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카페(87)] 계속되는 우주관광

몇 개월 전 데니스 티토(Dennis Tito)라는 백만장자가 세계 최초로 민간인 우주관광의 시대를 열었다.

온 세계 언론이 대서특필했고, 드디어 우주여행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었었다. 캘리포니아의 사업가인 데니스 티토는 민간인 자격으로 2,000만 달러(2,600억원 상당)라는 여행경비를 지불하고 8일 동안 우주여행을 다녀왔다.

미항공우주국은 그의 여행에 대하여 못마땅하게 생각했지만, 여행은 성사되었다. 역사에 남을 순간이고 또 새로운 시도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정말로 우주여행이 현실화 될 것인지에 대한 회의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1년도 지나지 않은 지금 새로운 소식이 들려온다. 두 번째 우주관광객이 등장한 것이다.

남아프리카의 인터넷 백만장자 마크 셔틀워스(Mark Shuttleworth)라는 27세 된 청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아버지의 차고에서 사업을 시작해서 불과 4년 만에 백만장자가 된 인물이다.

그는 이미 모스크바 외곽에 있는 러시아 우주프로젝트의 핵심기지인 ‘스타시티’에서 초기단계 우주여행 훈련을 시작했다. 지난 여름동안 계속된 집중 훈련은 힘들었지만 고무되어 있다고 한다. 러시아 우주국이 지난주에 밝힌 바로는 그의 우주여행은 내년 4월이 될 것이라고 한다.

사상 두 번째의 우주관광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 그도 만만찮은 돈을 지불할 계획이라고 한다.

러시아 항공우주국 국장인 유리 코프테브는 이미 셔틀워스와 관광계약을 채결했으며, 결코 티토에 못지 않은 액수를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셔틀워스는 이 여행을 위해서 지난 4월 그의 인터넷 보안 컨설팅회사를 미국의 라이벌인 베리사인에 5억 달러에 매각했다.

아버지의 차고에서 시작한 사업이 이제 우주에까지 펼쳐지는 형국이 된 것이다. 티토의 여행에서처럼 이번에도 미국이 반대의사를 밝히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있었지만, 아직 미항공우주국은 아무런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러시아도 미국도 서로간의 균열은 원치 않는다는 분위기다.

그런데 두 여행자 모두 백만장자라는 사실에서 썩 달갑지 않지만, 여하튼 우주관광의 시대는 이미 왔다. 27세 청년이 이루어낸 우주관광의 꿈, 어쩌면 이러한 거액을 자기 자신의 관광을 위해 사용한다는 것은 지나친 사치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지만, 그가 말했듯이 그 나라 국민에게 주는 우주에 대한 꿈은 결코 적지 않을 듯 싶다.

한편으로는 우리나라를 생각한다. 우리나라가 남아프리카보다 어디가 못하기에, 저들처럼 돈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우리네 갑부들을 보라. 몇 푼 되지 않는 돈에 이끌리어 부정과 비리와 부패를 일삼고 있는 그들. 셔틀워스처럼 새로운 도전을 위해 수천 억원을 지불할 수 있는 개척과 도전정신 앞에 너무나 초라하지 않은가? 더러 이견이 있겠지만, 필자는 셔틀워스의 용기를 극구 칭찬하고 싶다.

내년 4월 남아프리카의 케이프타운의 원주민인 셔틀워스를 궤도로 싣고 갈 우주선은 소워즈호다. 셔틀워스는 이탈리아의 로베르토 비토리, 러시아의 우주인과 함께 소워즈호에 탑승하여 국제우주정거장으로 향하게 된다. 그 젊은 나이에 말이다.

그와 함께 쏘아 올려질 남아프리카의 우주를 향한 꿈이 장차 어떤 결실로 이어질지 우리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우주항공이 정부의 역점사업에서 배제된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말이다.

입력시간 2001/12/19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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