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계 인사들 "새해가 무서워"

4대 게이트 수사 정점 향해가고, 곳곳서 수사대상에 올라

이용호 진승현 정현준 윤태식. 2001년 연말 정ㆍ관계를 온통 뒤집어 놓았던 인물들이다. 이들의 이름뒤에는 게이트와 리스트가 따라 붙었다. 문제는 이들 4대 게이트가 2002년 초반에도 정ㆍ관계를 계속 긴장시킬 ‘진행형’ 이라는 점이다.

검찰의 수사가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는데다 특별검사의 수사도 진행중이어서 새해에는 오히려 폭발력이 커질수 있어 정ㆍ관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 정치인들의 수뢰 의혹과 이에 대한 검찰의 내ㆍ수사가 전국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터져나오고 있는데다 검찰수사가 정치권을 정조준하는 듯한 정황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어 정치인들의 줄소환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4대 게이트는 한발한발 진실에 가까워지고 있다. 그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정치인들의 벤처자금 수수설도 꼬리가 밟힐 것으로 보여 선거의 해인 올해가 정치인들에게는 추운 한해가 될 전망이다.


"구설수로 끝날까" 전전긍긍

4대 게이트는 출발부터 정권 실세의 개입설이 끊이지 않았다. 여기에는 게이트 주인공들의 침소봉대도 한몫을 했지만 실제 친분관계도 상당수 드러나 당사자들이 곤욕을 치뤘다. 야당은 현재까지 드러난 관련자들은 ‘깃털’이라며 ‘몸통’을 밝히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건의 성격상 호남 출신 정ㆍ관계인사들이 주를 이룬 이들 당사자들은 때로는 구구절절한 해명으로 때로는 민ㆍ형사 고소라는 정면대결로 무고함을 호소하기에 바빴다. 일부의 입에서는 ‘음모’라는 단어가 서슴없이 튀어나와 권력간의 암투라는 시각을 갖게 했다.

게이트마다 거명된 김홍일 의원은 “평소 그렇게 처신하지 않았다”며 억울해했고 그의 동생 김홍업 아태재단 부이사장 역시 진승현씨의 정계 연결 통로였던 최택곤씨의 구명청탁을 받아 구설수에 올랐다.

또 대통령의 처조카인 이형택씨도 보물선 인양사업과 관련 이용호씨를 만났다 검찰조사까지 받았다. 이밖에 동교동계를 중심으로 한 여권 실세들도 의혹의 시선을 받았으나 현재까지 혐의가 드러난 것은 없었다.

호남출신 고위직 검사들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지난해 김은성 국정원 2차장이 진씨 구명을 위해 방문했던 사실이 알려진 신승남 검찰총장과 김대웅 서울지검장은 한동안 야당의 정치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박종렬 대검 공안부장 역시 김홍일 의원의 제주도 여름휴가에 동반했던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임휘윤 고검장과 임양운 검사장, 이덕선 지청장은 이용호 사건 부실수사의 책임을 지고 옷을 벗었다.

게이트의 불똥은 경찰과 정부 고위관료들에게도 튀었다. 허남석 총경은 사촌동생이 이용호씨 주가조작에 연루돼 감봉처분을 받았으며 윤태식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경찰청 외사과 전체가 검찰의 조사를 받아야 했다.

남궁석, 배순훈 전 정보통신부 장관은 윤태식씨가 운영하는 ‘패스21’을 정부지원 기업으로 지정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추풍낙엽 신세된 정ㆍ관계인사들

‘4대 게이트’로 지난 한해동안 구속된 인사는 20명에 가깝다. 9월초 이용호씨가 주가조작과 횡령 혐의로 구속된 이후 불과 넉달만에 내로라하는 정ㆍ관계 인사들이 추풍낙엽처럼 스러져 갔다.

먼저 구명로비 명목으로 이씨에게 수십억원을 받아 챙긴 조직폭력배 출신 사업가 여운환씨가 철퇴를 맞았다. 이씨와 여씨는 국감에서 ‘모르쇠’로 일관하며 의원들의 예봉을 피해나가 빈축을 샀고 법정에서는 서로 ‘사기꾼’이라며 비방전을 펼치기도 했다.

경찰간부의 사촌동생으로 이용호 펀드조성에 깊이 간여했던 금융중개업자 허옥석씨는 대검 파견 경찰관에게 사건무마비로 수천만원을 준 혐의로 구속됐고, 이씨의 자금줄 겸 주가조작 파트너인 최병호 체이스벤처 대표도 덜미를 잡혔다.

다시 터져 나온 진승현 게이트는 거물급 인사들의 무덤이 됐다. 진씨로부터 수억원의 로비자금을 받아 핵심 배후인물로 지목된 정성홍 전 국정원 과장은 “나는 입이 없다”는 말과 함께 영어의 몸이 됐다.

변호사 알선과정에서 1억여원을 횡령한 박우식씨는 “나는 희생양이며 배후가 밝혀질 것”이라며 의미심장한 ‘구속의 변’을 남겼다.

진씨의 정ㆍ관계 로비스트로 활동한 최택곤씨가 붙잡히면서 검찰의 칼바람은 권력핵심부를 향했다. 결국 김은성 전 국정원 2차장과 신광옥 법무차관이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수인의 신세로 전락, 권력의 무상함을 실감케 했다.

한편 수지 김 살해사건 진범 윤태식씨가 전격 구속되면서 이무영 전 경찰청장과김승일 전 국정원 대공수사국장이 지난해 사건진상을 은폐한 혐의로 역사의 심판을 받았다.

손석민 사회부기자

입력시간 2002/01/03 13:52


손석민 사회부 herme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