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다목적으로… 신차 대 격돌

국내 자동차시장 소형·SUV로 진검승부

2002년 국내 자동차 업체들의 신차 트렌드는 소형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집중되고 있다.

세계적인 자동차 시장의 흐름이 ‘작지만 쓰임새 많은 다목적차’로 포커스를 맞추고 있기 때문. 이에 따라 현대자동차와 르노삼성차 등이중ㆍ소형차 시장에서 일대 격돌을 준비하고 있고, 기아자동차는 ‘쏘렌토’를 통해 테라칸(현대차)와 렉스턴(쌍용차)이 장악하고 있는 프리미엄급 SUV시장에서 진검승부를 노리고 있다.

수입차 업체들도 상반기 신차를 대거 출시, ‘1만대 판매시대’를 열며 IMF직전의 전성기를 되찾겠다는 각오를 다지고있다.

이들은 특히 월드컵 특수가 예상되고 있는데다 벤츠, 폭스바겐, 혼다, 피아트, 푸조 등 세계적 강자들이 아직 한국 시장에 직접 진출하지않은 2002년이 향후 수입차 시장의 판도변화에 중요한 해가될 것으로 보고 신차를 대량 출시할 계획이다.


국산차 풍년, 취향대로 골라보세요

현대자동차는 월드카‘TB(프로젝트명)’를 앞세워 리터카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TB의 가장 큰 특징은 다양한 모델. 배기량 기준으로는 1.1ℓ와 1.3 ℓ,1.5ℓ, 1.6ℓ등 4개 모델이 순차적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더구나 국내에서 디젤차량에 대한 배기가스 규제가 풀리면 디젤엔진까지 장착할 계획이어서 소비자들의 선택폭이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도쿄 모터쇼에서 아담한 모습을 드러낸 TB를 세계적 전략차종으로 내세워 국내판매와 동반상승 효과를 꾀하겠다는게 현대차의 전략이다. TB는 앞타이어의 중심과 범퍼간의 거리를 짧게하는 대신 앞뒤 타이어간 거리를 늘려 작은 차체에도 불구하고 넓은 실내공간과 안정성을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현대차는 베르나 일부변경(Face-lift)모델도 6월 출시해 상반기에는 GM-대우차(가칭)이 주공략 대상으로 삼고 있는 중소형차 시장 수성에 주력한 후 하반기부터 다이너스티 후속모델을 내놓는등 중대형차 시장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형제집안인 기아자동차는 년초에 새로운 프리미엄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쏘렌토'로 승부수를 띄울 계획이다.

쏘렌토는 기존 스포티지보다 한 차원 향상된 고품격 대형SUV. 2.5ℓ전자분사식 신형 디젤엔진을 탑재하고 최고출력 145마력의 성능을 낸다. 수출용에는 3.5ℓV6 가솔린 엔진이 장착될 예정이다.

보쉬의 커먼레일시스템(CRS)을 적용하고 국내 최초로 네바퀴 ABS 및 디스크휠을 기본 장착하는 등 안전성을 높인 것이 특징.

기아차는 쏘렌토를 통해 쌍용차의 렉스턴과 현대차의 테라칸과 국내 프리리엄급 SUV시장에서 한판 대결을 벌인다는 각오다.

스펙트라의 후속모델인 ‘LD(프로젝트명)’도 준비되고 있다. 1992년 데뷔한 세피아에서부터 시작된 기아의 준중형 계보를 잇는 차종. 올해 중 출시될 예정인 LD는기존 세단의 개념에서 벗어나 차체높이는 15㎝까지 높인 하이루프형으로 차체 길이에 비해 승객석을 길게하고 트렁크를 짧게 설계해 실내 공간을 최대화했다.

올해 가장 기대를 모을 것으로 보이는 GM-대우차는 강점인 소형차로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GM은 이미 3~4년이 지나 구형모델이 된 라노스와 누비라 후속모델을 잇따라 선보이며 한국상륙 분위기를 몰아갈 계획이다.

정통세단에 다목적차량(MPV)개념을 추가한 미래형 소형 신차 ‘칼로스’(프로젝트명 T-200)가 주목 대상이다.

지난해 9월 개최된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첫 선을 보인 칼로스는 배기량 1.2~1.6ℓ급으로 서유럽의 소형차급 시장을 겨냥해 만든 수출전략 차종. 20~30대 미래지향적인 개성파 고객이 핵심 타깃인 칼로스는 올 상반기 국내 시장에 출시된 후 하반기부터 서유럽시장을 본격 공략할 예정이다.

하반기에는 누비라 후속모델인 ‘J-200’과 매그너스 후속모델인 ‘V-220’이 예정돼 있다.

특히 V-220은 대우차가 독자 개발한 2.0ℓ와2.5ℓ급 XK엔진을 얹어 현대차에 뒤처졌던 중형차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킬 회심작으로 키우겠다는 것이 대우차의 각오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월드컵시즌에 맞춰 배기량 1.5ℓ, 1.8ℓ의 SM3시리즈 두가지 모델을 선보인다. SM3는 프랑스 르노사가 닛산을 인수한 뒤 내놓은 첫 작품인 ‘블루버드실피’를 기본 모델로 제작된다. SM3에 얹힐 예정인 1.5ℓ엔진은 첨단 저공해기술로 캘리포니아 공해기준을 만족시켰으며 6,000rpm에서 105마력의 힘을 발휘한다.

르노삼성차는 SM3를 통해 국내 소형차 시장에서 28% 가량의 점유율을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국내최고급 SUV인 렉스턴을 내놓은 쌍용자동차는 올해 중 ‘픽업’이라는 새로운 세그먼트로 레저용차량(RV)시장의 영역을 넓혀 갈 예정이다.

승용차와 레저용차 그리고 화물차 3종류 차의 기능을 한꺼번에 보유한 다기능차인 픽업은 해외에서는 당당한 주력차종으로 한 영역을 구축했지만 국내에서는17년전 단종된 분야.

무쏘를 기본모델로 5인승 좌석을 만들 예정인 ‘무쏘픽업’은 승용차의 안락함, RV의 다기능성, 화물차의 넉넉한 화물공간 등을 갖추고 새로운 시장을 열 것으로 회사측은 기대하고 있다.


수입차, ‘1만대시대’ 활짝

BMW, 벤츠, 포르쉐, 폭스바겐, 아우디 등 유럽계의 공세도 예상된다.

수입차의 강자인 BMW코리아는 뉴7시리즈로 고급 수입차 시장을 평정할 계획이다. 지난해 9월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된 이 모델은 BMW가 자사의 미래가 달려있는 차라고 할 정도로 기대를 걸고 있는 야심작. 엔진과 서스펜션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켰고 수동변속기 속도감을 느낄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이와함께 변속기를 핸들과 핸들 뒷쪽으로 옮기고 이 자리에 700여가지 기능을 갖춘 컨트롤러를 장착한 것이 특징.

벤츠와 포르쉐를 수입ㆍ판매하는 한성자동차는 벤츠 SL클래스와 포르쉐 등을 수입, 스포츠카 라인업을 모색하고 있다.

슈퍼 스포츠카로 알려진 SL은 센서트로닉 브레이크 컨트롤(SBC)을 장착, 운전자의 운행상태를 파악해 제동시 가장 편안한 상태를 유지시켜 속도감과 안정감을 동시에 만족시켜 줄 수 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또 포르쉐 991카레라 4S(4륜구동모델)도 들여온다. 이 차는 3,600㏄ 박서(boxer) 엔진을 장착해 출력 320마력에 5초만에 시속 100㎞까지 도달할수 있다.

아우디와 폭스바겐을 수입ㆍ판매하는 고진모터임포트는 정통 아우디에 SUV개념을 적용한 크로스오버 차량인 ‘아우디 올 로드 콰트로’를 선보인다. 또 ‘베이비 파사트’라고 불리는 ‘보라’와 뉴파사트의 최고급 모델인 ‘파사트 W8’모델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고진은 이 차를 통해 벤츠와 BMW가 장악해 온 시장을 빼앗겠다는 각오다.

볼보, 랜드로버 등을 판매하는 포드 계열의 PAG코리아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컨버터블이라는 ‘볼보 C70 컨버터블’과 볼보의 첫번째 SUV모델인 ‘P28’, 랜드로버의 최고급 모델 뉴레인지로버 등을 내년 상반기중 국내시장에 내놓는다.

GM, 크라이슬러, 포드등 미국계 수입차들도 그동안 유럽계에 내주었던 시장을 되찾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다임러크라이슬러코리아는 내년 4월께 레저용 픽업 다코타를 선보인다. 4도어 6인승에 짐을 실을 수 있는 공간까지 갖추고 있다. 4.7ℓ에 V8 엔진을 장착했으며 미국내에서 4년 연속 경트럭 부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 모델. 이밖에 최고급 세단 LHS와 신형 지프 체로키를 국내에 시판할 예정이다.

신임 사장을 영입,새로운 진영을 구축한 GM코리아는 세계 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야심작 ‘캐딜락 CTS’와 ‘뉴사브 9-5’를 출시할 예정이다. 캐딜락 CTS는 파격적인 디자인과 뛰어난 성능 등이 화제가 됐던 차.

지난해보다 2배이상의 예산을 확보한 포드코리아는 지난해 물량이 모자라 판매하지 못한 익스플로러의 새로운 모델 ‘뉴익스플로러’와 의전용 차량인 ‘2002 링컨 타운카리무진’ 등을 새롭게 선보인다.

지난해 국내에 상륙해 수입차 시장 10%의 목표를 달성한 도요타코리아는 최고급 브랜드 ‘렉서스’의 풀라인업 체제를 갖추고 시장 확대에 나선다.

현재 국내시판중인 LS430, GS300, IS200, RX300 외에 나머지 모델인 ES300(일본 판매명 ‘윈덤’), LX470, SC430 도입을 추진중이다. SC430은 렉서스 최초의 컨버터블 모델로 지난해 초 미국시장에 선보여 인기를 끈 차종이다.

박희정 경제부기자

입력시간 2002/01/03 14:39


박희정 경제부 h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