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으로 오면 당신은 챔피언"

겨울전지훈련의 메카로 떠오른 '따뜻한 남쪽' 기후 마케팅

“‘따듯한 남쪽나라’ 경남은 운동선수들에게는 ‘약속의 땅’.”

본격적인 ‘스토브리그’에 접어 든 12월은 운동선수들에게는 다음 시즌을 기약하는 전지훈련장을 물색해 대이동을 시작하는 시기.

겨울 동안 쏟아내는 땀방울에 따라 내년 시즌 성적이 좌우되는 만큼 각 팀들은 ‘저비용 고효율’의 전훈지 선택을 위해 ‘보이지않는 전쟁’을 벌인다.

서울 등지의 추운 지방에서 눈독을 들이는 경남은 따뜻한 기후와 저렴한 체재비, 여기에 자치단체들이 파격적인 인센티브 제공 등을 내걸고 ‘선수단 모시기’에 나서 경남을 일약 ‘동계전지 훈련의 메카’로 인식시켜 놓았다.

이는 ‘기후 마케팅’을 이용해 짭잘한 수입을 올리면서도 지역홍보도 하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를 노린 이른바 ‘다목적 포석’이 그대로 맞아 떨어진 것이다.

운동선수들을 잡기 위해 뛰고 있는 시ㆍ군의 노력은 실로 눈물겹다. 시ㆍ군마다 ‘매력있는 전훈지’ 임을 인식시키기 위해 기발한 인센티브를 개발ㆍ선전하고 공무원들은 ‘세일즈맨’이 돼 연중 적극적인 ‘스포츠 마케팅’을 벌인다.

담당직원 연수, 홍보책자 및각종 안내책자 제작 및 배부, 출향인사를 총동원한 유치전, 공무원 현지출장 유치활동 등 공격적인 마케팅은 기업체의 영업전략을 방불케 한다.

시ㆍ군 마다 시장ㆍ군수가 전훈단을 맞이하고 코치와 감독을 초청해 만찬을 베푸는가 하면 선수들에게는 지역 특산품과 기념품을 건네는‘고객 감동 시책’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인센티브는 필수적. 숙박비와 목욕탕, 음식점 할인은 기본이고 관광지 입장료 면제, 부상선수 무료치료, 공공시설의 숙박시설 제공….

경남이 이 같은 ‘스포츠마케팅 전략’을 짜고 동계전지 훈련팀 유치에 팔을 걷어 부친 것은 1999년 9월.

그해 동계훈련 기간(99년11월10일~2000년 3월10일)에 전국에서 353개팀 8,967명이 경남에서 겨울을 났다. 지난해 11월부터 올 3월까지의 시즌에도 580개팀 1만5,894명이 경남을 찾아 120억원을 경남에 떨구고 갔다.


대진고속도로 개통으로 지리적 여건도 개선

특히 올 겨울은 대전~진주간 고속도로 개통으로 서울과 지리적 거리감을 한층 줄였다고 보고 목표를 700개팀 2만여명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고 ‘판촉전’도 강화했다.

먼저 도는 지난 10월 김혁규 지사 명의의 안내편지와 115쪽 분량의 컬러판 동계전지훈련 안내서 등을 86개 프로팀과 각급 학교, 가맹경기단체 등 850곳에 일제히 보냈다.

또 20개 시ㆍ군 전훈유치 담당 공무원들을 한곳에 모아 연수를 실시하고 연말에 전훈유치 우수 시ㆍ군에 대한 두둑한 포상계획을 내걸어 시ㆍ군간 유치경쟁에 불을 지폈다.

지난 10월 전국체전 기간에는 주경기장 앞에 별도의 안내부스를 설치하고 판촉전을 벌이면서 각 경기장에도 ‘동계전지훈련의 메카, 경남으로 오세요’라는 홍보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이와함께 도와 시ㆍ군 인터넷 홈페이지에도 동계전지훈련 안내 사이트를 개설, 운영하며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또 도는 경남을 다녀간 애프터서비스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매년 선수들에 대한 여론조사를 벌여 선수들의 의견을 다각도로 분석해 즉각 개선토록 하고 있다.

시ㆍ군들도 자체적으로 홍보물을 발송하는 한편 운동장과 체육관 등 훈련장 손질을 마무리했다.

전훈팀 유치에 가장 적극적인 진주시는 ‘푸른도시-행복도시, 동계훈련은 진주로 오십시오’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올해도 변함없는 푸짐한 인센티브를 내걸었다.

진주시는 훈련팀 차량에 ‘환영, 훈련차량’이란 스티커를 부착하고 이 차량이 특별한 사고를 내지 않는 한 단속하지 않기로 경찰과 협의를 마쳤다.


파격적 지원책, 각종 인센티브 제공

또 지역 한의사회의 지원을 받아 부상선수는 무료 한방치료를 해주고 동계전지 훈련팀을 대상으로 ‘진주시장배 축구대회’를 열어 시상금을 듬뿍 줄 계획이다.

이와함께 시장과 시 간부들이 번갈아가며 전훈장을 찾아 위문품을 전달하고 선수들의 애로사항을청취하는 한편 숙박업소와 식당, 목욕탕에 대해서는 할인 혜택을 주기로 했다.

김호, 김호곤, 김종부, 김도훈 등 불세출의 축구선수를 배출한 통영시는 ‘축구의 도시통영’이란 기치아래 1998년 평림체육전지훈련장을 개장하고 지난해에는 ‘동계 아동 축구 스토브리그’를 열었다.

또 전지훈련팀과 지역 축구조기회와의 자매결연을 추진, 지난해까지 36개팀이 결연을 맺어 숙소와 훈련장 이동과 연습 파트너 역할 등을 통해 ‘단골팀’만들기에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훈련팀에 대한 혜택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시장이 코치와 감독들을 초청, 만찬을 열어주고 기념품도 주고 있다.

또 음식점과 숙박업소는 시가 나서 모범업소를 소개시켜 주고 있으며 목욕요금 10%인하, 공영주차장 무료이용 등의 혜택도 주고 있다.

한국 마라톤의 간판 이봉주 선수의 전훈지 고성은 ‘이봉주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고성군은 1998년 한려수도를 보며 달릴 수 있는 고성군 거류면 송산리~용산리 간42.195㎞의 마라톤 풀코스를 개발했다.

바다와 산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 이 코스는 이봉주선수가 3년째 이곳을 찾고 있으면서 육상 중ㆍ장거리선수들에게는 ‘이곳에서 훈련하면 기록이 단축된다’는 믿음의 담금질 코스로 자리잡고 있다.

이 코스는 지난해 15개팀 340여명의 선수가 다녀갔고 올해는 30개팀 700여명이 이미 예약을 마친 상태다. 특히 고성군은 내년 1월27일 ‘이봉주 훈련코스 제1회 전국마라톤대회’를 열어 ‘마라톤 전지훈련 메카’로서의 입지를 다질 계획이다.

고성군은 전훈팀의 체재비 절감과 숙박난을 덜어주기 위해 마을회관 등 공공시설을 숙소로 무료 제공하고 있다.

국제규격의 하키경기장을 보유한 김해시는 하키와 축구, 단거리 육상종목을 전략종목으로 지정, 지난해 50개팀을 유치했다. 시는 김해를 찾은 전훈팀에게 운동장 이용 등의 편의제공은 물론 지역특산품인 진영단감과 가야도자기세트 등을 제공을 통해 선수들의 마음 잡기에 나서고 있다.

함안군은 가장 취약점으로 지적된 숙식난 해결을 위해 1998년 1월 공설운동장내에 합숙소 4개동과 식당, 목욕탕, 체력단련실 등이 딸린 축구연수원을 개장하면서 축구팀들의 신흥 훈련메카로 급성장 하고 있다. 8개팀 270명이 함께지낼 수 있는 이 축구연수원은 세끼 식사와 숙박을 포함, 1인당 이용료가 하루 2만원에 불과한 것이 강점이다.

이 때문에 개장 이후 80개팀 2만여명이 이 시설을 이용했다.


경남도 연간 150억원의 경제적 효과

올해부터 ‘기후 마케팅’에 뛰어든 사천시는 전훈 선수들은 물론 가족들에게 유람선 관광을 시켜줄뿐 아니라 시장배 초등부 축구대회도 열 계획이다.

9개의 사계절 잔디구장과 국내 최대규모의 야구전지훈련장 등 종합전지훈련장인 ‘스포츠파크’를 보유한 남해군은 전훈팀을 ‘선별’해야 하는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다. 전국 각지에서 전훈 문의가 쇄도하기 때문이다.

군은 전훈팀을 위해 서면 서상리 스포츠파크에 메디컬센터 역할을 하는 보건지소를 운영하고 넘쳐나는 전훈팀 수용을 위해 스포츠파크 가족호텔(95개 객실)과 1,000명 수용규모의 대형 숙박시설을 내년초 완공할 계획이다.

이밖에 창녕군은 국내 최대 유황온천단지인 부곡온천을 활용한 유치전을 펼치고, 창원시는 사격과 야구를, 마산은 레슬링, 진해는 럭비 등 주력종목을 중심으로 저마다 전훈팀 ‘모시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경남도 백중기 체육청소년과장은 “적극적인 유치 노력으로 해마다 경남을 찾는 ‘단골팀’이 크게 늘었다”며 “전지훈련팀 유치로 연간 150억원대의 경제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창원=이동렬기자

입력시간 2001/12/23 16:19


창원=이동렬 dy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