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애니메이션] 더블 캐스팅

■더블 캐스팅(DoubleCasting)
(신영우 글·그림/시공사 펴냄)

지난해 우리 사회는 ‘조폭 신드롬’에 휩싸여 있었다. 조폭들은 벤처기업, 사설 파이낸스, 심지어는 정치권에까지 진출했다. 문화계에서는 ‘친구’ ‘조폭 마누라’ ‘킬러들의 수다’ 등 조폭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TV 드라마에서도 조폭은 가장 인기를 끈 소재였다.

국내 만화계에서 조폭은 가장 오래되고 가장 많이 애용됐던 단골 소재다. 하지만 지난 2~3년간 SF 판타지와 순정 만화에 밀려 다소 주춤했던 게 사실이다. 조폭 신드롬은 이제 만화계에서도 다시 한번 붐을 일으킬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젊은 작가 신영우(31)가 신년 첫 작품으로 선보인 ‘더블 캐스팅’(시공사 펴냄)은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괜찮은 조폭 만화다.

중부지구를 완전 장악한 신흥 폭력조직 피너츠파의 보스는 어릴 적 헤어진 쌍둥이 동생을 애타게 찾고 있다. 오랜 수소문 끝에 동생이 경찰대학을 졸업한 장만수라는 사실을 알아낸 보스는 서둘러 동생을 만나러 간다.

20년만에 갖는 운명적인 형제의 상봉. 그러나 가슴 뛰는 상봉 자리에서 동생은 그만 괴한의 총에 맞아 식물인간이 된다. 분노를 참지 못한 보스는 범인을 잡기 위해 동생이 입단할 예정이었던 특수 범죄 전담수사반인 ‘구사조’에 동생을 위장, 입단한다. 드디어 신입 경찰이 된 조폭의 보스. 경찰과 조폭 두목 사이를 오가는 아슬아슬한 박쥐 생활이 시작되는데…

이 만화는 주로 폭력과 잔인성에기초를 둔 기존 조폭 만화와 달리 내용 구성이 꽤 치밀하게 짜여져 있다. 쌍둥이 조폭과 경찰관을 설정한 점, 조폭 두목을 경찰관으로 만든 기발한 착상,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각종 해프닝은 흥미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저자 신영우는 코믹한 조폭물인 ‘키드갱’(1998년)과 달리 본격적인 폭력물로 이 작품을 이끌어 간다. 이 만화는 주인공의 아슬아슬한 위기 돌파가 강조돼 어떤 면에서 스릴러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중간중간 잔혹한 장면이 있어 고교생이상에게만 권한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2/01/08 19:46


송영웅 주간한국부 heroso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