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각, 누가 들고 나나?

DJ정부 마무리 내각 성격, 분위기 일신차원서 거론

새해 정가의 관심은 개각으로 시작될 것같다.

개각설이 슬금슬금 나오기 시작한 것은 김대중 대통령이 민주당 총재직 사퇴를 발표하면서부터다.‘초당적 국정 운영’에 방점에 찍히면서 조각 수준의 개각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퍼졌다.

그러나 정기국회 등 일정으로 현실적으로 개각을 단행할 조건이 되지 않았고 이후 개각설은 11월 말, 12월 초, 연말, 연초로 끊임없이 이어졌다.

각종 게이트가 일어나면서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진승현 게이트와 관련해 신광옥 법무부 차관이 사표를 제출하면서, 연말연초 관행적으로 개각이 있어왔다는 점 등을 들어, 개각설은 그럴 듯하게 퍼졌다.

그리고 그 때마다 청와대 측은 “개각할 계획이 전혀 없다”는 답변으로 일관해 왔다.

그러나 해를 넘기면서 개각은 지금까지와는 좀 다른 무게를 띠고 있다. 임기 1년을 남기고 국민의 정부를 마무리할 내각진용을 갖출 필요가 있는 데다가 4월께 지방선거 후보 결정을 앞두고 시ㆍ도지사 출마의사가 있는 장관들이 당으로 원대복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시기는 무르익었다.

여전히 한 두 달의 시기 논란은 있다. 즉 12일께로 예정된 연두기자회견 이후개각을 단행, 새 장관들로부터 새해 업무보고를 받으며 분위기를 일신하자는 1월 중순 개각설이 있다.

또 한편에는 요즘 같은 게이트 정국에서 개각을한들 분위기를 일신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에 따라 차라리 지방선거 일정에 맞춰 3, 4월 개각을 하자는 주장이 있다. 1월 개각설은 모양새는 좋지만, 인사권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3, 4월 개각이 실리를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치색, 중립내각엔 거부감

어쨌든 개각이 이뤄진다면 정치색이 빠진, 전문가 명망가 중심의 인물이 진입할것으로 보인다. 임기 말 대선을 앞두고 중립성을 유지할 정부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고 동시에 국민의 정부 들어 추진해 온 개혁조치들을 제대로 마무리할 전문성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야당이 주장해 온 것처럼 ‘거국중립내각’에 대해선 청와대의 거부감이 크다. 중립내각을 크게 떠들 경우 DJ가 총재직을 사퇴하며 “국정운영에만 전념하겠다는 뜻”이라고 밝힌 취지를 스스로 뒤집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차적인 개각 대상권에 드는 것은 민주당 출신의 정치인 장관들이다. 김원길 보건복지부, 유용태 노동부, 김영환 과기부 장관이 현역의원이고, 이근식 행자부, 유삼남 해수부, 한명숙 여성부, 남궁진 문화관광부 장관 등이 민주당당적을 가진 이들이다.

이중 시ㆍ도지사 후보로 뛸 생각이 있는 김원길 장관과 김영환 장관이 일단 유력한 개각 대상이다. 김원길 장관은 서울시장 후보로, 김영환 장관은 경기지사 후보로 나설 의향을 갖고 있다.

이미 지난해 12월 기자들 앞에서 장관직 사퇴의사를 밝혔다가 크게 보도되는 바람에 곤욕을 치렀던 김원길 장관은 실제로 오래 전부터 서울시장을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곧 캠프를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다만 의약분업, 건강보험재정문제 등 보건복지부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급파된 소방수 역할을 의식, 함부로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경기 안산 출신의 재선의원인 김영환 장관은 당 대변인, 국민의 정부 최연소 장관등 경력관리를 성공적으로 해온 점을 토대로 기회만 주어지면 경기지사로 뛸 생각이다.

남궁진 장관도 경기지사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한나라당 손학규 의원이 경기지사에 출마할 경우 보궐선거를 치러야 하는 경기 광명시의 의원 자리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선거와 관련이 없는 정치인 장관들, 국민의 정부 최장수 장관이라는 상징성을 가진 김명자 장관 등은 개각대상에서 벗어날 공산이 크다.


이한동 총리 거취가 최대 관심사

이한동 총리의 거취는 DJ가 가장 고민하는 대목이다. 분위기를 쇄신하는 차원으로 보면 정치인 출신의 총리 교체는 필수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총리 교체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부담해야 하는 위험보다 더 큰 지는 따져볼 만하다.

총리를 바꿀 경우 일단 신임 총리에 대한 국회 인준과정이 정치쟁점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안 그래도 여야 정쟁이 격화되고 있는 대선정국에서 야당이 호락호락 인준안을 동의할 것 같지는 않다.

지난해 10ㆍ25 재ㆍ보선당시 야당의 폭로전을 생각해 보면 지방선거와 대선을 앞둔 올해 마음만 먹으면 총리인준을 비토할 명분은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총리 본인은 유임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를 교체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할 필요없이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이 총리가 의원직을 사퇴하고 유임하는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다.

진념 부총리를 비롯한 경제팀은 한때 교체설이 돌았지만 유임론이 우세하다. 우리나라 경제상황이 세계적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쉽게 호황으로 돌아서지 않고 있어 현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어쨌든 신용등급 상향조정, 외환보유고 확충, 최근의 주가 상승 등 구체적 실적이 있어 교체의 명분을 찾기 어렵다.

또 국민의 정부 들어 내내 난항을 겪고 있는 구조조정을 마무리짓는 과제를 남겨놓고 새로운 경제팀을 구성하기도 힘든 노릇이다. 구조조정 방법과 우선순위 등 판단이 선명치 않은 어려운 문제를 놓고 자칫 새 경제팀은 기존 구조조정의과 오만 부각시키고 책임을 모면하려 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구조조정을 진행해 온 경제각료들이 마지막 1년 의 책임을 부여해야 성공적 마무리를 위해 혼신을 다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YS의 경우 임기 말 중립성만 강조하다가 경제를 소홀히 해 IMF를 부채질했다는 시각도 교훈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통일부장관 "바꿀 수도 놔둘 수도" 고민

홍순영 통일부 장관의 거취도 DJ의 고민이다. 대북관계에서 소신을 굽히지 않은 홍 장관은 야당과 보수층에는 큰 호응을 받았지만 우리 체면보다 구체적 실적을 원하는 DJ의 대북관에는 잘 맞지 않는 장관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역시 홍 장관을 교체할 경우 정치적 부담이 만만치 않다. 홍 장관을 경질성격으로 교체할 경우 야당은 “개각권이 북한에 있느냐”며 공격하고 나설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DJ는 임기를 마치지 전까지 어떻게든 유화정책으로 남북관계의 성과를 내고자하는 욕심과 정치쟁점으로 비화하고 싶지 않은 생각 사이에서 고민할 것 같다.

이번 개각은 DJ가 DJP 공조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자유롭게 자신의 구상을 내각에 투영할 수 있는 개각인 동시에 임기 내 할 수 있는 마지막 개각인 셈이다. 국민의 정부를 어떻게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것인가 하는 운명이 이번 개각에 달려있다.

김희원 정치부기자

입력시간 2002/01/03 11:16


김희원 정치부 h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