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현이 길따라 멋따라] 눈꽃 트레킹

눈(雪)을 맞은 산하는 아름답다. 하얀 순결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맘 때면 여행 마니아들의 화두는 눈꽃 트레킹. 가벼운 산행도 즐기고 자연의 깨끗함에 푹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인기있는 눈꽃 트레킹 코스는 강원 태백산 등정과 대관령 인근 산행. 가파르지 않고 바위지대가 없어 산행초보자라도 쉽게 완주할 수 있다.


◈ 태백산

민족의 영산이다. 그래서 신년이면 해맞이 인파로 가득 찬다. 주봉인 장군봉은 1,567 ㎙. 그 옆으로 문수봉(1,517㎙)이 이어져 있다. 고도는 높지만 해발 800 여 ㎙에서 산행을 시작하는데다 험하지 않아 아이들도 쉽게 오를 수 있다. 꼭대기에는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천제단이 있고 중심계곡인 당골계곡에는 단군의 영정을 모신 단군성전이 있다.

기왕에 태백산에 오른다면 새벽산행을 하고 꼭대기에서 일출을 보는 것이 좋다. 태백산의 일출은 세 가지의 모습이다. 발 아래 구름이 끼었을 때에는 해가운해 위로 떠오른다. 장엄하다. 비교적 날씨가 좋으면 태백시, 삼척시, 경북 울진군의 굵직한 연봉들 사이로 떠오른다. 계단처럼 이어진 봉우리들의 실루엣이 아름답다. 날씨가 아주 좋으면 동해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해를 직접 본다. 행운이 따라야 한다.

운이 나빠 해를 구경하지 못했더라도 정상의 설화와 문수봉의 돌탑을 돌아본다면 억울할 것이 없다. 뚜꺼운 비닐이나 마대자루를 배낭에 넣어가면 하산 길에 일명 ‘오궁(오리궁둥이)썰매’를 즐길 수 있다.

19일부터27일까지 당골광장을 중심으로 제9회 태백산 눈축제가 열린다. 국제눈조각가협회 회장인 핀랜드의 주하니 릴버그씨 등 국내외에서 내로라하는 눈조각가들이 모여 모두 20여 개의 크고 작은 작품을 만든다.


◈ 대관령

대관령트레킹 코스는 두 개이다. 메인코스는 옛길. 우리 조상들이 괴나리봇짐을 이고지고 오르내렸던 길이다. 옛날 횡계와 강릉 파발역의 중간지점인 반정(半程)과 대관령박물관이 자리한 강릉시 어흘리까지 5㎞ 구간이다.

지난 연말 고개를 관통하는 새 고속도로가 개통돼 옛 고속도로가 ‘옛길’로 이름을 바꾸고 그 때의 옛길은 ‘원조옛길’이 됐다.

구대관령휴게소에서 옛 고속도로를 타고 강릉방향으로 구불구불 1㎞ 정도를 내려가다보면 오른쪽으로 ‘대관령옛길’이라는 비석이 보인다. 이 곳이 반정이다.

트레킹은 반정에서 강릉시 어흘리까지 내려가는 방법과 어흘리에서 올라오는 방법이 있다. 1시간 40분 남짓이면 주파하기 때문에 왕복트레킹을 시도해도 무리가 없다. 중간지점에 옛 여행객이 막걸리 한사발로 목을 축이던 주막터가 있고 이 곳에서부터 어흘리까지 맑은 소리를 내는 계류가 얼음 밑을 흐른다.

두번째길은 대관령 북쪽 황병산-오대산으로 이어지는 선자령고갯길이다. 구 대관령휴게소에서 북쪽의 대관사를 거쳐 해발 1,157㎙의 선자령에 올랐다가 내려오는 코스다. 왕복 5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대관령눈꽃을 만나러 가는 길에는 겨울의 진풍경인 황태덕장을 보너스로 구경할 수 있다.

짧은 기간 햇볕에 건조한 북어와 달리 황태는얼고 녹는 것을 반복하며 3개월 이상을 말린 것. 부드럽고 구수한 맛이 일품이어서 강원 산악지방을 대표하는 특산물이됐다. 대관령 서쪽의 평창군 횡계리에 황태덕장이 널려있다. 평창군은 12일부터 20일까지 용평스키장 일원에서 대관령눈꽃축제를 개최한다.

권오현 문화과학부차장

입력시간 2002/01/08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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