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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 핵물질 밀거래…'더러운 폭탄' 공포

[TIME] 핵물질 밀거래…'더러운 폭탄' 공포

위험수위에 다다른 핵무기 거래, "공급선을 차단하라" 국제 공조

은밀히 거래되는 핵무기의 양이 위험수위에 임박하고 있다. 핵무기 공급선에 제재를 가할 수는 없을까.

지난주 목요일 모스크바 남동부의 한 노상 카페에서 여섯 명의 남자들이 모임을 가졌다. 식사를 하기 위해 모인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무기제조용 우라늄의 가격을 흥정하기 위해 모인 것이다.

여섯 명중 한 명은 발라쉬카 범죄조직의 멤버로, 자신이 소지하고 있는 무기 제조용 우라늄235 2파운드를 3만 달러에 내놓았다. 나머지 사람들, 그러니까 바이어들은 상당히 관심이 가는 눈치다.

만약 러시아 경찰이 급습하지 않았다면, 흥정은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미리 제보를 받은 러시아 경찰은 그 은밀한 모임을 가진 여섯명을 모두 체포하고, 일곱번째 용의자의 아파트로 쳐들어갔다. 그 아파트에는 약속한 양(2파운드)의 우라늄이 숨겨져 있었다.

그날 저녁, 러시아의 지역 TV는 그 소식을 크게 보도했다. 러시아 경찰들은 자신들의 성과를 자랑할만 했지만, 그 뉴스를 지켜보는 세상 사람들은 한가지 걱정거리를 더 안게 되었다.


핵물질 안전관리에 심각한 구멍

핵무기 밀매상들을 퇴치했다는 뉴스는 사실 그다지 신선한 것은 아니다. 핵무기와 핵 원자로를 개발하기 시작한지 60년이 지난 지금, 세계는 사용된 핵연료 부수물이나 의료 폐기물, 오염된 도구같은 방사능 폐기물로 넘쳐나고 있다.

이런 핵 쓰레기들이 각종 실험실이나 병원, 공장등에 별다른 안전장치 없이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군사 시설의 일부로 분류돼 철저하게 관리되어야 할 무기급 핵물질에 대한 안전관리도 허술하다. 일부 무기창고는 비디오 모니터조차 없는 실정이다.

가공할 물질이 그렇게 느슨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에 세계인들은 걱정을 하고 있다. 911 테러참사 이후 더욱 증폭됐다. 이 같은 우려의 중심에 오사마 빈 라덴과 알 카에다 조직이 있다.

지난주 언론은 아프가니스탄의 한 모임에서 알 카에다의 한 간부가 핵물질이 든 통을 빈 라덴 앞에서 내보이며 핵무기 입수에 얼마나 큰 진전이 있었는지를 자랑스럽게 내보인 사실을 보도했다.

그러나 빈 라덴은 핵 공포의 한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구 소련이 몰락하고 세계적인 테러집단들이 부상하면서 핵 물질 거래 시장이 은밀하게 형성되기 시작했다. 더 많은 방사능 물질들이 빼돌려 지기 시작했고, 러시아와 구소련 공화국으로 부터 시작되는 파이프 라인을 통해 핵무기를 장만하려는 사람들의 손으로 넘어가고 있다.

러시아 정부만해도 핵무기 물질을 손에 넣으려는 200여 테러리스트 단체의 리스트를 갖고 있다. 특히 러시아에서는 1998년 이후 601건의 핵물질 암거래 미수 사건이 있었다.

지난달 이스탄불에서는 터키의 한 비밀경찰이 비무기용 우라늄 2.5 파운드를 75만 달러에 팔려는 두명의 용의자를 체포했다. 지난 7월 파리에서는 경찰이 한 아파트를 급습, 고농도 우라늄과 여러 동유럽 국가행 비행기표를 가진 세 명의 남자들을 잡았다.

오스트리아 빈의 국제원자력기구(International Atomic EnergyAgency) 는 1993년 이후 지금까지 376건의 사건을 보고했고, 같은 기간 터키에서는 104건의 비무기용 핵물질 밀수 사건이 보고된 바 있다. 드러난 사건이 빙산의 일각이라는 인식이 더욱 사태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하버드 대학 케네디 행정대학원의 핵 전문가이며 빌 클린턴 보좌관을 지낸 매튜 번 교수는 “핵무기를 억제하려는 전세계의 노력은 핵물질의 철저한 관리에 달려있다” 며 “핵물질이 암거래된다면 어떠한 노력도 물거품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구소련 연방국가들이 주요 공급원

암거래되는 핵물질의 가장 유력한 공급원은 러시아와 그 위성 국가들이다. 그들이 공급하는 핵물질은 크게 두종류.

최상급 무기제조용 핵물질은 원자폭탄을 제조하는데 필요한 유일한 재료이지만 손에 넣기가 힘들고, 폭탄으로 개발하기도 힘들다.

반면 저급 핵물질은 소위 ‘더러운 폭탄’을 제조하는데 사용된다. 재래식 무기에 핵 폐기물을 함께 장착시켜 방사능을 사방으로 퍼지게 하는 무기인데 위험하기는 핵폭탄과 마찬가지다.

구소련 주변에는 핵무기 제조 원료와 탄두를 저장하고 있는 100여개의 무기창고가 있으며, 대부분 안전장치가 허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동쪽 해안선, 즉 러시아령 동북아시아 해안지대는 80척의 핵물질 잠수함이 버려진채 방치되고 있어 핵 유출 사고 가능성과 암거래 위험에 동시에 노출되어 있다는 보고도 있다.

러시아의 핵 발전소 역시 방비가 허술하기는 마찬가지다. 핀란드 만 부근의 레닌그라드 발전소에서는 노동자들 사이에 보드카와 마약이 활발히 거래되고 있는데, 노동자들의 한달수입은 대개 3,000 루블(미화 100달러)을 넘지 못한다.

낮은 임금에 시달리는 만취한 노동자들은 테러리스트와 밀수상들의 방어막이 되기 힘들다. 1994년 뮌헨에서 체포된 체코 시민 바크라브 하블리크는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에서 핵물질을 얻는 것은 여름 휴가나 다름 없다. 바다에 가서 조개를 줍는 것 만큼 쉬웠다”고 밝혔다.

밀매자들도 나날이 기술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흐르는 밀수통로가 수사망에 노출되기 쉬운점을 감안, 최근에는 그 통로를 남쪽으로 돌려 중앙아시아와 코카서스 산맥, 그리고 터키를 우회해 유럽으로 가도록 하고 있다.

이 경우 기왕에 존재하는 마약 거래선을 이용하고 있어 그만큼 적발 가능성도 적어진다. 하루에 200 톤의 마약이 국경을 넘는 타지크스탄에서 극소량의 핵물질을 거래하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팔면 그만" 위험성 못느끼는 거래상

검거된 암거래상들은 대개 몇 숟갈 분량의 핵물질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이 파는 것이 어떤 물질이며 얼만큼 심각한 것인지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 일단 바이어를 물색하면 얼마든지 많은 양을 팔 태세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핵물질 거래가 염려스러운 또 한가지 이유는 무기 제조에 필요한 양이 극소량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정식으로 제조되는 핵 무기의 경우 100 파운드의 농축 우라늄이 필요하지만, 플루토늄을 사용할경우 10 파운드(4 kg)정도만 있으면 무기 제조가 가능하다.

러시아의 핵 생태학 에너지 정책 센터의 리디아 포포바는 “플루토늄 4 kg은 손바닥에 담을 수 있을 정도의 소량”이라고 말한다.

무기급 우라늄을 손에 넣을 수 없는 테러리스트들에게는 언제나 ‘더러운 폭탄’의 선택이 남아있다. 몇주전 알 카에다 캠프를 조사한 연합군은 이러한 폭탄 제조를 암시하는 흔적을 발견했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터키가 미국의 도움으로 국경에 방사능 탐지기를 설치, 이라크, 이란, 그루지야 등으로 통하는 길목의 수비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러시아 역시 미국의 도움으로 핵물질 저장고의 보안을 강화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불가리아의 과학자 알렉산더 스트레조프는 “핵물질 통제에 실패할 경우 그 결과는 911 참사보다 훨씬더 처참한 것이 될 것이며, 솔직히 생각하기도 싫다.”고 말했다. 불행한 것은 미국이 생각하기를 거부할 여유가 없다는 사실이다.

정리 김경철 주간한국부차장 kckim@hk.co.kr

입력시간 2001/12/20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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