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처럼 달리면 못생겨도 뜬다

디지털 방송시대 본격 개막, 2002년 방송·연예계 이끌 얼굴들

2002년 임오년,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과 산업적 규모가 날로 확대되고 있는 방송ㆍ연예계에서도 기대와 좌절, 희망과 절망, 비상과 추락이 교차할 것이다. 대중의 인기에 따라 방송ㆍ연예인의 부침은 거듭되기 때문이다.

오늘의 인기가 내일로 이어지리라는 보장이 전혀 없는 곳이 방송ㆍ연예계다.

올해는 방송계의 혁명이라고 불리우는 디지털 방송이 본격화하고 80여개 채널 위성방송의본 방송이 3월에 시작되는 등 방송계 환경이 급변할 예정이어서 방송ㆍ연예계의 판도는 예상키 어렵다.

또한 경기 침체 등에 따라 방송을 시청하는 사람들이 급증한 것도 방송ㆍ연예계에 새로운 판을 짜게 만들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풀 꺾일 사극열풍, 시대극 약진

먼저 대중들의 인기에 생사가 결정되는 드라마 제작자와 연기자중 비상의 날개를 달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올해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장르의 전망이 필요하다. ‘용의 눈물’에 이어 ‘왕과 비’ ‘허준’, ‘태조 왕건’ ‘여인천하’ 등으로 최근 3년 동안 안방극장을 휩쓸어온 사극 열풍은 수그러질 것으로 보인다.

‘태조왕건’ 후속으로 고려 광종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KBS의 ‘제국의 아침’이 2월부터 1년간 방송될 예정이고 ‘여인천하’ 후속으로 조선 후기 보부상을 소재로 한 경제사극 SBS ‘대망’이 4월쯤 시작할 계획이나 최근 3년 동안의 인기를 얻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사극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도가 현저히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시대극의 강세 현상이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두한 일대기를 100부작으로 다루는 SBS ‘야인시대’가 올 상반기에 첫 방송을 시작할 것이고 다른 방송사도 다양한 성격의 시대극을 준비하고 있다.

2001년에 방송된 시대극 ‘황금시대’ ‘소문난 여자’ ‘동양극장’ ‘화려한 시절’ 등이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다. 침체의 늪에 빠진 트렌디 드라마는 약간의 회복세가 기대된다. 92년 ‘질투’를시작으로 근래 10년 동안 드라마의 왕좌를 차지한 장르인 트렌디 물이 2001년에는 시청자의 눈길을 끄는데 실패했다.


양아치 연기 류승범 스타 예감

그렇다면 올해 안방극장을 수놓을 스타들은 누가 있을까?

우선 신인급 중에 손에 꼽히는 연기자는 ‘화려한 시절’에서 양아치 연기를 기막히게 해내며 지난해 스타로 확실하게 부상한 류승범, ‘허니 허니’ ‘우리집’으로 시청자들에게 처음 얼굴을 내밀었으나 부드럽게 잘 생긴 꽃미남으로 청소년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김재원, 희생적이고 맑은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는 ‘피아노’의 고수 등이 신인급 남자 중 안방극장 캐스팅 1순위에 올라와 있다.

이밖에 박광현 조인성 등도 이들과 인기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여자 연기자중에는 지난해 그야말로 혜성처럼 나타난 손예진과 소유진 김유미 공효진등이 여전히 새해에도 인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3월 방송된 ‘맛있는 청혼’이 데뷔작이었던 손예진은 청순한 이미지를 무기로 ‘선희 진희’ 의 주인공에 이어 올해 개봉될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에 캐스팅되는 등 그야말로 벼락 스타로 떠올랐다.

신인인데도 연기력을 갖춘 소유진 김유미 공효진 등도 확실히 주연 자리를 굳힐 것으로 보인다.

중견 연기자중 눈길을 끄는 사람은 ‘야인시대’에서 김두한 역을 맡은 김영철 이다. 그는 ‘태조 왕건’의 궁예 역을 맡아 강렬한 카리스마를 유감없이 발휘해 연예인의 인기 척도라고 하는 광고 모델로도 화려하게 비상했다.

요즘 드라마 ‘피아노’, 영화 ‘나쁜 남자’등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뛰어난 연기력으로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조재현, 출산으로 잠시 공백기를 가진 채시라, ‘여인천하’의 두 주역 전인화 강수연, ‘태조 왕건’에서 타이틀 롤을 맡아 한층 성숙된 연기를 선보인 최수종, 지난 한해 MBC 드라마에서 가장 관심을 끈 차인표 등이 안방 극장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2002년을 수놓을연기자들이다.

시트콤의 약세가 눈에 띄게 나타나는 가운데 새해는 코미디 장르의 부활이 예상돼 스타 개그맨들의 탄생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스타 산실로 자리잡고 있는 KBS ‘개그 콘서트’는 여전히 스타급 개그맨들을 계속 양산할 것으로 보인다.

‘연변총각’으로 지난해 일약 스타덤에 오른 개그맨 강성범은 스크린에도 진출해 그의 끼를 유감없이 선보일 예정이다. 이밖에 고명환 문천식 등 신인급 개그맨들이 정상에 도전할 예정이고 심현섭 김영철 김진수 김효진 등이 올해에도 인기를 이어 갈 것으로 보인다.


오락·교양 아우르는 퓨전 장르

오락 프로그램의 판세 변화도 예고되고 있다. 토크 쇼와 버라이어티 쇼의 선정성등 폐해가 급증해 방송사에서 이와 관련한 프로그램의 축소와 성격 변화를 시도할 계획이다.

대신 정보와 재미를 담는 인포테인먼트(인포메이션+엔터테인먼트), 교육과 재미를 혼합한 엔포테인먼트(에듀케이션+엔터테인먼트)등 오락과 교양의 퓨전 장르가 대폭 편성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말장난으로 일관하던 연예인 토크 쇼와 버라어이티쇼 대신 지난해 가을개편때 선보여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공익 오락프로그램 MBC ‘! 느낌표’ 에서처럼 개그맨들이 공익성을 강조한 코너를 맡아 진중한 모습으로 변신을 시도할 것이다.

교양과 오락 프로그램의 진행자들의 패턴도 확연히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방송3사를 누비며 3~5개의 오락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남희석 이휘재 유재석 박경림 박수홍 주영훈 이경규 신동엽이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있는 가운데 연예인 끼를 발휘하는 아나운서들의 오락 프로그램 진출 현상이 뚜렸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MBC 신동진 아나운서, KBS 윤인구 최윤경 황정민 아나운서 등이 대표 주자들이다.

올해는 프리랜서 선언을 한 스타 아나운서들과 관록을 자랑하는 중견 진행자들의 맹활약이 어느 때 보다 기대되는 한해이기도 하다.

다채널 시대를 맞아 프리랜서 선언을 하는 아나운서 등 방송인이 늘고 있는 가운데 정은아 이금희임성민 허수경 박정숙 등 기존 프리랜서 방송인들의 퓨전 장르 프로그램 진행이 증가할 것으로 보이고 황현정 유정현 등 최근 프리랜서를 선언한 아나운서도 각종 프로그램에서 얼굴을 내밀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차분하게 품격 있는 진행으로 눈길을 끌고 있는 임성훈 이계진 이상벽 허참등 중견 진행자들의 역할도 예전보다 커질 것이라는 게 방송계의 진단이다.


월드컵 '입의 전쟁'도 관심

많은 제작비와 오랜 제작 기간이 투입돼 만들어지지만 소수의 시청자에게만 사랑을 받는 다큐멘터리 분야도 변화가 예견된다.

방송사가 연중 기획 다큐멘터리를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현대사에서 은폐되거나 왜곡된 사건을 중심으로 펼쳐나가는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와 생활 속에서 가장 중요한 먹는 것에 대해 집중 조명한 SBS ‘잘 먹고 잘 살기’가 시청자의 눈길을 끌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방송계를 강타한 비디오 저널리스트(VJ) 프로그램의 강세 현상이 올해는 더욱 두드러질 것이다. 시청자의 호흡이 짧아진 데다 생생하고 현장감 있는 영상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VJ특공대’ ‘세상에 이런 일이’ ‘6mm 출동 현장 속으로’ 와 같은 VJ 프로그램이 더욱 더 많이 등장할 것이다.

또 하나 올해에 관심을 끄는 방송계 현안중의 하나가 월드컵 중계이다. 방송사에서는 월드컵 중계방송에 대비해 캐스터와 해설위원에 대한 집중적인 교육과 함께 풍부한 자료화면을 제공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준비를 해왔다.

특히 KBS 허정무, MBC 차범근, SBS 신문선 등 해설위원의 입심 전쟁이 볼만 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국남 문화과학부기자

입력시간 2001/12/28 16:50


배국남 문화과학부 kn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