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유 아 데드', '뉴 블러드'

음모·속임수로 거듭되는 반전의 스릴

배우가 늙어가는 모습에서 팬들은 위안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느끼기 마련이다. '그토록 멋진 배우였는데 늙는구나' 보다 '늙더라도 멋지게 늙는구나' 쪽이라면 나쁘지 않겠지. 숀 코넬리처럼 나이 들수록 멋있어진다는 소릴 듣는 배우도 있으니까.

특히 남자 배우들, 그 중에도 영국 출신에 멋지게 늙는 배우들이 많은데, <해리 포터>의 존 허트도 이 대열에 속한다.

1940년 생인 존 허트는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배우들이 다 그러하듯, 셰익스피어 극단에서 연기를 갈고 닦았다.

프레드 진네만의 시대극 <사계절의 사나이>(66)에서 리차드 리치역으로 우뚝 섰고, 알란 파커의 <미드나잇 익스프레스>(78)에 마약 상용자 역으로 출연해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르게 된다.

<에이리언>(79), <천국의 문>(80)을 거쳐1980년 <엘리펀트 맨>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지명된다. 워낙 분장이 심해 알아보기 힘든 상황에서도, 허트는 괴물로 태어난존 메릭에게 애정을 느끼도록 연기했다.

그외 주요 출연작으로는 가상 독재 국가 체제에 희생되는 인물로 분한<1984>(84), 반 고호의 음성을 연기한 <빈센트>(87), 옴니버스 영화 <아리아>(88), 아프리카의 난봉꾼 백인 역을 한 <못된 백인>(88), 정치 스캔들의 주인공 역 <스캔들>(89), 왕위를 탐내는 사악한 귀족 역<킹 랄프>(93), 동성애자로 분한 <카우걸 블루스>(95), 음모를 꾸미는 귀족으로 분한 <롭 로이>(95) 등 주연을 압도하는 조연이 많다.

<데드 맨>(95), <콘텍트>(95)에서 <캡틴 코렐리의 만돌린>(2000), <해리 포터>(2001)까지, 세계적인 화제작에 꾸준히 모습을 보이고 있는 존 허트가 출연한 두 편의 범죄 영화를 소개한다.

마이클 허스트의 1999년 작 <뉴 블러드 New Blood>(15세, 크림)와 앤디 허스트의 2000년 작 <유아 데드 You're Dead>(15세, 아이비전).

두 작품은 <저수지의 개들> 이래 유행이 된 꼬인이야기 구조의 범죄물로, 존 허트 덕분에 중심을 잡고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복잡한 인물 관계와 이들 각자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어 꽤 머리아파 보이지만, 음모에 휘둘리지 않고 풀려나가는대로 놔두면, 한심하고 유치한 결말이 보인다.

교외 농장서 흩뿌려진 돈다발과 8구의 시체, 유일한 생존자 알란(존 허트)이 발견된다. 알란의 진술로 재현되는 사건. 8년만에 알란을 찾아온 아들 대니(닉 노만)는 갑부를 납치하는 일을 맡았다가 그만 죽이고 말았다. 아버지가 갑부 역할을 해주면 심장병을 앓고있는 누이에게 자신의 심장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아버지에 대한 반항으로 범죄자가 된 대니가 걸어온 길, 3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 납치를 계획하게된 과정, 알란이 끼어든 후의 사건들, 병원에서의 진술, 이렇게 다양한 시점을 오가면서 알란과 대니의 애증 관계가 드러난다.

여기에 중간 보스(조 판탈리노)와 어느 편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조직원(캐리 앤 모스)이 개입되어 복잡함을 가중시킨다.

<유아 데드> 역시 지폐와 시체가 나뒹구는 은행 한구석에서 발견된인질 케이트(클레어 스키너)의 증언으로 시작된다. 멍청한 동료 이안과 리차드슨 은행을 털려는 계획을 세운 에디(라이스 아이판스)는, 78년의 카지노탈취 사건으로 검거된 아버지의 동료 마이클(존 허트)을 탈옥시킨다.

중절모와 양복으로 멋을 낸 세 사람이 은행을 점거한 것까지는 좋았지만, 어느새 경찰이 깔리고, 에디의 애인으로부터 정보를 얻은 정신과 의사와 환자까지 끼어든다.

여기에 은행장의 술수, 케이트의 진짜 정체, 경찰과 여교수의 수사 주도권다툼으로 관객은 정신없이 끌려다니지만, 결말은 깜짝 속임수.

범죄 초보자라는 뜻의 <뉴 블러드>보다 "진짜 죽었군"이라는 대사가 반복되는 <유아 데드>가 한 수 위의 트릭을 쓰고있다.

옥선희 비디오칼럼니스트

입력시간 2002/01/04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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