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카페(90)] 거짓말 탐지기술

요즘 언론에 오르내리는 소위 지도층 인사를 보면, 우리사회가 왜 신용부재의 사회, 불신의 사회라고 불리는지 알만하다.

거짓말을 못하면 오히려 바보가 되는 세상이 된 듯한 느낌이다. 웬만한 거짓말 탐지기도 이들에겐 무색할 지경이 아닐까?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서 커져만 가는 타인에 대한 불신, 그래서 거짓말 탐지기의 실용화도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이와 함께 최근 세계적인 반테러 움직임에 발맞춰 거짓말 탐지기술의 개발이 주목을 끌고 있다. 최근 세계적 과학잡지인 <네이처>에 발표된 한 기술은, 얼굴의 열을 감지하는 사진기술로, 기존의 거짓말 탐지기보다 사용이 간편하고 실용적이다.

메이오 임상연구소와 허니웰 연구소가 공동으로 개발한 이 기술은, 83%에 이르는 정확도로 범인을 색출했다(범죄인 확인 75%, 무죄확인 90%). 이 기술의 핵심은 높은 해상도로 사람의 얼굴에 나타난 열을 감지하는 것이다.

대개 ‘강도의 상기된 얼굴은 유죄의 증거‘라는 말이 있다.

특히 범인의 눈 주위에 나타나는 열은 원초적으로 사람이 거짓말을 할 때 나타나는 ‘공포ㆍ도주’ 반응이다. 이런 얼굴의 열상은 거짓말이나 충격을 받으면 아드레날린이 분비되어서 얼굴의 혈관이 느슨해지기 때문일 것으로 과학자들은 해석하고 있다.

83%의 정확도라는 것은 현존하는 거짓말 탐지기에 상응하는 정확성이다. 기존 탐지기는 심장박동, 호흡 그리고 땀의 변화를 측정하는 방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피검사자가 동조해야 하고 신체와 기계간의 전선연결을 비롯하여 검사자가 검사결과를 해석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추어야 하며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하지만, 이 열상 사진기를 활용할 경우 피검사자가 모르는 상태에서 사용이 가능하고 빠른 속도로 탐지가 가능하다. 가방에 폭탄이 있습니까? 신고할 물건이 있습니까? 등 공항이나 국경에서의 짐 검색과 소지품 검사 때 손쉽게 활용할 수 있어 획기적이다.

실제로 공항이용자가 거짓으로 대답을 하더라도 인종이 다르고 가지각색의 인상을 가진 사람들이라 얼굴표정으로 거짓을 가려내는 것은 아주 어렵다고 한다.

또한 단순히 눈동자의 움직임이나 긴장한 몸짓만으로는 거짓을 가려내기도 하지만 신빙성이 적다. 그런데, 이 열상 사진기는 두꺼운 화장이나 가짜 털로 눈 주위를 가려도 그 열상을 가려낼 수 있도록 개발되었기 때문에 향후 추가적인 실험까지 이루어질 경우 그 위력이 크다.

기존의 거짓말 탐지기는 비록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아직 논쟁의 여지가 많으며, 미국의 일부, 이스라엘, 일본 등 소수의 법정에서만 증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번에 개발된 기술도 같은 논란의 여지는 있다.

사람의 감정변화는 모든 사람에게 일률적인 것이 아니라 개인차가 있고 다른 요인으로도 얼굴의 열상이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적은 수의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했기 때문에 보강실험이 필요하고, 열상의 감지가 실제상황에서 얼마나 정밀하고 빠르게 작동될 수 있느냐가 검증되어야 공항에서 대량 검문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새로운 거짓말 탐지기술. 중고차를 살 때나 법집행인에게는 필요한 기술이 될 것이지만, 혹 이것이 일반인들까지 사용할 수 있는 일반제품으로 등장한다면, 그도 참 진풍경일 듯 싶다. 어쩌면 모든 사람이 거짓말 탐지기를 원할 정도로 우리 사회는 믿지 못할 사회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태러와 불신사회가 부추긴 거짓말 탐지기술, 하지만 선의의 거짓말까지 감출 수 없는 사회가 되지는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원근 과학커뮤니케이션연구소장 www.kisco.re.kr

입력시간 2002/01/10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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