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 조심스런 낙관론

최악 상황 탈출, '소걸음 회복세' 전망

미국 경제는 급격한 하강세를 벗어나고 있는 조짐이 있으나 크게 기대하지는 말라는 것이 경제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하반기에도 기대했던 것 만큼의 성장이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평균 이하의 성장률을 나타낼 것이라고 경제분석가들을 대상으로 한 자체 조사결과를 인용, 4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월가의 경제전문가 5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평균적으로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올해 1ㆍ4분기에는 0.87% 성장한데 이어 2분기에는 2.4% 확대됐다가 하반기에는 성장률이 3.6%를 나타낼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세계 2차대전 이후 있었던 9번의 침체기 이후 회복기에 첫 9개월동안 성장률이 평균 7%에 달했고 1970년 이후의 5번 회복기 때의 평균 성장률이 5%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낮은 수준이다.


평균보다 낮은 3%대 성장 전망

현재 미국의 경제규모로만 보면 경제가 연간 3% 이상 성장하는 것은 그런데로 견실한 성장이라고 할 수는 있지만 침체기에 위축됐던 고용과 소득을 끌어올리기 위한 성장률로는 낮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이들은 이에 따라 지난달 5.8%로 올라갔던 실업률이 올해 5월에는 6.2%까지 올라갔다가 11월께나 6% 수준으로 가라 앉을 것으로 내다봤다.

금리와 관련, 분석가들은 단기금리는 오르면서 장기금리는 별 변화를 보이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면서 하루짜리 은행간금리인 연방기금금리의 경우 현재의 연 1.75%에서 연말 까지 2.5~3.0%로 올라갈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비해 10년물 국채는 5%대인 수익률이 연말에 5.3% 정도로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글렌 허바드 백악관 경제자문회의 의장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하듯 5일 북미경제금융협회 주최로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세미나가 끝난 후 기자들에게 "경기 회복 조짐들이 있다고 본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회복세는 약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바드 의장은 “최근의 경제 지표들을 보면제조업 활동의 하락세가 바닥을 치고 기업들의 해고사태가 진정되는 등 최악의 상태는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으나 경기 회복이 비교적 완만할것으로 내다보는 경제학자들이 많은 등 `미묘한 상황에 있는 만큼' 경기부양책은 여전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미나에서 "미국 경제와 세계 경제에 하강 요인이 많다"고 지적하고 "이것은 정치학이 아니라 경제학이 돼야 한다"며 최근 경기 회복 처방론을 둘러싸고 미국 정치권이 논쟁에 휘말려들고 있는데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증시 섣부른 낙관이 폭락 부를 수도

월가의 전문가들은 또 올 한해 미국 증시도 상당히 회복될 것으로 보이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제조업지수의 2개월 연속 상승이라는 호재속에 출발한 올해 미국 증시는 일단상황이 개선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회복속도가 몇 개월 앞당겨질 수 있다는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

관심의 초점은 얼마나 좋아질 것이며, 반등시기가 언제인가, 2년 연속추락한 첨단기술주가 어떤 곡선을 그릴 까 하는 점이다. 분석가들이 우려하는 것은 지표상에 나타난 경기회복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투자자들의 기대심리이다. 제조업의 불확실성과 첨단업종의 거품이 여전한 상황에서 섣부른 낙관무드는 한순간 폭락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경기회복의 근거는 지난해 무려 11차례 금리를 인하한 데 따른 낮은이자 부담, 저 에너지가격과 이로 인한 구매력 상승, 지난해 제조업의 발목을 잡았던 재고량의 급속한 소진 등을 꼽을 수 있다.

따라서 올해는 올해는 경기 주기에 민감한 금융과 소매업종, 특히 월 마트와 같은 할인매장을 중심으로 경기가 활성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반면 1990년대와 같은 경기침체 뒤의 강력한 호황국면은 올해는 일어나지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과도한 가계부채로 인해 개인의 구매력 한도가 제한돼 있다는 점, 첨단업체의 투자심리가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는 점 등이 원인이다.

특히 중소 정보통신 업종은 지난해 9월 말의 최저점 이후 12월 말까지 무려 3~4배 주가가 폭등, 올해 새로운 거품론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살로먼 스미스 바니의 분석에 따르면 이로 인한 정보통신 전체 평균 주가는 기업의 연간 수익규모에 비해 50배 이상 높게 형성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경제의 한 축을 맡고 있는 일본, 독일의 계속되는 침체 국면도 미국 경기의 상승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경기가 3년 연속 하락한 것은 2차 대전 당시인1939~41년 이후 한 차례도 없었다는 것을 상기시키면서 “올 한해 여러 차례의 널뛰기 장세를 연출한 끝에 연말에는 주가의 변동폭이 그리 크지않은 상황으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황유석 국제부기자

입력시간 2002/01/09 11:23


황유석 국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