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 금강산 관광 사업 좌초위기

금강산 관광사업이 내년 1월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국민적 여망을 받으며 1998년 11월 출범한 금강산 관광사업이 관광객 격감과 과도한 관광대가 지불 등으로 인한 만성적자를 타개할 돌파구로 꼽혔던 금강산 관광특구 연내 지정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좌초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북한 측은 관광특구 지정 합의시한인 15일까지 대책을 내놓지 않은 채 ‘기다려 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따라서 연내 지정은 사실상 물건너 갔고, 정부지원 등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관광 사업은 조만간 중단될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 화해와 협력, 더 나아가 분단 반세기만에 실질적인 통일의 물꼬를 트는 민족적 쾌거라는 극찬을 받으며 닻을 올린 금강산 관광사업이 이처럼 처참하게 망가진 데에는 복잡적인 이유가 작용했다.

소떼를 몰고 북한에 들어가는 등 대북사업에 비상한 의욕을 불태웠던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사망과 현대그룹의 몰락에 이어 미국부시 행정부 출범이후 남북관계까지 난기류에 형성되면서 금강산 관광사업은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이 여파로 관광객은 급감했고, 사업주체인 현대아산은 관광공사의 긴급수혈(450억원)에도 불구, 빈사상태로 몰렸다.

올 11월 말까지 금강산 관광객수는 5만6,680명으로 당초목표인 50만명의 10% 머물렀고, 특히 12월 들어서는 1항차당 평소의 절반인 200~250명 수준으로 급감, 10편중 3편이 결항됐다.

현대아산도 9월 말 현재 누적적자만 6,000만 달러에 달하고 매월 20억원씩 적자를 보고 있다. 10,11월 북한에 줘야 할 관광대가(80만4,800달러)도 미지급 상태다. 추진했던 외자유치도 특구지정 지연으로 사실상 물건너간 상황이다.

여론도 극찬에서 싸늘한 비판으로 등을 돌렸다. 국내 으뜸 재벌이었던 현대그룹을 ‘말아먹고’국민들에게 부담까지 안겨준 ‘애물단지’라는 비난이 주종이다. 금강산 관광사업의 산모 격인 햇볕정책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던지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이 금강산 관광사업이나 남북협력 사업 자체를 배척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기대가 컸기에 실망이 컸던 것이고, 애정이 있기에 비난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상호주의를 외면한 채 혜택만 누리려는 북한 당국과 무리를 해서라도 재임중 역사적 치적을 세우려는 듯한 남한 정부의 자세다. 2002년 새해에는 생산적인 남북협력사업이 활성화하기를 기대해 본다.

김경철 주간한국부 차장

입력시간 2001/12/19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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