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애니메이션] 어린이의 눈으로 본 세계 미술사의 흐름

■ 미술관이 즐거워
(CHUM 글ㆍ그림/하명복 감수/시공사펴냄)

요즘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만화를 권하기가 겁난다’고 말한다. 문학 작품에 대한 표현의 자유가 확대되면서 최근 유행하는 만화의 상당수는 황당무계한 SF 판타지나 폭력물, 아니면 노골적인 성애를 다룬 만화가 주류를 이룬다.

매스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웬만큼 센세이션하지 않은 작품은 더 이상 눈길을 끌 수 없다는 상업적인 판단이 이런 현상을 불러 일으켰다.

이런 점에서 최근 시공사가 펴낸 ‘미술관이 즐거워’는 오랜만에 만나는 ‘유익한’ 만화다. 이 만화는 어른들도 쉽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세계 미술사를 원시시대 동굴 벽화에서부터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기까지 시대별 대표작을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다.

미술에 별로 관심이 없거나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어린이들도 한눈에 세계 미술사의 큰 흐름을 파악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이 책이 ‘좋은 만화’로 분류될 수 있는 데는 단순히 교육적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만이 결코 아니다. 기존의 교육 만화는 대개 그림보다는 설명식으로 이어지는 학습 내용에 중점을 두었다.

하지만 이 만화는 말썽꾸러기 지누, 귀여운 소녀 리자, 그리고 안내 요정 물컹이라는 등장 인물들이 시공을 넘나드는 독특한 구성을 채택, ‘흥미’와 ‘학습’이라는 두 요소를 모두 충족시키고 있다.

이 책이 교육용 만화라는 따분함을 주지 않는 데는 화사하면서도 정감 있게 그려진 그림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이 만화는 사학과 출신인 송석영, 최윤경으로 구성된 CHUM이라는 팀이글과 그림을 맡았다.

이들은 1999년 ‘디플과 클레이’라는 작품으로 시공사 만화대상 일러스트 부문 특별상을 받은 실력파들이다. 이들은 주로 순정 만화를 그려왔던 영향인지 이 작품에서도 귀엽고 부드러운 질감의 그림을 선보이고 있다.

파스텔톤의 은은한 색감과 부담감을 주지 않는 가는 윤곽선이 마지막 페이지까지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이 만화를 통해 한번쯤 아이들과 함께 서양 미술사 여행에 들어가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2/01/04 17:25


송영웅 주간한국부 heroso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