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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미8군 소속이냐"

"국방부가 미8군 소속이냐"

용산기지 내 아파트 신축문제, 어정쩡한 대응 '비난여론' 뭇매

“국방부는 미군의 편인가, 국민의 편인가” “대한민국 국방부가 미국의 산하기관인가”‥‥­.

국방부가 12월 13일 주한 미군의 용산기지 내 아파트 신축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뒤 시민들과 시민ㆍ사회단체의 비난이 폭발하고 있다. 7일 주한미군의 아파트 건설 계획이 처음 알려지면서 미군에 쏟아졌던 비난의 화살이 국방부로 향한 것이다.

이는 협상도 시작하기 전에 먼저 나서서 미군의 입장을 그대로 받아주려는 국방부의 처사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이다.

더욱이 국방부는 용산기지내 아파트 건축사실 인지 여부에 대한 ‘말바꾸기’로 시민들의 불신을 받고 있던 차에 ‘아파트 건축 허용’입장까지 밝혀 ‘무대응, 무전술’ 부처라는 불명예를 스스로 안은 셈이 됐다.


국방부 ‘자승자박’, 파장 증폭시켜

국방부의 일부 관계자들은 “미군의 아파트 건축계획이 이처럼 사회문제로 확대될 사안은 아니었다”고 밝히고 있다.

즉 국방부가 사안을 잘못 처리하는 바람에 ‘전 국민의 비난을 받는’ 문제로까지 파장이 일파만파로 증폭됐다는 설명이다. 처음 주한 미군의 아파트기지 건축계획이 알려졌을 때 국방부가 이를 솔직히 시인했거나, 그 이후에도 “미군이 아파트 건축계획도면 등 서류를 제출해 오면 서울시 및 외교통상부와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더라면 국방부가 비난을 자초하지 않아도 됐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국방부는 주한 미군의 아파트 건축계획이 밝혀지자 “미군측으로부터 어떤계획도 전달받은 바 없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불과 이틀만인 10일 미군이 “국방부에 아파트 건축 계획을 분명히 전달했다”며 강력히 항의하자 국방부는 “지난 5월 구두로 전달받았다”고 뒤로 물러섰다. 이마저도 몇시간 가지 못했다.

주한미군 공보관인 새뮤얼 테일러 대령이 이날 저녁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5월17일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시설 및 구역분과회의에서 최초 계획서를 포함한 공식서한과 브리핑을 통해 한국측에 통보했다”고 공개했던 것이다.

국방부는 뒤늦게 이를 인정하면서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과장이 개정된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규정에 맞도록 보완할 것을 미국측에 요구하며 서한을 미군측에 반려하면서 상부에 보고하지 않아 차질을 빚게 됐다”고 해명했다.

해당 관계자는 “처음 언론에서 4만5,000평의 아파트건축을 물어봐 그 계획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고 답했었다. 1단계 공사인 8,700평 건축계획만 미국측으로 전달 받았다”며 궁색한 설명을 했다.

국방부의 이 같은 설명은 ‘해명을 위한 해명’이라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했다. 상명하복을 생명으로 하는 군에서 하급자가 상급자에게 ‘중대한 사안’을 보고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으며,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철저한 조사를 한 뒤 인지 여부를 밝혔어야 했다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사항은 그 후 국방부의 대응문제였다. 국방부는 용산기지 내 아파트 건축문제가 여론의 도마에 오르자 대응책으로 주한 미군과 용산기지 이전과 아파트 건축 등 제반 문제를 논의키 위한 ‘고위급 협의체’를 상설화하기로 하는 등 발빠른 대책을 내놓았다.

이 때까지만해도 언론은 “미국측이 1990년 기본합의각서(MOA)의 유효성을 공식 인정했다는 점과 용산기지 이전계획 논의를 재개한다”는 의미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미군 입장 일방 대변

하지만 그 다음날인 13일 국방부는 주한미군의 아파트건설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겠다”고 밝혀 여론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민주당과의 당정협의회에서 국방부는 “국내 건축법 및 개정 SOFA 범위 내에서 검토하되 토지특성, 건축물 높이 등 적법 요건 충족시 용산기지 내 아파트 건립을 허용하겠다”고 말했던 것이다.

여기에다 “주거시설 개선을 통한 주한미군의 삶의 질 향상이 궁극적으로 전투력 향상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대내외에 홍보하고, 용산기지 내 아파트 건립의 필요성에 대한 범정부 협조 및 설득을 펼쳐 나가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는 국방부가 미군의 아파트 건설을 허용할 뿐만 아니라 미군의 입장을 대변, 직접 홍보까지 나서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미군이 자료를 제출하면 서울시와 협의하겠다’는 국방부의 말을 굳게 믿어온 시민들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였다.

국방부는 파문이 확산되자 “원칙론을 밝힌 것이며,(국방부) 시설국이 당정 협의자료를 만들면서 일부 그 원칙론을 잘못 전달했다”고 거듭 해명했다. 한 고위관계자는 “국방부가 아파트 건축 허용권이 없는데 어떻게 허용여부를 결정하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방부가 관계부처와 협의하기도 전에 섣불리 허용 입장을 밝힌 것은 뜻하지 않게 ‘속내’를 드러낸 것에 불과하다는 게 군 안팎의 분석이다. 현실적으로 미군의 아파트건설을 규제할 근거를 찾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미군 기지내 시설 건축과 관련된 개정 SOFA 3조1항의 ‘협의’는 구속력이 없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 조항은 한국 정부가 주장하는 승인이나 동의의 개념이 아니라 미국이 주장하는 “지자체의 승인과 동의는 불필요하다”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즉 미군이 한국과 협의없이 아파트 신축을 강행하더라도 우리 정부가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뜻이다.

여기에다 한미동맹 관계상주한미군이 병사들의 주거를 위한 아파트 건축 요구를 묵살하기가 어렵다는 것도 다른 이유다.

미국측은 “일본과 독일의 미군 기혼자 주거율이 70%를 넘는 반면, 최전방인 한국의 경우 불과 10%에 그치고 그나마 시설도 노후하고 열악해 병사들이 한국 배치를 꺼리고 있다”며국방부를 압박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전술전략서 미군에 판정패”지적

결국 국방부는 섣불리 미군의 아파트 건설계획 허용의사를 밝혀 서울시와 외교통상부 등 관계기관들과의 협의가 이루어지기도 전에 미군측에 약점을 잡히는 ‘우(愚)’를 범한 것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국방부는 전술 전략에서 미군에 판정패했다”며 “보다 신중하게 대처했다면 서울시 도시계획등에 미칠 부정적인 요인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아파트 건축을 유도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권혁범 사회부기자 hbkwon@hk.co.kr

입력시간 2001/12/23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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