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위기탈출] "눈으로 먹고 가슴으로 사게 해야죠"

딸기가 '주작' 쌀은 '부작', 작목반 퇴직금 적립도

경남 합천군 율곡면 제네리 ‘합천황강 딸기 작목반’(055-932-4330) 51명의 농민들은 ‘잘사는 농촌’이 결코 먼 곳에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며 시름에 빠져 있는 우리 농촌에 부농(富農)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들 농민들은 주위의 우려속에 주작인 벼농사를 부작으로 돌리고 타 작물에 비해 적은 돈으로 생산기반을 갖출 수 있는 딸기를 선택했다.

부단한 노력끝에 작목반 출범 3년만에 전국에서 가장 먼저 출하되는 ‘첫눈에 반한 딸기’ 라는 브랜드로 소비자들의 가슴속을 파고들고 있다.

가장 먼저 출하된다는 뜻과 소비자들에게 오래토록 기억될 수 있다는 의도에서 붙인이 브랜드는 국내 농산물에 이른바 ‘감성(感性)브랜드’바람을 몰고 왔다.

다른지역 보다 한달가량 빠른 11월초부터 출하되는 이 딸기는 이듬해 5월까지 생산돼 전국의 유명 백화점과 할인매장과 일본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엄격한 품질관리로 소비자 신뢰 구축

1998년 결성된 이 작목반의 급성장 비결은 오직 믿음과 부단한 노력뿐. 작목반은 농가별로 들쭉날쭉한 출하시기와 상품성 극복을 위해 육묘(育苗) 에서부터 출하까지 철저한 공동작업과 엄격한 품질관리를 철칙으로 삼고 있다.

또 꽃이 필 때부터 농약을 치지 않은 무공해 농법으로 빠른 수확을 위해 밤에는 비닐하우스에 백열등을 켜 두고 보온을 위해 섭씨 17도 정도의 지하수를 쉴 새없이 품어 수증기를 발생시키는 수막(水幕)보온재배를 하는 것이 특징이다..

작목반 대표 박동문(47)씨는 “딸기꽃이 피기 시작하면 비닐하우스 안에 꿀벌을 한통씩 넣어두는데 꿀벌이 없으면 수정이 제대로 안되기 때문에 농약을 뿌릴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상품성과 직결되는 신선도 유지를 위한 농민들의 노력도 부단히 이어지고 있다. 일단 밭에서 딴 딸기는 온도를 급격히 떨어뜨리는 예냉기에 1시간동안 넣어 섭씨 23도의 딸기 온도를 4도로 낮춰 휴면상태로 만든다.

예냉을 거친 딸기는 저온저장고로 옮겨져 출하 날짜를 기다린다. 출하당일 선별작업을 거친뒤에도 냉동탑차로 운반된다. 이 같은 ‘콜드 시스템’은 다른 딸기보다 보관기간이 평균 10여일 이상 길고 신선도 또한 탁월해 상품성을 한껏 높이고 있다.

선별작업도 유별나다. 소비자들의 눈을 속이기 위해 박스 위쪽에는 알이 굵은 딸기를 깔고 아래쪽에는 무지렁이를 넣는 이른바 ‘속박이’를 없애기 위해 생산 농민들이 아닌 소비자들이 직접 선별을 하고 포장을 한다.

또 꼼꼼하게 기록한 영농일지를 토대로 육묘에서 출하까지 전과정을 컴퓨터에 담아 교육자료로 활용하는 한편 합천군 농업기술센터에 재배기술 향상등 신기술 교육을, 율곡농협에 자재구입과 판매 및 선진지 견학을 맡기는 관계기관의 긴밀한 연계성 구축도 이 작목반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합천군 농업기술센터 주진회(50)팀장은 “특별한것은 없습니다. 굳이 성공비결이라면 딸기에 생업을 건 만큼 노력과 쉼 없는 기술축적을 위해 작목반 차원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는 것밖에 없다”고 말한다.

농촌에서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퇴직금’ 적립도 이 작목반만의 자랑거리. 작목반원들은 늙고 병든 노후보장을 위해 농가별로 부담하는 선별 및 포장, 유통비용중 남는 돈을 고스란히 적금을 부어 3년새 적립금이 7,000만원에 달하고 있다. 이 적립금은 농민들이 작목반을 그만두는 날 지급된다.


딸기수출로 ‘50만불탑’수상

이 같은 딸기재배의 비법과 독특한 작목반 운영을 배우기 위해 연중 벤치마킹 행렬이 이어지면서 브랜도 파워도 날로 힘을 받고 있다.

지난해 24㏊에서 500여톤의 딸기를 생산해 이중 400여톤은 내수용으로 나머지 100여톤은 입맛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본으로 수출했고 미8군에도 납품되면서 주문이 밀리다 못해 딸기가 없어서 못팔 지경에 처해 있다. 작목반의 총매출액은 어지간한 공장에 맞먹는 35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시세보다 10%정도 비싼 값을 받는 일본으로의 수출실적도 단일 작목반으로는 유일하게 99년 경남도 10만불 수출탑을 수상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50만불탑을 수상했다.

이동렬 사회부기자

입력시간 2002/01/09 19:50


이동렬 사회부 dy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