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도,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

주요 언론사 대선관련 여론조사 봇물, 실제와 결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누가 16대 대통령으로 유력할까.

이회창 한나라당 1월초 현재 ‘독보’다.

한국 조선 동아 중앙 등 주요 언론매체들이 실시한 대선 관련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도의 차이만있을 뿐 한결같이 이회창 총재가 차기 대통령으로 가장 유력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인제 민주당 상임고문 등과 겨룬 양자대결은 물론 김종필 자민련 총재나 박근혜 한나라당 부총재 등이 가세한 3자 대결에서도 무적함대처럼 전승을 거두었다.

이 총재 측은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민주당 선두후보와 10%포인트 안팎의 지지도 차이는 현 추세를 정확히 반영한 것”이라며 “대선이 다가오면 지지도 차이가 줄기는 하겠지만 뒤집진 못할 것”이라고 반색을 하고 있다.

여권 인사 중 가장 유력한 맞상대로 꼽히는 있는 이인제 상임고문은 “지금은 각종 게이트 등 여권의 의혹 때문에 이회창 총재와 지지도 차이가 있지만 후보가 될 경우 곧 따라잡을 것”이라고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1년전 표심과 투표 당일 표심 같을까?

그렇다면 이회창 총재가 현재의 기세를 몰아 350일 가량 남은 12월19일의 대선에서 승리, 청와대에입성할 수 있을까.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대선 1년전 표심과 대선 당일의 표심은 전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딱 5년전인 97년 정초. 그 때도 일부 언론사들이 올해와 비슷한 대선 관련 여론조사를 실시해 보도했다.

공통된 결과는 국민회의 총재였던 김대중 대통령과 자민련 김종필 총재가 후보를 단일화해서 집권당인 신한국당의 후보와 맞서도 이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여권의 대권후보군이었던 신한국당 대권 9룡(九龍) 중 신한국당 대표로 나설 가능성이 높은 사람으로는 박찬종 고문, 이회창 고문, 이홍구 대표 순으로 조사됐다.

박찬종 고문은 여야를 망라해 가장 유력한 대권 주자였고 이회창 고문, 김대중 총재, 이홍구 대표, 김종필 총재 등이 뒤를 이었다.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인제 고문은 별 주목을 받지 못했다. DJP 단일화 자체도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응답이 과반을 넘었다.

15대 대선을 1년쯤 앞둔 97년 1월초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 나타난 민심은 박찬종 후보, 김대중후보, 김종필 후보 등이 격돌해 박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 결과는 다 알다시피 예상과 달리 DJP 단일화에 성공한 김대중 후보, 연초 가장 유력한 후보로 평가됐던 박찬종 고문을 누른 이회창 후보, 후보경선 패배후 신한국당을 탈당한 이인제 후보가 맞붙어 김대중 후보가 신승을 했다.

올해의 설문조사가 쓸모가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2002년 초 민심과 후보 및 정당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도를 읽을 수 있는 유용한 자료다. 출발점에 선 대권 행로의 역사적 기록이기도 하다.

특히 여론조사의 기법과 경험이 풍부해지고 속마음을 밝히는 응답자도 늘어나고 있어 5년전 여론조사에 비해 올해 조사는 정확도가 한결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97년 여론조사는 결과적으로 실패했지만 정작 메인게임인 대선일 2~3개월전부터는 놀라운 신통력을 발휘, 각 후보의 득표율을 1%이내까지 정확하게 집어내기도 했다.

물론 2000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일부 여론조사는 조사 기법상 정확도가 가장 높다는 출구조사에서조차 민주당의 대승을 예상하는 등 정반대 예측치를 제시해 큰 망신을 사기도 했다.


이회창ㆍ이인제 양자대결 구도가 주류

올해 조사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대결구도는 이회창 총재와 이인제 고문의 양자대결. 한국일보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회창 총재에 대한 지지율은 45.9%로 이인제 고문의 34.7%보다 11.2%포인트 앞섰다.

한국갤럽이 실시한 조선일보 조사에서도 45.4%(이 총재) 대34.8%(이 고문)로 한국일보의 조사와 비슷한 10.6%포인트의 격차를 보였다.

동아일보의 조사에서는 35.4%(이 총재) 대 33.1%(이 고문)로 2.3%포인트 차이의 근소한 우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된 반면 중앙일보 조사에서는 53.0% 대 40.4%로 12.6%포인트의 격차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회창 총재가 최소 2.3%포인트, 최대 12.6%포인트 차이로 이인제 고문을 이기고 있는 것이다.

이회창 총재는 민주당의 다른 상임고문과의 양자대결에서 더 큰 격차(한국 조선 동아 중앙 등 4개지기준)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민주당 노무현 상임고문과의 양자대결에서는 최소 6.6%포인트(동아일보) 최대 20.5%포인트(중앙일보),정동영 상임고문과는 9.8%포인트(동아일보)에서 27.3%포인트(한국일보) 등으로 나타났고 한화갑 김근태 김중권 상임고문, 유종근 전북지사와는 현격한 지지도 차이를 보였다.

추격권 내에 있는 것으로 나타난 민주당 후보들은 “당내 경선은 물론 본선에서도 1, 2위를 다툰다는 것이 입증됐다”(노 고문) “출마선언도 하지 안 했는데 눈에 띄는 지지도가 나왔다”(정 고문)고 반색을 했다.

반면 기대 이하의 성적이 나온 후보들은 “정치 지형과 선거 지형에 많은 변화가 생길 것이므로 별 의미가 없다”(한 고문) “이제 시작일 뿐이다”(김중권 고문) “대선은 물론 당내 경선조차 시작도 안 됐다”(김근태 고문)고 조사결과를 평가절하했다.


본게임선 다자간 구도 가능성 높아

실제 대선은 2자 대결보다는 3자 대결 이상의 다자간 구도가 될 가능성도 크다. 조사기관들은 대부분 민주 한나라당내 지지도 1위 주자와 자민련 김종필 총재, 영남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박근혜 한나라당 부총재, 정몽준 무소속 의원이 경합하는 3자 대결 형태로 질문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현재로선 제3후보가 나서도 이회창 총재의 독주는 흔들리지 않았다. 제3의 후보 중 박근혜 부총재의 득표력이 가장 강했지만 이회창 총재의 지지도를 떨어뜨리는 저지력을 발휘하지는 못했다.

재미있는 부분은 제3의 후보들이 연고지역인 충청권과 영남권에서 이회창총재에게 밀리는 것으로 나타난 것. 지역주의가 퇴색하고 있는 신호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지역 대표후보가 가시화되지 않는 데 따른 지역민심 부동화와 지역색과 관련해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특성도 상당히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별 대선후보감으로 민주당은 이인제 고문이 각 조사의 공통 1위를 차지했다. 30.6%(한국일보) 34.6%(동아일보) 등이었고 일반인이 아닌 대의원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43.4%(조선일보)에 달했다.

이를 이어 노무현 고문이 2위 그룹의 부동의 선두주자로 나타났고 정동영 한화갑 김근태 고건 김중권 등이 ‘감’ 으로 거명됐다.

한나라당은 이회창 총재가 단연 높았는데 55%(한국일보) 62.3%(동아일보) 등이었고 일반인이 아닌대의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조선일보)에서는 무려 88.4%에 달했다.

그 다음으로는 박근혜 부총재가 19.6%(한국일보) 정도로 2위 자리를 지켰고 김덕룡 의원 이부영 부총재 최병렬 부총재 김혁규 경남도지사 등도 거론됐다.

<사진설명> 한나라당 대선후보는 이회창총재가 독주하는 가운데 박근혜 부총재가 뒤를 바짝 쫓고 있는 형국이다.<최종욱/사진부 기자>

김경철 주간한국부 차장

입력시간 2002/01/09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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