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지구촌 마지막 '보석' 티벳의 투명함을 가슴에…

■타쉬
(사브리예 텐베르켄 지음/오라프 슈베르트 사진/엄정순 옮김/샘터 펴냄)

책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어느날 무심코 손에 든 책 한 권에서 뜻하지 않은 정겨움이 느껴질 때의 기분은 그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희열이다.

한 티베트 소년의 이야기를 담은 ‘타쉬’(샘터 펴냄)는 이런 ‘보석’ 같은 느낌을 갖게 하는 책이다. 하지만 그 다이아몬드나 루비 같은 화려한 보석이 아닌 작은 개울가에서 마음에 드는 예쁜 조약돌 하나를 손에 넣은 듯한 소박하고 애틋한 느낌이다.

순정 소설의 진한 사랑의 감정이나, SF 소설의 짜릿한 스릴, 대하 소설의 장엄함 같은 것은 이 책에 없다. 하지만 늦은 가을 잔잔한 수면 위에 떠 있는 낙엽 조각을 보는 것처럼 마음이 투명하고 맑아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타쉬’는 우리에게 낯선, 그러나 자연과 공존하며 꾸밈 없는 삶을 살고 있는 티베트의 한 시각 장애 소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시각 장애 여성인 저자 사브리에 텐베르켄(32)은 영혼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서 순박하게 살아가는 티베트 소년 타쉬의 일상을 꾸밈 없이 서술하고 있다.

타쉬는 티베트의 산 속 회색바위에 둘러 싸여 있는 오지 마을 출신의 9살난 소년이다. 타쉬의 고향 사람들은 대도시의 이야기를 동화 속 마법 이야기처럼 생각한다. 자동차는 바윗길을 쏜살같이 달리는 불을 뿜는 괴물로, 전화는 마술을 부리는 요술 상자로 생각한다.

이런 마을에서 태어난 타쉬는 후천적으로 시각 장애를 갖게 된 소년이다.

타쉬와 그의 가족은 어느 날 어머니가 노간주 나무를 꺾어다 울타리를 만드는 바람에 마을 귀신이 노해 타쉬의 눈을 가지고 갔기 때문에 시각장애인이 되었다고 믿고 있다.

저자 사브리에 텐베르켄은 이런 순박한 타쉬의 일상에 덧붙여 시각 장애인들에 대한 사회적 차별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고원 지대인 티베트에서 시각 장애인들에 대한 차별은 상상을 초월한다.

티베트에서 장애 아이들은 대개 비장애 아이들과 격리돼 살기 일쑤며, 일부는 집안에 갇혀 지내거나 침대에 묶힌 채 외부 출입을 금지 당하기도 한다.

이런 극한적인 상황에서 저자는 시골 오지의 시각 장애아인 타쉬가 어떻게 절망과 어둠의 늪에서 뛰쳐 나와 시각 장애인학교에 입학하게 됐는지의 과정을 소설 형식을 곁들여 소개한다.

이 책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요소 중의 하나가 사진이다. 장엄한 에베레스트 준령들과 이곳 오지 사람들의 생활상을 진솔하게 보여주는 컬러 사진들이 함께 수록돼 있다.

사진 작가 오라프 슈베르트(28)가 5년간 티베트의 각 지역을 두루 섭렵하면서 찍은 보석 같은 사진들이다. 볶은 보리를 갈아 야크 우유와 요구르트를 섞어 반죽한 요리 참파, 방목지를 찾아 천막 생활을 하는 티베트 농부의 삶 등 진귀한 장면이 사진에 녹아 있다.

이 책은 저시력자를 위해 확대글자 위에 점자를 추가한 점역판으로도 따로 출간 됐다. 참으로 오랜 만에 만나는 마음을 고요하게 아름답게 만드는 아름다운 책이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2/01/04 17:42


송영웅 주간한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