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풍향계] 윤곽 드러나는 '게임의 법칙'

12월 대선을 향한 여야의 후보경선 레이스가 본격화하고 있다. 민주당은 7일 당무회의에서 후보선출 전당대회시기와 방법 등을 포함한 당 쇄신안을 최종 확정함으로써 경선 레이스에 불을 붙였다. 한나라당도 이날 총재단회의에서 대선후보 경선대책기구 구성 논의를 시작함으로써 사실상 경선국면에 돌입했다.


민주당 정치실험, 공정성 시비 등 난제 많아

민주당의 대선후보를 확정하는 전당대회 일자는 4월20일. 민주당은 그 전에 3월10일께 제주도를 시작으로 전국 16개 시ㆍ도에서 권역별 예비경선을 치른다. 정당사상 처음으로 일반 국민이 경선에 참여하는 미국식 예비경선제가 실시되는 것이다.

우리의 정치문화에 변화를 가져올 예비경선제는 잘만하면 국민적 붐을 일으켜 민주당 후보의 경쟁력을 크게 높일수 있다.

그러나 처음으로 시도되는 제도인데다 공정성 확보 등 수많은 난제가 가로놓여 있어 자칫 민주당에 역풍으로 작용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참여를 선언한 주자는 현재까지는 7인. 김근태 김중권 노무현 유종근 이인제 정동영 한화갑씨 등이다.

그러나 경선판이 큰 비용 안들이고 전국적 지명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여서 정치적 업그레이드를 노리는 야심가들이 대거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 무소속의 정몽준 의원이나 고건 서울시장 등이 가세할 수 있으나 이미 판이 굳어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두 사람이 뛰어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민주당 후보경선 구도는 현재 2강(이인제 노무현)이 두드러지고 있는 가운데 나머지 후보들이 얼마나 약진할지, 합종연횡이 어떻게 이루어질지가 관심사다.

이인제 상임고문은 주로 동교동계 구파의 지원을 받아 전당대회시기 등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끈 여세를 몰아 당내에 대세론을 확산시키려 하고 있다. 이인제 대세론 확산의 관건은 당권주자 파트너를누구로 삼느냐다.

일단 동교동계 구파의 리더인 한광옥 현 대표가 유력해 보이며 일각에서는 박상천 상임고문도 거론된다. 이 고문 입장에서는 여론조사등에서 가장 강력한 당권후보로 나타난 한화갑 상임고문과의 짝짓기가 ‘드림 팀’이 될 수 있다.

한 고문은 쇄신연대 등 당내 개혁세력의 지지도 받고 있어 이인제 고문의 개혁성을 보강해 주는 효과도 기대된다. 하지만 이 고문이 한 고문과 연대할 경우 그 동안 자신의 최대 후원세력인 동교동계 구파와 결별을 각오해야 한다. 동교동계 신ㆍ구파가 단합해 한 고문을 당권주자로 밀지 않는 한 그렇다.

이 고문이 동교동 구파와 결별하지 못할 경우 이인제-동교동구파연대 대 반 이인제 구도가 형성되기 쉽다. 반 이인제 진영의 대표주자는 노무현 상임고문이 유력해 보인다. 노 고문이 한화갑 고문과 영호남 화합을 기치를 내걸고 연대할 경우 상당한 파괴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

개혁성향을 공유하는 김근태 정동영 상임고문 등이 심정적으로 가세할 경우 이인제-동교동구파 연대 대 노무현-한화갑 및 쇄신파 연대 간 건곤일척의 한판 대결이 벌어지게 된다.

물론 이 같은 구도가 잡히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대선후보와 당 지도부 경선에 중복 출마할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주자들이 일단 지도부 경선 등록 시한인 4월 초까지는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할것이기 때문이다.

각 주자들은 대선후보 경선 중반까지 판세를 보며 나름대로 지명도를 높인 뒤 당권과 대권중에 택일을 할 개연성이 높은데 이 때가 짝짓기의 절정이다.

대선주자 중 김중권 김근태 정동영 고문과 유종근 지사등은 전국 순회 경선 실적에 관계 없이 끝까지 갈 가능성이 높다. 한화갑 고문도 대권도전을 포기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으나 당권으로 선회할 경우얻게 될 이익이 커 강한 유혹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룰 놓고 신경전

민주당보다는 약하지만 한나라당 내에서도 경선 룰을 둘러싼 신경전이 가열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그 긴장의 중심에는 박근혜 부총재가 있다. 박 부총재는 7일 총재단회의에서 정당개혁의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하고 나섰다.

경선 룰 논의와 함께 정당개혁에도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박 부총재는 이 두 가지를 다룰 ‘한나라당 개혁추진위’ 구성을 공식 제안했다.

박 부총재는 경선 공정성 확보를 위해 이회창 총재가 총재직을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도 조만간 제기할 방침이다. 비주류의 한 축인 이부영 부총재와 김덕룡 의원도박 부총재를 거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만제 강재섭 의원 등 TK출신 의원들이 TK구심점론을 들고나와 당권도전 의지를 공공연히 드러내 또 다른당내 긴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당권-대권 분리 주장에서 한발 앞섰던 PK출신의 최병렬 부총재와 충청권의 입당파인 김용환 강창희의원 등의 입지와 정면으로 부딪친다.

이계성정치부 차장

입력시간 2002/01/08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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