD로는 처음 출시되었다. 1972년 작 <대부>와 74년 작 <대부 2>, 90년 작 <대부 3>이 나올 때마다 비디오가 출시되어, 1991년에 3편이 모두 비디오로 출시되었다.

<대부 3>과 함께 출시된 <대부 에픽판>은 1977년 작으로 코플라 감독이 2편까지 내놓은 후, 잘린 47분을 추가하여 1, 2편을 시간순으로 재편집한 것이다.

즉 1902년부터 1958년까지의 꼬를레오네 일가 흥망사를 연대기 순으로 정리한 것이다. 편집에 따라 영화가 이렇게 달라지는구나, 하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또다른 <대부>판이라 할 수 있다.

총 450분에 이르는, TV와 비디오를 위한 이 에픽판은 <대부 A, B, C, D>라는 제목을 달고 4개의 비디오로 나뉘어 1991년에 국내 출시되었다. 헌데 에픽판까지 내는 친철을 베풀면서 왜 422분으로 단축시켰는지 모르겠다.

<대부> 시리즈는 1996년, 기존 비디오 케이스보다 작은 소장용케이스로 재출시 되었다. 그리고 다시 올 10월에 전세계에 동시 발매되는 DVD 출시에 곁들여 비디오가 또 나온 것. 이번에는 DVD를 사는 쪽이 유리하다.

제작 노트, 촬영 현장, 추가 장면, 아카데미상 수상 연설, 음악 등이 담긴 3시간 짜리 특별판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175분, 200분, 170분의 1, 2, 3편 영화를 보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닌데, 다시 3시간의 뒷 이야기까지 들어야하다니. 코플라 감독이 3편까지를 재정리하고 추가하여, <지옥의 묵시록>처럼 <대부; 에픽 리덕스>판을 만들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비디오와 DVD 동시 출시는 앞으로 더욱 성행할 전망이다. 따라서 액션, 전쟁, 음악 영화 등은 같은 값이면 DVD로 보는 것이 더 좋겠다.

내년부터는 비디오보다 DVD 타이틀 출시가 더 많아져, 1,000여개 타이틀에 지나지 않았던 DVD의 선택 폭을 더욱 넓혀놓을 전망이다. 2,000여편 정도가 되면 DVD 대여 시장도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DVD는 특성상 대여보다는 소장에 더 적합한 매체이다.

타이틀 구입을 망설이게 하는 점으로는 2만7,000원대의 높은 가격과 갖가지 부록이 수록되어 있어 영화 한 편 감상에 엄청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영화를 돈과 시간 투자면에서 경제적인 여가 선용 정도로 여기는 이들에게는 DVD가 부담스러운 매체일 수 있겠다.

그러나 어느 가전업체가 소비자의 주머니 사정을 감안해주겠는가. 비디오에서 DVD로의 이행은 피할 수 없는 대세인데, 절실한 필요에서보다 기술 발전을 억지로 쫓아가야하는 현실이 아니러니하다. 열심히 돈을 벌어 새 기계 사기 바쁜게 현대인이다.

옥선희 비디오칼럼니스트

입력시간 2001/12/12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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