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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의 경제서평] SERI 전망 2002

[이상호의 경제서평] SERI 전망 2002

■SERI 전망 2002
(이언오 외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펴냄)

학자들 중에서 가장 거짓말을 잘하는 부류는? 경제학자와 기상학자다. 둘 가운데서는 누가 더 나쁜가? 경제학자다. 틀렸으면서도 미안해 하지도, 반성하지도 않는다.

그러면서 돌아서서는 즉시 다른 이야기를 한다. 물론 우스개 소리지만, 경제 예측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경제학자들에게 미래 전망을 요구한다. 앞으로 경제가 어떻게 될 것이냐는 것이다.

연말이다. 내년도 경제는 어떤 식으로 전개될 것인가. 당장 며칠 후 일도 예측하기 힘든 데, 하물며 1년 동안을 전망하라니. 경제학자들로서는 기가 찰 노릇이다.

세계 경제의 흐름을 한 순간에 바꿔놓은 미국 테러 사태를 그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렇지만 경제 전망은 경제학자들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세계에서 이름깨나있는 연구소치고 전망을 발표하지 않는 곳은 없다.

이 책은 삼성경제연구소의 분야별전문가들이 내년도를 예측한 것이다. 매년 되풀이하는 것으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우선 내년도 전망 기조를 개괄적으로 살핀 다음, 세계 경제, 국내 경제, 금융, 산업, 기업경영, 공공정책, 시회ㆍ문화, 남북 관계 등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각 분야는 다시 세분화해 총50여 개의 이슈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은 항목 별로 주요 사항을 요약해 한 페이지로 정리하고 있고, 세부 조항도 반 페이지로 요약해 제시하고 있어 이것들만을 읽어도 전체 흐름을 감 잡을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게다가 평이한 용어로 쉽게 설명하고 있어 난해한 경제 용어와 복잡한 수식, 그래프 등으로 경제 관련 글을 읽기 꺼려 하는 사람들도 별로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 또 다른 장점이다.

이 책은 2002년을 전망함에 있어서 테러 전쟁의 향방이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에서부터 출발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표면적으로는 테러와 그에 대한 보복공격이지만, 밑바닥에는 미국 주도의 세계화에 대한 반발이 자리잡고 있어, 테러 전쟁이 어떻게 결말이 나는가에 상관없이 시대 흐름이 바뀌고 새로운 질서가 형성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단순 지표 예측으로는 우리 경제의 전체상을 그릴 수 없어, 장기 시나리오, 국제 질서 변화, 국내ㆍ외 경제, 금융, 산업,사회 문화 트랜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 어차피 세계화는 돌이킬 수 없는 추세로 보아야 하며 결국 돈 이외에 환경, 형편, 문화, 종교 등 다양한 가치들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문제의 핵심이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책이 제시하는 내년도 트랜드는 크게 8가지다. 신질서 태동, 세계 경제의 동반 침체, 경제 회복 지연, 산업별 명암 교체, 기업의 옥석 가리기, 상시 금융 구조조정, 경제정책혼선, 성숙 사회 등이다.

이 책이 예측하는 내년 경제는 일단 우울하다. 대내외적으로 모두 어려운 상황이 지속내지는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 정보통신산업의 과잉투자에서 비롯한 경기 침체의 장기화, 미국테러와 보복전쟁에 따른 미국 내수 경기 냉각에다 안으로는 구조조정의 부진 지속, 대선정국으로 인한 노사문제 등 경제 불안 가중, 정책 능력의 부족등이 그것이다.

월드컵도 88 서울올림픽과 같은 경제적 이득을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 봤다. ‘10대 90의 사회’가 도래하면서 계층간 세대간 지역간 갈등 요인이 점증할 것이라는 예측은 경기 침체에 따른 실업 문제 심각화와 함께 더욱 우울하게 만든다.

다만 물가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 것이 다행이다. 남북문제도 순탄하지는 않을 것이나,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전격 실현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 경우 경의선 연결 사업의 전개가 남북관계 진전의 상징이 됨과 동시에 경협도 점진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소는 과거 전망치와 실적치 사이를 비교하면서 갈수록 예측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전통적 예측 기법’과 ‘제한적 상상력’ 때문이기도 하고, 세계 전체가 앞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통과하고 있으며(변곡점)사소한 사건이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상황(복잡계)에 기인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도가 있어야 항해에 나설 수 있고, 불확실한 시대일수록 예측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는 연구소의 주장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연구소는 지난해 말 내놓았던 전망을 평가해 보면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고 스스로 점수를 매겼다. 올해는 몇 점을 받을지 궁금하다.

이상호 shlee@hk.co.kr

입력시간 2001/12/12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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