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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LP여행] 6인조 록그룹

[추억의 LP여행] 6인조 록그룹 <더 맨>

대중문화 탄압에 대한 저항과 조롱

신중현은 퀘션스를 거치며 비로서 자기색깔을 분명하게 완성한 <더 맨>으로 거듭나며 음악적 정점을 향해 치달았다.

<더 맨>의 최대 히트곡이자 한국록 음악사상 최고의 명곡으로 추앙받는 <아름다운 강산>은 수많은 후배가수들에 의해 불리어지며 불멸의 생명력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새겨져 있다.

그러나 <아름다운 강산>은 한국포크의 대명사격인 김민기곡 <아침이슬>과 함께 한순간 불리어질 수 없는 아픔을 간직한 유신정권의 이단아였다.

신중현은 그룹 퀘션스 해체이후 1971년초부터 다시 정성조와 손을 잡고 '신중현과 그의 캄보밴드'를 결성했다.

이때는 청년문화의 기수로 젊은 기운이 들끓었던 포크음악과 자웅을 겨루며 명동의 살롱가를 휘어잡았던 최절정의 상업적 성공시절이었다.

캄보밴드와 더 맨 시절에도 수많은 가수들이 새롭게 대중들의 각광을 받으며 탄생했다. 저음의 소울창법이 독보적이었던 <미련>의 장현과 임아영, 자매듀엣으로 대중들에 크게 어필했던 바니걸스, 민아, 주현, 지연, 차현아, 시각장애인 김형균 그리고 김정미는 대표적인 가수로 손꼽힌다.

이 시절 신중현은 수많은 가수들을 관리하기 위해 20여명이 넘는 직원들로 구성된 사무실을 운영해야 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함께 음악생활을 했던 정성조는 '돈을 쓸어담았을 정도'였다고 당시를 회고한다.

박인수, 펄시스터즈로부터 시작된 신중현 문하의 수많은 가수들은 이때부터 <신중현 사단>이라는 특별호칭으로 차별화되어 불리기 시작했다.

캄보밴드가 발표한 <신중현사운드-프린스음반, SM7156, 71년>음반은 바니걸스의 데뷔음반으로 민아, 주현 등 여가수들이 보컬로 참여했다.

부산이 고향인 고정숙, 재숙 자매로 구성된 바니걸스의 어머니는 '독일병정'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맹렬여성이었다. 국악예고에 재학중이던 두자매는 모친의 간청으로 신중현 사단에 합류하며 70년대 중반을 풍미하는 인기듀엣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미련>의 오리지널가수 임아영은 청아한 목소리로 대중들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신중현은 그녀의 목소리에 반하며 유달리 공을 들였지만 결혼과 더불어 미련없이 가수생활을 접은 아까운 여가수였다. 그녀의 음반은 높은 평가를 받으며 희귀명반으로 떠받들여지고 있다.

1971년말 상업적으로 눈코뜰새없던 신중현은 또다시 타오르는 음악적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캄보밴드를 해체하며 6인조 록그룹 <더 맨>을 결성했다.

리드기타 신중현, 베이스 이태현, 드럼 문영배, 오르간 김기표, 오보에, 섹스폰 손학래, 그리고 보컬 박광수로 구성된 라인업이었다. 더 맨의 첫 앨범녹음이 한창이던 72년 10월 17일 박정희 정권은 비상계엄령을 선포하면서 서슬퍼런 유신정권을 출범시켰다. 통행금지, 장발, 미니스커트 단속 등 삐딱한 유신정권의 잣대로 본 퇴폐스런것들중 록그룹은 그 중심으로 내몰리며 마녀사냥감으로 낙인찍혔다.

여지껏 록그룹의 이미지가 퇴폐스런 이미지로만 대중들에게 남아있는 것은 이때 낙인찍힌 주홍글씨탓으로 유신정권의 찌꺼기라 할수 있다. 절정의 음악적 전성기를 맞았던 신중현에게 있어 유신정권의 탄생은 좌절과 음악적 사망의 신호탄이었다.

계엄령속에서 탄생한 총 7곡이 수록된 첫 앨범 <장현과 더 맨-유니버샬, KLS46, 1972년10월>은 불후의 명반으로 꼽힌다. 신중현, 박광수, 장현이 함께 보컬로 참여했다. 이 음반에서 처음으로 대중들에게 선보인 대마초의 경상도 은어인 <잔디>는 묵직한 박광수의 보컬과 사이키델릭사운드가 환각적인 숨겨진 명곡이다.

새롭게 영입한 손학래의 음악성이 돋보였던 2집 <섹소폰의 유혹-유니버샬, KLS53, 1972년 11월>은 더 맨의 연주음반이었다.

관악기 연주자였던 손학래의 참여로 신중현은 멈추지않는 음악적 변신을 이루며 또다른 독특한 음악세계를 펼쳐보일수 있었다.

문제는 <아름다운 강산>. 1972년 '박 대통령의 노래를 만들라'는 청와대 전화청탁을 거절한후 온갖 통제와 장발단속의 시달림이 뒤따랐다. 이때부터 유신정권에 강한 거부감을 품으며 항의의 표시로 리드보컬 박광수는 삭발을 하고 멤버들은 머리핀을 꽂아 귀만 내밀고 치렁치렁한 장발차림으로 MBC 토요일 쇼프로에 출연했다.

태극기가 휘날리는 장면을 현란한 사이키조명으로 조롱하며 감행한 18분에 걸친 <아름다운 강산>의 연주는 시위였다.

<더 맨>은 단번에 요주의 대상으로 낙인 찍히며 모든 음악활동에 더욱 숨통을 옥죄는 통제가 뒤따랐다. 역설적인 것은 신중현은 이 숨막히는 시절에 <아름다운 강산> <햇님> <바람> <봄> <잔디> 같은 명곡을 작곡했다는 사실이다.

또한 양희은, 서유석과 포크록을 시도하는 음악적 실험 또한 단행했다. 이때 만들어져 서유석이 부른 <선녀>는 신중현이 추구했던 음악적 이상향을 표현해주는 최고의 명곡이다. <엽전들> 초기시절 신중현이 직접 노래한 <선녀>와 <바람>은 신중현 사이키델릭사운드의 정수를 이루었지만 유신정권은 금지명찰을 달아주며 신중현을 지하토굴속에 ‘생매장’했다.

음악적 완성기였던 <더 맨>의 음악이 유신정권의 탄압이 없이 자유롭게 펼쳐졌다면 우리가요의 꽃봉오리는 어떤 빛깔을 띠었을까? 국민들은 유신독재정권을 비꼬며 들려준 <아름다운 강산>을 국민가요라는 사랑으로 화답하며 불멸의 생명력을 부여해 주었다.

최규성 가요칼럼니스트 kschoi@hk.co.kr

입력시간 2001/12/17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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