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연해의 中國통신](15) 항공모함…바다를 향한 대륙의 집념(下)

리우화칭(劉華淸) 전 중국인민해방군 상장(대장)은 해군 현대화의 아버지로 불린다. 그는 1982~87년 해군 총사령관, 1992~97년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을 역임하면서 21세기 중국해군의 건설계획을 구체화했다.

그의 구상에 따르면 중국해군은 2050년을 전후해 글로벌 포스(global force)로 발돋움하게 된다. 이른바 대양해군(blue navy)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대양해군의 핵심은 항공모함을 주축으로 구성된 항모 전투단이다. 항공모함과 탑재기, 호위함, 지원함등으로 구성된 항모전단은 대양을 무대로 최소한 수개월간 지원없이 단독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항모전단의 위력은 미국해군에서 잘 드러난다. 미국의 전지구적 전략을 뒷받침하는 핵심 전력은 5대양을 ‘미국의 호수(湖水)’처럼 누비는 항모전단이다.

리우화칭의 원대한 계획에도 불구하고 중국해군의 현주소는 아직 대양해군과는 거리가 멀다. 미국은 물론이고 주변국인 일본해군에도 전력이 크게 뒤지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지스 구축함 4척을 주축으로 한 일본해군에 맞설 수 있는 중국의 수상전력은 러시아에서 도입한 소브레멘니급 미사일 구축함 2척에 불과하다.

중국해군은 1996년 대만 총통선거를 전후해 발생했던 양안 군사긴장 당시 항모전단의 위력을 실감했다. 미국이 2개 항모전단을 대만 인근해역에 급파했을 때 중국은 사실상 대응할 방법이 없었다. 중국의 이 같은 무력감은 미국 항모전단에 대적할 다양한 전술 연구로 이어졌다.

대양해군을 건설할 때까지의 과도기적 해전술을 고안하기 시작한 셈이다.

최근까지 중국 각종 과학연구기관이 안출한 항모전단 대응전술은 ‘바다에서의 인민전쟁’으로 요약된다. 항모전단에 항모전단으로 대응할 수 없는 현실을 감안, 지리적 우위와 수적우위를 활용하는 ‘비대칭적’ 전술이 그 핵심이다.

대륙에 의지하여 근해작전을 수행함으로써 원거리 배수전(背水戰)을 펼치는 미 항모전단에 대응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이 같은 비대칭적 전술은 4가지 연관작전으로 구성돼 있다. 기뢰전, 잠수함 매복공격, 육상 미사일 공격, 항공작전이 그것이다.

우선 기뢰전은 미 항모전단의 주요 예상 통과항로와 활동해역에 기뢰를 사전 부설함으로써 항로를 봉쇄하는 것이다. 항모전단의 행동을 제약하고 전열을 흐트림으로써 후속공격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그 목적이다.

이어 잠수함 매복공격은 재래식 잠수함과 핵추진 잠수함의 역할분담으로 이뤄진다. 러시아제 킬로급등 재래식 잠수함은 항모전단 외곽의 순양함, 구축함, 지원함 등을 공격하는 반면, 핵추진 잠수함은 미사일로 항모를 직접 겨냥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방향과 거리, 심도에서 연속적인 어뢰 및 미사일 공격을 가함으로써 항모전단의 대응력을 떨어뜨리는 방법이다.

육상 미사일 공격은 대만해협 인접 푸젠(福建)성 등에 배치된 중거리 미사일과 해안 미사일, 순항미사일이 맡는다. 원거리에서 연속적인 밀집 파상공격을 펼쳐 항모전단을 혼란에 빠뜨린다는 구상이다.

중국은 이미 푸젠성에 M계열 중ㆍ단거리 미사일 200여기를 배치한 상태다. 마지막 항공작전은 일종의 ‘바다의 인해전술’이다. 항모전단이 기뢰제거와 대잠, 대미사일 작전, 탑재기 이착륙으로 혼잡한 틈을 타 대규모 공습을 펼치는 것이다.

여기서는 다수의 구형전투기가 선봉을 맡고, 러시아제 수호이 27 등 정예기는 주공을 담당한다. 구형전투기가 출혈을 통해 열어놓은 길로 정예기들이 파고 들어가 미사일과 공중투하 어뢰로 결정타를 날린다는 것.

중국의 이 같은 4가지 연관작전은 상황에 따라 순차적, 또는 동시적으로 전개될 수 있다. 미항모전단 호위함의 이지스 방어체계가 갖고 있는 ‘복수목표 동시 추척ㆍ공격’ 능력과 탑재기의 질적 우세를 깨뜨리는 것이 작전의 핵심이다.

물론 지리적 이점과 수적 우세에 바탕을 둔 중국의 비대칭적 전술이 미국의 압도적인 전자전 능력을 상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중국의 대 항모전단 전술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작전구상이다. 독립선포 등 심각한 대만사태에 미국이 개입할 경우 중국은 불가피하게 미 항모전단을 상대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의 이 같은 작전 시나리오는 대만문제와 관련한 미국의 운신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게 틀림없다.

배연해

입력시간 2002/01/02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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