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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심장부 향한 '陳風' 칼날

정권 심장부 향한 '陳風' 칼날

검찰 '진승현 게이트'실체에 접근, 핵폭풍으로 번질 가능성 커

정ㆍ관계 핵심 인사들의 ‘진승현게이트’ 연루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검찰수사가 정권 핵심부를 향해 빠른 속도로 나아가고 있다.

정성홍(丁聖弘) 전 국가정보원 과장의 구속으로 시작된 진승현(陳承鉉ㆍ28ㆍ구속) MCI코리아 부회장의 정ㆍ관계 구명로비 의혹은 민주당 김방림(金芳林) 의원과 김은성(金銀星) 전 국정원 2차장을 거쳐 신광옥(辛光玉) 전 법무부 차관과 허인회(許仁會) 민주당 동대문을 지구당위원장에게까지 불길이 번진 상태다.


뚜껑열리는 판도라의 상자

정ㆍ관계 인사에게 선거ㆍ로비자금을 제공한 내역이 담긴 ‘진승현 리스트’의 존재도 공식 확인된 가운데 검찰은 최근 진 리스트의 실체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이제 진 게이트는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거대한 태풍권 속으로 들어선 셈이다. 사건의 불똥이 어디로 튈 지, 진씨의 판도라 상자속에 어떤 핵폭탄이 들어있을 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미 여ㆍ야 정치인과 고위공직자등 30여명의 명단이 진 리스트에 오르내리고 있다. 청와대와 동교동 실세 등 정권의 핵심부도 검찰수사의 사정권에 들어온 상태다.

이들의 진 게이트 연루사실이 밝혀질 경우 그 파고는 김대중 대통령의 턱밑에까지 차오를 가능성이 높다. 이미 그런 조짐은 곳곳에서 나타난다. 현 정권 출범이후 최대의 위기상황이라는 게 검찰과 정치권의 공통된 시각이다.


국가사정기관 무력화

국정원은 진 게이트의 핵심 진원지로 드러나고 있다. 김은성-김형윤-정성홍씨로 이어지는 국정원 라인은 진씨의 사업성장 과정과 구명로비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이 진씨에 대한 일종의 후견인 노릇을 한 셈이다.

정 전 과장은 진씨를 엄익준(사망) 전 국정원 2차장으로부터 인계를 받아 김 전 차장에게 소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진씨는 김-정 라인의 조직적 후원하에 지난해 초부터 여ㆍ야 정치인들을 만나 선거자금을 제공하고 신 전 차관과 금융감독원 간부 등 고위공직자들도 로비대상에 끌어들인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 내부는 물론 여권 실세 등 정치권과 상당한 친분관계를 갖고 있던 정 전 과장은 지난해 4ㆍ13총선 직전 진씨를 데리고 다니며 선거자금을 뿌리는 등 핵심 로비창구 역할을 했고 김 전 차장도 일부 정치인과 진씨를 연결시켜준 것으로 알려졌다.

진씨는 열린금고에 대한 금감원 검사가 시작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민주당 당료 출신으로 여권내 정보통이자 브로커로 알려진 최택곤씨를 통해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신 차관에게 접근했다.

15일 알선수재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최씨는 진씨에게 정ㆍ관계 고위층을 소개해 주는 등 핵심 로비스트로 활동한 인물이다. 진씨는 최씨와 함께 신 차관을 몇차례 만났고 로비자금중 일부가 최씨를통해 신 차관에게 건너간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의 3대 사정기관중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국정원이 진씨의 후견기관으로 변해 버린셈이다. 더구나 신 차관은 지난해 진씨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될 당시 진씨측에 특정 변호사를 소개하고 수사팀에 문의전화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있다.

김 전 차장은 지난해 9월 같은 국정원 출신으로 MCI코리아 회장으로 영입된 김재환씨를 직접 데리고 대검청사를 방문, 고위간부들에게 진씨에 대한 불구속 선처를 청탁했다. 국정원과 청와대가 구명로비에 개입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진씨의 불법대출사건은 이후 대형 경제비리 사건으로 겉잡을 수 없는 확대돼 결국 진씨가 구속됐다.

그러나 진씨의 로비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는 아무런 성과없이 흐지부지 종결돼 청와대와 국정원의 압력행사 의혹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검찰이 만약 김 전 차장과 신 전 차관의 로비개입 단서를 포착하고도 외압이나 예우 차원에서 사건을 덮은 것으로 드러날 경우 현재 검찰 수뇌부마저 진 게이트의 진흙탕 속으로 휘말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ㆍ관계 핵심인사에 수사 초점

지난해 검찰수사 당시부터 소문으로 떠돌았던‘진승현 리스트’의 실체가 공식 확인되면서 이제 검찰수사는 정ㆍ관계 핵심인사들을 겨냥하고 있다.

진 리스트는 진씨가 자신의 사업확장과 구명을 위해 정ㆍ관계 인사에게 3,000만~1억원의 금품을 전달한 내역이 담긴 비밀장부다. 진 리스트에 포함된 인사의 명단과 금품액수가 밝혀질 경우 정치권에 엄청난 ‘피바람’이 불어닥칠 게 분명하다.

현재 진씨 리스트는 작성자나 사용목적에 따라 4~5가지 종류로 파악되고 있다. 우선 진씨가 사업확장 과정에서 정 전 과장과 함께 여ㆍ야 의원 30여명에게 4ㆍ13 총선자금을 제공한 리스트가 대표적이다.

또 진씨가 아버지 진수학씨와 동문인 김진호 한국토지공사 사장을 통해 고려대 동문출신 정치인을 중심으로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정치후원금 명단도 시선을 끌고 있다.

이 같은 정치자금 리스트에는 김방림 의원을 비롯, P, K, K의원 등 현역 중진급 여당의원과 야당의 중진 K, L, J, N, K의원 등 10여명의 실명이 거론되고 있다.

진씨의 구명로비와 관련, 김재환씨가 보관하던 12억5,000만원의 로비자금 사용 리스트와 진수학씨가 아들의 구명로비 과정에서 사용한 로비자금 사용내역서도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또 김 전 차장이 지난해 11월 검찰과 여권 핵심부에 압력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진씨의 손도장을 받아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정ㆍ관계 실세 10여명의 이름이 적힌 명단도 태풍의 핵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로비리스트에 대한 진씨의 진술은 있었지만 리스트의 실체나 명단에 대해서는 확인된 게 없다”며 일단 신중한 입장이다.

그러나 김방림 의원과 신 전 차관, 허인회씨 등 이미 연루혐의가 드러난 정ㆍ관계 인사들에 대한 소환조사가 불가피한 만큼 이번주부터 정치인 등에 대한 검찰수사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검찰은 진씨로부터 로비자금을 받은 혐의가 드러나는 정ㆍ관계 인사에 대해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 조사해 사법처리한다는 방침이어서 경우에 따라서는 정치권의 판도를 뒤바꿀 엄청난 파문이 일 전망이다.


대통령 주변도 예외없다

진 리스트의 칼날은 이제 청와대와 동교동계 실세, 김대통령의 친인척 등 정권의 심장부를 겨누고 있다.

진씨의 로비스트로 드러난 최씨는 김 대통령의 야당 총재 시절부터 당료로 활동하며 여권내‘마당발’과 정보통으로 통한다. 또 권노갑 전 의원의 특보로 자처하고 다니는 등 동교동 실세의원들과도 상당한 교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최씨가 입을 열 경우, 동교동 실세와 여권 인사들에까지 불똥이 튈 가능성도 높다.

또 최씨와 아태재단과의 관계도 의심되는 대목이다. 실제 최씨는 아태재단 간부들과 상당한 교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진씨의 돈이 아태재단으로 흘러들어가지 않았느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아태재단 후원회 사무처장을 지낸 황용배씨가 이권개입 및 청부폭력 혐의로 구속되면서 이러한 개연성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홍일 의원 등 김 대통령의 주변도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정 전 과장은 실제로 지난해 4ㆍ13총선 직전 진씨를 데리고 김 의원을 찾아가 선거자금 제공을 제의했다. 또 최씨가 김 의원 명의로 검찰간부들에게 돈봉투를 돌렸다는 주장도제기돼 진 게이트의 여파가 결국 김 대통령 주변으로 향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용호ㆍ정현준ㆍ진승현 게이트’ 등 잇단 의혹사건으로 최대의 위기에 몰린 검찰은 축소ㆍ은폐의혹을 벗기 위해 “연루된 사람이 나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든 조사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검찰과 국정원, 금감원 등 최고 권력기관은 물론이고 여ㆍ야 정치권과 여권 실세, 심지어 대통령 주변에까지 진승현 게이트의 파고가 덮칠 공산이 높아졌다.

배성규 사회부기자 vega@hk.co.kr

입력시간 2001/12/19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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