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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의 경제서평] 공동체 경제를 위하여

[이상호의 경제서평] 공동체 경제를 위하여

■공동체 경제를 위하여
(이가옥 고철기 지음/ 녹색평론사 펴냄)

지난 10년간의 변화는 20세기와 21세기를 확연히 구분 지었다. 그 누구도 예상하기 힘들었던 급격하고 충격적이었다. 공산주의 출현으로 시작된 지난 세기는 결국 공산주의 종언으로 막을 내렸다. 이데올로기가 차지했던 자리는 경제가 대신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이 세계를 지배하는 시대가 됐다. 그런데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인가. 세계는 미국 주도하에 번영을 지속할 것인가, 아니면 1930년대와 같은 대불황을 다시 겪을 것인가.

이 책은 현 상황에 대한 분석과 향후 대안을 모색한다. 지난 10년간 세계 각국에서 일어난 현상을 해석해 나름대로 결론을 내리고, 앞으로는 어떤 세계가 되고 또 되어야만 하느냐를 이야기한다.

결론은 간단하다. 신자유주의에 기반을 둔 현 자본주의 체제는 필연적으로 세계 경제 대공황을 가져와 붕괴한다는 것이다. 이를 이 책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지난 10여간의 세계적인 불안정은 인류사회가 새로운 차원으로 거듭나기 위한 일종의 산고(産苦)로 이해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신자유주의에 대한 저자들의 비판은 매우 가혹하고 과격하다. 한마디로 좌파적이다. 1부 신자유주의와 경제 대공황의 필연성에서 저자들은 시장경제와 공동체 경제의 비양립성, 신자유주의 논리와 세계적인 경제ㆍ사회 불안정, 세계 경제 대공황의 필연성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1980년대 시작되고 1990년대 본격화한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사조는 자연자원과 노동에 대한 극단적인 착취를 지구촌 전체의 차원에서 정당화 시키는 경제사상이라는 것이 저자들의 기본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신자유주의는 자본주의 단점을 극명하게 노출시킴으로써 다수의 피착취 계층이 자본주의의 폐해를 뼈저리게 느끼도록 만들어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고 이를 받아들이게 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므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인류사회를 진전시키는 결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변증법적인 냄새를 풍긴다.

여기까지는 신자유주의와 세계화를 비판한 다른 저서들과, 자본주의 체제의 필연적인 붕괴 주장은 조금 더 나갔다 하더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새로운 대안사회의 모색을 다룬 2부는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에게 널리 알려져 있지 않는 것들이나 지금은 많이 쇠퇴한 것에 대한 논의여서, 자본주의 체제의 붕괴를 전제로 하지 않더라도 현 체제의 문제점에 대처할 수 있는 하나의 방안으로서 생각해 볼만 하다.

저자들은 대안으로 지역공동체 경제의 활성화와 프라우트(PROUT, Progressive Utilization Theory, 진보적 활용론) 제도를 들고 있다. 지역공동체 경제의 핵심은 지역의 부존자원을 최대로 활용하는 자급자족의 지역중심 경제를 지향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외부와의 교역으로 보완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구체적인 수단으로는 현재 세계 일부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는 지역 내 교환제도(레츠 시스템, 이사카 아워, 타임 딜러)와 협동조합(대표적인 성공 사례로는 스페인 바스크 지방의 몬드라곤 협동조합 복합체)을 들고 있다.

지역내 교환제도는 국가가 발행하는 화폐대신 지역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교환의 매개수단을 만드는 것이고, 협동조합은 지역에 기반을 둔 ‘풀 뿌리’ 인적ㆍ물적 조직을 말한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근본적인 대안으로 인도의 사카르가 제시한 프라우트 제도는 개개인이 다른 사람들을 착취하지 못하게 하면서 스스로의 복지를 최대한 증진시킬 수 있도록 하여 물질적인 면에서 개인과 전체가 공동으로 전진하는 것을 목표로 한 제도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이 같은 것들의 완성을 위해 네오 휴머니즘에 의한 새로운 인간관과 삶의 발상 전환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어떻게 보면 ‘황당’하기도 하지만 ‘재미’가 있다.

저자들은 이 같은 논리 전개에 있어 인도 사상가인 사카르의 저술과 그의 사상을 구체화한 미국 서던 메서디스트 대학의 바트라 교수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인물과 이론이다. 그래서인지 책 말미에 사카르는 누구이고, 그의 이론의 윤곽은 무엇인지를 보론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상호 논설위원 shlee@hk.co.kr

입력시간 2001/12/20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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