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오른 2001증시, 반도체냐 금융주냐

서울 여의도가 달아올랐다. 연초 동장군과 함께 내린 눈도 이 열기에 놀라 채 쌓이지도 못한 채 녹아내릴 지경이다.

지난달 크리스마스이브(24일)부터 시작한 종합주가지수(KOSPI)의 상승세는 1월 4일까지 7거래일 동안 이어지며 KOSPI를 100포인트 이상 끌어올렸다. 상승률은 무려 15.98%에 달한다.

이 같은 서울 증시의 급등세는 세계 증시에서도 단연 군계일학(群鷄一鶴)이다. 증권거래소가 지난달 24일 종가와 지난 3일 종가를 기준으로 세계 주요증시의 상승률을 조사한 결과, KOSPI가 12.6%로 월등했고 대만증시와 싱가포르 증시가 7.0%, 4.3% 올라 뒤를 이었다.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영국 등 대부분의 상승률이 5%대를 밑돈 반면 국내 거래소시장만 유일하게 10%를 넘는 두자리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급등 후 급락 온다’는 교훈을 상기하며 차츰 우려를 나타내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관심은 ‘조정이 언제 올까’보다는 ‘어디까지 올라갈까’에 집중된다.

증시 제반 여건이 그만큼 우호적인 탓이다. 물론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이 찾아온다고해도 전혀 이상할 것은 없다. 불안한 환율 움직임 등 걸림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시장 분석가들은 “겹겹이 둘러싸인 호재를 분석하느라 악재를 돌볼 여념이 없다”라며 너스레를 떤다.

여기에서 개인투자자들, 이른바 개미들의 고민이 생겨난다. KOSPI가 하늘을 찌르고 올라간들 내 종목이안 오르면 그만이다. 그렇다면 2002년을 기분 좋게 시작한 국내 증시의 주인공은 어떤 종목일까. 분석가들의 눈의 반도체와 금융주에 쏠려 있다. 그들의 눈을 따라가 보자.


반도체 가격상승, 삼성전자 최대수혜

이번 랠리의 일등공신은 역시 반도체다. 지난해 말부터 나타난 반도체 가격 반등과 이에 따른 경기회복 기대감이 큰 몫을 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D램 고정거래가격을 연이어 인상했으며 그 폭과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빨랐다는 점이 투자심리에 불을 붙였다.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반도체 비중이 높은 대만 증시가 우리나라와 함께 동반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하이닉스반도체와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협상으로 반도체 업계의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D램 경기가 바닥을 지난 것이 아니냐는 안도감도 크게작용했다.

반도체 가격반등의 가장 큰 수혜주인 삼성전자는 이번 지난달 24일 이후 지난 4일까지 26.8%나 오르며 30만원대에 안착했고 하이닉스는 50.7%나 폭등했다. 많이 올랐으니 이제 삼성전자를 사기는 늦은 것일까.

대부분 증권사들의 대답은 ‘아직도 늦지 않았다’는 쪽이다. 국내 13개 증권사가 2002년 증시전망 보고서를 내놓으며 제시한 투자유망종목을 분석한 결과, 한 번이라도 추천을 받은 종목은 모두 120개에 달했고 이중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종목은 13개 중 12개 증권사가 뽑은 삼성전자였다.

‘증권사가 추천하면 주식을 팔아야할 때’라는 증시 교훈만을 굳게 믿는 투자자라면 반기지 않을 결과다.

그러나 주식 투자가 일종의 미인투표라는 점에서 여럿이 이구동성으로 추천하는 종목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삼성전자는 다만 너무 고가인 탓에 개인들에게는 부담스럽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의 하이닉스는 또 펀더멘털(기업내재가치)보다 수급ㆍ재료에 출렁이는 경향이 커 데이트레이더가 아니라면 접근이 힘들다.

대신증권 김문국 연구원은 반도체 장비업체들에 대한 관심을 주문했다. 그는 “지난해 국내 반도체 장비업종이 설비투자 감소에 따른 영업실적 대폭 악화 및 주가 하락으로 얼룩진 한 해였다면, 올해는 반도체경기 회복을 염두에 둔 긍정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중장기적으로 반도체경기 회복 시점을 살피며 설비투자 증가시 수혜가 예상되는 업체 중심의 투자가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LCD세정장비 매출 증가, 중국 및 동남아시아 수출 증가가 예상되는 케이씨텍, 삼성전자 LCD라인 투자 및 동부전자 매출이 기대되는 신성이엔지, 기존신규제품 매출증가가 기대되는 아토”를 투자유망종목으로 제시했다.


주도주로 떠오른 금융주

은행주를 필두로 한 보험, 증권 등 금융주도 올해 증시에서 없어서는 안될 주인공이다. 연초부터 금융주는 반도체주와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주도주 다툼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24일 이후 대장주인 국민은행은 15.7% 상승했고 한미은행(37.4%), 신한지주(25.6%), 하나은행(20%) 등 우량주들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금융주의 부상은 수익성 개선에 따른 실적호전 지속이 밑거름이 되고 있다. 은행은 충당금 부담 완화에 따라 올해에도 실적 개선세가 지속될것으로 예견되고 있고 보험주도 작년에 이어 손해율 안정과 투자영업이익 증가로 인해 수익성 개선이 예상된다.

증권주는 올해 활황장세가 펼쳐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 실적 개선이 유력시된다.

구조조정 또한 금융주의 증시 선도 가능성을 설명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호재다. 지난해 통합 국민은행의 탄생으로 촉발된 은행권 구조조정은 현재 1~2개의 추가 대형은행 출현이 거의 대세로 굳어져 있고 추가합병을 위한 물밑작업 또한 한창 진행 중이다.

증권사도 올해 구조조정의 회오리에서 벗어나기 힘들 전망이다. 지난 2일 증권거래소 개장식에 참석한 이근영 금감위원장은 “증권사간 자본제휴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대형화를 추진해야 한다”며 증권사 구조조정이 임박했음을 나타낸 바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해 은행권 중심의 금융 재편이 이뤄졌지만 올해는 증권투신 등이 투자은행으로 바뀌고 대형화되면서 제2금융권 중심으로 금융 재편이 이뤄질 전망”이라며 “2003년 방카슈랑스 도입을 앞두고 은행과 보험권의 물밑 제휴도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최근 경기회복 조짐에 힘입어 대표적 경기민감주인 금융주가 힘을 받는 것으로도 분석된다. 금융주는 경기회복기의 상승 탄력이 반도체 등 기술주 못지 않을 뿐 아니라, 실적까지 뒷받침되고 있어 유망투자대상으로 떠오르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첫 손에 꼽는 유망 금융주는 국민은행. 국민은행은 13개 증권사 중 8개 사가 올해 유망종목으로 꼽아 삼성전자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증권주 중에서는 인수ㆍ합병을 통한 대형 증권사의 출현시, 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은 삼성증권과 대신증권등 업계 수위 증권사들이 실적 호전 가능성까지 겸비한 유망주로 거론된다.

대우증권 이승주 연구위원은 “올해 큰 폭의 이익 증가가 예상되는 은행, 리딩증권사의 탄생이 기대되는 증권사 등으로 금융업종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며 “다만 경기가 본격회복 국면에 접어들때는 반도체 등 기술주보다 금융주가 앞서 갈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사진설명> 연말ㆍ연초에 두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한 증시. 단기급등에 따른 불안감도 호재에 밀려나는 형세지만 개미들에게는여전히 “글쎄”다. <김재현/사진부 기자>

진성훈 경제부기자

입력시간 2002/01/09 19:21


진성훈 경제부 blueji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