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산책] 도산 안창호에 대한 비판적 인식과 연구동향

도산(島山) 안창호(安昌浩ㆍ1878~1938)선생은 독립운동가이며 교육자로서 존경 받는 민족의 선각자이다.

그러나 학문적 연구 차원에서는 그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없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그는 일부 학자들로부터 ‘일제와 타협한 근대화지상주의자’라는 혹평 마저 듣고 있다. 북한에서는 오래 전부터 도산을 ‘대표적인 친미사대주의자, 민족개량주의자’로 매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명화 독립기념관 연구원이 최근 열린 제25회 도산사상세미나에서 발표한 ‘도산 안창호에 대한 비판적 인식과 연구동향’이란 제목의 논문은 이 같은 ‘도산 비판론’에 이의를 제기하는 글이다.

그는 기존의 이론들이 어떠한 논리로 도산을 비판하고 있는 가를 살펴보며 시시비비를 가리고 있다.

1980년대 이후 우리 학계에서는 부르조아 민족운동과 민족개량주의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개항기 개화파들과 계몽운동기의 실력양성론자, 식민지 치하의 민족개량주의자들 대다수가 친일파로 변신한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결론에 이르고 있다.

여기서 도산은 민족개량주의자로 분류돼 부정적인 평가를 받게 된 것이다. 도산이 점진적이고 온건한 ‘준비론’과‘실력양성론’을 주장, ‘무장항쟁론’과 대립했다는 학설이 대두되고 있으며, 이것은 독립운동방략과 독립운동계의 분열을 초래하게 했다는 설로 발전하고 있는중이다.

또한 도산이 주장한 ‘민족개조론’이이광수의 그 것과 동일시 돼 거론되며 비판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민족 내부의 인격혁명을 통해 독립운동의 기반과 공론을 만든다는 목표로 만든 흥사단 운동을 주도한 도산은 독립운동가의 모습과는 괴리가 있는 도덕지상주의자, 수양론자로 되고 있다.

이명화 연구관은 이 같은 비판과 지적에 대해 “도산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부족이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도산연구는 그가 살고, 직면했던 시대적 상황이 충분히 고려되고, 그 안에서 도산의 사상과 행동의 변화를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그 동안 도산에 대한 인간적 숭배에 기초한 접근과 흥사단의 운동 취지를 강조한 기술이 역설적이게도 도산에 대한 비판적 인식의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도산에 대한 부정적인식의 주요 근거는 일제의 관헌 자료들”이라며 “일제가 자의적, 편의적으로 분류한 자료를 토대로 결론을 이끌어 낸다면 도산은 기이한 인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제문헌 자료에서 도산은 흥사단이라는 단체의 일개 영수로서 ‘실력양성준비론파’ ‘문치파’(文治派) ‘평안도파’ 등 독립운동의 한 파벌로 분류돼 있다.

또한 도산은 준비론에만 치중하여 독립운동에는 전혀 기여하지 않았으며, 심지어는 일제의 통치를 인정하고 심지어 독립전쟁을 방해한 개량주의자, 자치론자로 그려지고 있다.

그는 논문에서 “도산은 자주독립의힘을 기르기 위해 신용의 자본, 도덕의 자본, 경제의 자본을 축적하자는 ‘힘의 철학’을 주창했다”며 “도산은 한번도 민족독립을 포기한 적이 없으며 목표를 완수하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운동과 사업을 전개해 나갔다”고 밝혔다.

도산의 민족 독립을 위한 ‘준비론’과‘실력양성론’도 이론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인재 양성과 재정확보를 위한 실천적인 행동이었기 때문에 친일 세력들의 행동과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또한 도산의 ‘민족개조론’은 부패의 만연과 이기주의의 팽배, 현실에 타협하는 민족성으로 인해 근대화를 이루지 못하고, 힘을 기르지 못했다는 철저한 자기반성에서 나온 것으로, 최근 지명관 한림대, 신용하 서울대 교수 등 많은 연구자들이 “도산의 민족개조론은 춘원의 그 것과는 별개로 다루어져야 한다”는 견해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흥사단 운동에 대해서도 “이 운동은 대한인국민회, 임시정부, 한국독립당 등의 정치혁명활동과 함께 수행됐고, 미주 등 일부 지역 흥사단원들은 혁명전선의 일선에서 활약했다”며 “도산의 문화운동과 교육운동은 독립운동과 민족 근대화운동의 통합선상에서 구상되고 추진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같은 근거로 도산에 대한 비판론은 수정될 필요가 있으며, 나아가 인재를 양성하고 인재를 바탕으로 다양한 민족운동의 방법을 모색하며, 이와 병행해 독립운동, 혁명운동을 진행했던 도산의 운동방법론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14권으로 된 ‘도산 안창호 전집’이 발간되는 등 도산에 대한 연구는 그 양과 질에 있어서 심화되고 발전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 역사를 위해서라도 도산의 정신과 업적은 올바르게 평가돼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 논문을 읽었다.

김철훈 문화과학부 기자

입력시간 2002/01/04 11:45


김철훈 문화과학부 chkim@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