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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이겨야 본전…"부담되네"

[바둑] 이겨야 본전…"부담되네"

이창호의 '미완성의 승리- V100'(26)

드디어 2001년 2월22일 운명의 날은 밝았다. 거함 이창호에게 도전할 이 '꼬마 돌맹이' 이세돌. 이창호가 과거에 그랬듯 이 10대의 소년은 무서울 것이 없다.

그리고 또 승부에 임하면서 "져도 잘 싸웠다"는 칭찬을 들을 것이기 때문에 전혀 부담감이 없다. 굳이 부담을 찾아본다면 스스로 이창호를 이기고 싶다는 욕구가 크다는 것. 그러나 어찌 그것을 부담감이라고 표할 수 있으랴. 승부사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그런 원초적 욕구이거늘.

서울 코엑스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벌어진 제1국. 마침 이창호가 이 대회에서 우승을 하게 되면 입단 14년만에 타이틀 100개째를 채우는 또 하나의 금자탑을 세우게 된다. 이래저래 이창호에게는 부담이 가는 한판이었다.

한사람은 어떤 창이라도 막을 수 있을 것 같은 두꺼운 방패와 같은 모습이고 또한 사람은 어떤 방패라도 뚫을 것 같은 기세로 충만되어 있다. 입장에서부터 이창호는 고개를 아래로 숙이고 이세돌은 그 표정이 천진난만하여 다소 경솔하게도 비쳤다.

이창호가 꼭 10년전 린하이펑(林海峰)을 꺾을 때도 기자들이 이렇게 많이들 몰려왔다. TV3사는 물론 바둑채널까지 동원되어 카메라 숫자만도 5대였다.

그 외 각종 보도차량들이 줄을 이었다. 여느 때라면 바둑가에서는 볼 수 없는 기자들이 많이도 왔다. 모르긴 해도 이세돌이 이기면 다큐 프로그램을 제작하려는 팀도 있어 보였다.

그렇듯 이창호의 V100에 쏠린 눈은 다름 아닌 이세돌에게 향하는 시선이었다. 어쩌면 그것까지 꼭 닮았을까. 10년전 동양증권배에서 이창호가 V1을 이룰 때와 흡사한 분위기. 이창호로서는 개의치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시종 이창호는 고개를 숙이고 밖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태도였고, 이세돌은 이런 분위기가 마냥 좋은 지 연신 싱글벙글 즐겁다는 투였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 인터뷰에서도 "창호형은 자신 있다"라고 한 그의 말도 떠올랐다. 이창호도 그 기사를 보았을 테고..

이창호가 흑을 들었다. 누누이 하는 얘기지만 강자는 운도 좋다. 제1국에서 흑을 들었다는 것은 분명 기분 좋은 일이다. 자신의 구상대로 한판을 이끌 수 잇다. 이창호는 유행을 타던 미니 중국식을 들고 나왔다.

그리고 두터운 실리형답게 양쪽 귀를 굳히고 실리에서는 뒤지지 않겠다는 집념을 보였다.

흔히 이런 큰 바둑에서는 지지 않는 바둑, 쉽게 무너지지 않는 바둑이 좋다. 어쩌다 한번 실수를 했다고 하더라도 다시금 기회가 다가오는 바둑. 이런 바둑은 실리에서는 뒤지지 말아야 한다. 당연히 실리위주로 흐르게 되어있다.

초반 때 이르다 싶게 이창호는 좁은 곳을 파고들며 이세돌을 자극한다. 상변을 파서 넘어간 것은 초반에 조금 이르지 않나 싶었는데 그래도 '천하의' 이창호가 택한 길이라서 관전객들은 '믿는 구석이 있겠지'라고 보았다.

그러다 또 좌변에 뛰어든 백을 곤마로 만들면서 이창호는 정말이지 리드해 나가고 있었다. 좌하귀를 붙여가자 늘 상용의 정석들중 유독 실리에 가장 강한 정석을 택한다.

이창호는 생각이 물론 있다. 이렇게 집부족에 허덕이다 보면 나이 어린 이세돌은 당황하게 될 것이고, 당황하면 그만큼 끝낼 시간도 다가온다고 말이다.

그런데 이세돌이 믿는 구석은 하나가 있었으니 하변에 큼지막한 대궐이었다. 아직 대궐이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대궐 터라고 해두자.


[뉴스화제]



·한국 바두계 또 한명의 신예강자 탄생

'어린왕자' 박영훈 2단이 생애 첫 타이틀을 쏘아 올렸다. 12월11일 한국기원 특별대국실에서 열린 제6회 박카스배 천원전 결승5번기 제4국에서 박 2단은 '신4인방의 원조' 윤성현 7단을 맞아 287수만에 흑4집반승을 거두고 종합전적 3승 1패로 타이틀을 획득했다.

1999년 12월에 입단한지 24개월만에 타이틀을 획득한 박 2단은 서봉수 9단이 보유하고 있는 최단기간 타이틀 획득 기록(1년 8개월)에 불과 4개월 뒤진 역대 2위에 해당한다.

또 박 2단은 최저단 타이틀 획득기록도 타이를 기록했다. 이전까지 최저단 타이틀획득 기록은 서봉수 9단이 2단 시절인 1970년,조남철 9단을 상대로 명인을 획득하면서 작성한 바 있다. 이로써 한국바둑계는 또 한 명의 신예 강자를 보유하게 되었다.

진재호 바둑평론가

입력시간 2001/12/20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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