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경제서평] 돈에 관한 우문현답, 그리고 행복척도

■돈의 감성지수
(루이스야블론스키 지음/ 김형근 김승욱 옮김/ 에코리브리 펴냄)

“백만장자와 비렁뱅이는 돈에 대한 태도에서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물론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의 백만장자와 비렁뱅이는 돈에 관한 한 ‘병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

백만장자는 갖은 수단을 동원해 아무리 돈을 긁어 모아도 항상 모자란다는 생각을 하는 반면, 비렁뱅이는 한 끼 밥을 해결할 돈을 구하는 문제도 골치거리라고 본다.”

돈에 감성을 부여한 이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그렇지만 돈이 갖는 경제ㆍ사회적 의미에 대한 분석은 아니다. 돈 때문에 겪는 또는 겪을 수 밖에 없는, 많이 가지고 있든 그렇지 않든간에, 여러 가지 일에 대한 설문조사 보고서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사회학 교수이며 40년 동안 심리치료사로 일해 온 저자가 사람들이 가족과 친구, 개인적인 문제에 있어 돈으로 인해서 겪는 갖가지 감정적인 문제들을 다룬 것이다.

돈은 사회적이고 심리적인 개념이며, 돈을 많이 가지고 있거나 적게가지고 있거나 돈은 감정적인 문제다. 돈은 실질적으로 인간의 모든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저자의 경력이 말해주듯 사례가 아주풍부하고 구체적이다. 마치 다른 사람의 돈과 관련된 생활을 유리를 통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사례들이 말하고 있는 것은 전혀 딴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다.

나에게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거나, 아니면 누군가는 경험했을 법한 것들이다. 그러한 ‘당연한‘ 이야기를 저자 나름대로의 순서에 의해 정리한것이 이 책이다. 50건에 달하는 심층취재와 미국인 41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그래서 장황하게 이론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매우 실증적이다. 다만 원서가 출판된 것은 1991년이어서 몇몇 사례가 현재 상황과는 잘 맞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돈이란 무엇인가? 누구나 평생 생각하는 화두다. 결론은 아마 대동소이 할 것이다. 살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있어야 할 것, 또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 대충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저자도 바로 그 점에서부터 출발한다.

돈은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라는 것이다. 웹스터 사전조차도 ‘성공’이라는 단어를 “부의 획득 내지는 모험의 끝”이라는 금전적인 시각에서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저자는 방향을 약간 튼다. 돈이 많다고 해서 힘이 세지지는 않는다는 것이 돈이 갖고 있는 역설이라고.

그래서 자신이 가진 부를 조종하느냐, 아니면 자신이 돈에 조종당하느냐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원칙을 이해하면서 동시에 돈의 운용에 관한 한 모범적인 사람들의 경험을 배울 수 있다면, 돈에 대해 더욱 적극적인 태도를 갖게 됨으로써 더욱 행복하고 풍요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자신이 돈에 대해 갖고 있는 개인적인 감정을 알게 되면, 돈이 삶에서 수행하는 역할과 자신의 행복에 대해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책을 쓴 이유이다. 책을 읽고 난 다음 그럴 수 있을 것인지는 전적으로 독자들의 몫이지만.

저자는 돈을 벌고 쓰는 스타일을 5가지로 나누고 있다. 현 상태에 만족하는 자족파,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세우는 합리적 성취파, 돈과 성공을 위해 노력을 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감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는 비 감정파,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고통을 겪는 감정파, 원하는 것과 현 상황과는 항상 차이가 있어 늘 고통스러운 무한 불만족파 등이다.

앞의 3 그룹을 만족파, 나머지를 불만족파라고 할 때 의미 있는 조사 결과가 있다. 어느 파에 속하건 똑같이 모든 경제적계층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해 부자건 가난뱅이건 자신이 가진 돈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행복해질 수도 불행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당신의 경우는 어떤지.

돈은 성적 매력과도 직접 관련이있다. 돈이 많으면 성적 매력이 높아지고, 없으면 그 반대라는 현상을 이 책은 여러 사례를 들어 ‘증명’하고 있다.

인기 연예인, 특히 남성의 열렬한 사랑을 받는 여자들이 남자들이 봐도 별 볼 일 없는 남자와 결혼하는 것이 이런 경우에 해당할 것이다. 결혼 상대 남자는 재벌급 부자들이 거의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돈에 관한 한 부모의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자식의 경제적 성공은 모두 이에 달렸다는 것이다. 최근 유행인 어린이 조기 경제 교육의 원조(?)를 보는 것 같아 조금은 개운치가 않다.

또 하나, 부자들의 자녀교육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자수성가한 백만장자 존 D 록펠러가 부자의 책임감을 자손들에게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강조한 결과 그 자손들이 자선사업을 활발하게 벌였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과는 달라 무엇이 진실인지 당혹스럽다.

이상호 논설위원

입력시간 2001/12/28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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