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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현의 영화세상] 드라마 ‘商道’ 와 영화 ‘두사부일체’

[이대현의 영화세상] 드라마 ‘商道’ 와 영화 ‘두사부일체’

송상(개성 상인)의 우두머리의 딸인 다녕(김현주)은 아버지의 하수인인 정치수(정보석)를 비난합니다. “그렇게 상도를 저버리면 도적이나 무엇이 다릅니까.”

다녕이 이렇게 말한 이유는 정치수의 비열한 행동 때문입니다. 정치수는 만상(의주의 상인)을 몰락시키기 위해 계략을 꾸몄습니다. 그는 우선 짚신을 대량으로 사들였습니다.

그리고는 거짓으로 봉화를 올려 마치 나라에 전쟁이 일어날것이라는 소문을 퍼뜨렸습니다. 당연히 과거시험이 취소될 지경에 이르렀고, 결국 종이 값은 떨어졌습니다. 사람들은 짚신을 사려 몰려들었고 그는 큰이익을 남기고 팔았습니다.

반면 종이를 갖고 있는 상인들은 값이 떨어져 낭패를 당하게 생겼습니다. 값이 떨어져도‘울며 겨자 먹기’로 팔 것이고, 그때 다시 사들이면 그 사이 전쟁소문이 ‘헛소문’으로 밝혀져 예정대로 과거시험은 치러질 것이니 값이 올라 떼돈을 번다는 것입니다.

종이를 갖고있는 사람들이 바로 라이벌인 만상(의주의 상인)입니다. 그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들을 망하게 만들려고 합니다.

그러자 정치수는 다녕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저에게는 돈 버는 것이 오직 상도입니다”라고. 수단과 방법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죠.

MBC가 최인호씨의 소설을 드라마화한 ‘상도(商道)’의 이야기입니다. 물론 장사의 목적은 ‘이익’을 남기는 것입니다. 가능하면 높은 값을 받는 게 장사의 기본이지요.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상(商)을 높게 평가하지 않았는지도 모릅니다.

이유야 어떻든, 정도차이는 있을망정 사람을 속이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그래서 옛 사람들은 상업에도 ‘도’를 지키려고 했습니다. ‘상도’는 바로 그것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그만큼 자본주의 사회에서 점점 그것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도’란 무엇입니까. 길이죠. 바로 ‘수단과 방법’을 말합니다. 그것을 올바르게 하는 일이 결과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할 만큼 지금 우리 사회가 맑고 깨끗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또 세상 인심이 모두 과정 보다는 결과에 치중하는 세태 또한 무시할 수도 없습니다. ‘망한 양심적 기업’ 보다는 ‘요령있게 장사 잘해서 모두에게 이익을 골고루 나눠주는 기업’이 지금 같은 위기에서 더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정당한 수단과 방법’이 반드시 손해는 아닙니다. 단순히 이익 이상의 것을 주기도 합니다. 당장은 손해인 것처럼 보여도 의외의 결과를 줄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행운’이라고 말하는 것도그 ‘도’에게만 찾아오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또 하나의 조폭영화, 이제는 정말 웃음 하나로만 보기에는 역겨운 ‘두사부일체’를 보며 ‘상도’가 생각났습니다. 영화 수준이야 어떻든 재미있다고 생각해 관객이 많이 드는 것을 욕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러나 상도를 어기면서까지 돈을 벌려는 얄팍한 상술은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두사부일체’는 12월 8일 서울 일부극장(20개)에서 ‘유료시사회’를 개최했습니다.

유료시사회라고는 하지만 입장료도 7,000원으로 똑같고, 원래 개봉 날짜인 14일까지 계속되니 사실상개봉이지요.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미리 관객의 반응을 알아본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경우는 대개무료거나 입장료가 적습니다.

영화계에서는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와 제작사가 일주일 먼저 개봉하는 ‘화산고’의 김을 빼놓으려고 잔꾀를 부린 것이라고 비난합니다. 누가 봐도 그렇게 보입니다.

‘화산고’로서는 정말 기분이 나쁠 것입니다. 50억원짜리 블록버스터를, 할리우드 영화도 아닌 같은 우리영화를 그런 식으로 찔러보다니.

어차피 14일에는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이 개봉하니 이래도 2등, 저래도 2등 밖에 못할 상황이니 배 아픈데 흙탕물이나 튀겨보자 뭐이런 것일까요. 개봉이야 영화사와 배급사 극장이 뜻만 맞으면 아무때 해도 되는 것이지요.

그러나 ‘두사부일체’가 새로운 전략이라고 내놓은 것이 거대 배급사의 힘으로 상대방 튀통수를 치는 일이라면, 아이디어 서로 먼저 베껴먹기에 이어 바닥에 떨어진 한국영화의 상도를 드러낸 것이죠.

요즘 조폭영화는 그나마 조폭의 마지막 미덕인 ‘의리의 상실’을 한탄합니다. 그런 영화를 만들면서 배운 것이 고작 그런 것이라면.

<사진설명> 상대방 김빼기 작전으로 ‘유로 시사회’란이름을 달고 일주일 먼저 일부극장에 개봉한 ‘두사부일체’.

이대현 문화과학부 차장 leedh@hk.co.kr

입력시간 2001/12/20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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