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대] 증시 숨고르기 장세로

정치권은 각종 ‘게이트’추문으로 바람잘날 없는 가운데 서울 강남권 일대의 부동산 광풍이 힘없고, 돈없는 서민들의 억장을 무너뜨리고 있다.

지난해 연말 이후 올초까지 강남권의 재건축 추진 아파트가 5,000만~1억원이 오르고, 신규아파트 분양가격도 급격히 상승, 부동산경기가 과열양상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한탕주의를 노린 ‘가진 자들’이 ‘떴다방(이동중개업소)’을 동원, 아파트값 상승을 부추겨 엄청난 시세차익을 남긴채 양도세금은 쥐꼬리만큼 내며 강남일대를 휘젓고 있다.

지상의 방한칸 갖기를 소망하는 무주택 서민이나, 서울강북이나 수도권에 뼈빠지게 한푼두푼 모아 겨우 보금자리를 마련한 샐러리맨들에겐 강남권의 부동산거품 행진은 엽기적인 ‘남의 잔치’일 뿐이며, 커져만 가는 상대적 박탈감에 허탈해 하고 있다.


“응급치료로는 아파트값 폭등 치유 못한다”

정부가 사후약방문식으로 수도권에 10만가구 신규주택 건설, 강남권 재건축 추진 아파트 기준시가 상향조정, 투기꾼들의 분양권전매 실태조사등의 대책을 발표했지만, 약발이 먹힐지는 불투명하다.

강남열풍은 ‘돈놓고 돈먹기식’의 천민자본주의 논리만이 아닌, 강남 8학군 등 현 교육제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입 수능시험이 어렵게 출제되면서, 입시학원이 집중된 강남에 사람들이 몰려든데다, 고교평준화가 일산, 분당 등 신도시로 확산되면서 강남선호현상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정부의 일시적인 대증요법으로 강남권일대 복덕방이 문을 닫고, 재건축추진아파트의 매매가격이 다소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강남권 아파트선호 열기가 좀처럼 식지 않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환부의 고름’을 제거하지 않은채, 응급치료에만 급급한 정부의 대책은 시간이 지나면 다시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 과천관가와 경제연구소에서는 과잉경기 부양논쟁이 한창이다. 전경련이 지난주 회장단회의에 제출한 경제동향 보고서를 계기로 촉발된 경기논쟁은 향후 거시경제 운용방향의 완급조절과 관련된 문제여서 큰 관심을 끌고있다.

전경련은 현재 경기는 상승국면을 맞고 있으며, 수출이 회복되고, 건설 및 서비스업도 적극적인 내수부양에 힘입어 호전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재정의 조기집행 등 내수부양 드라이브를 고수할 경우 하반기이후 경기가 자칫 과열될 우려가 있다며 재정의 조기집행 등 기존 거시경제정책에 대한 손질이 필요하다고 촉구하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이에대해 “그동안 줄기차게 내수부양을 촉구해온 전경련이 과잉부양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잠꼬대 같은 소리’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미국의 경기회복시기가 불투명하고, 수출과 투자가 아직 마이너스행진을 보이고 있어 경기가 본격 회복되고 있다고 속단하기는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빛과 그림자 뒤섞인 증시, 재계는 인사시즌

증시는 빛과 그림자가 뒤섞여 있다. 올들어 무서운 기세로 상승랠리를 전개, 지난주 한때 750선까지 상승커브를 그렸던 증시는 지난주 후반부터 숨고르기에 들어간 느낌이다.

전문가들은 “과열기미를 보였던 국내증시가 반도체가격 상승폭 둔화, 미국경기회복시기의 불투명 등으로 단기 조정국면에 진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주 증시는 주초부터 본격화한 미국 기업들의 실적발표에 따라 출렁거리고 있다. 17일로 예정된 삼성전자의 실적발표를 비롯 다른 대기업들의 지난해 ‘수확’에 따라 1월상승랠리가 2월에도 이어질지, 반짝장으로 이어질지 가늠케해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재계는 삼성이 이번주초 정기임원인사를 단행한 것을 신호탄으로 인사시즌에 접어들고 있다. 삼성이 사장단을 전원 유임시킨데서 드러나듯이 재계의 올해 사장단 인사는 ‘전쟁중엔 말을 갈아타지 않는다’는 속담처럼 큰폭의 교체는 없을 전망이다.

경기가 불확실하고, 선거까지 겹쳐있는 상황에서 경영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위해 모험을 하지 않겠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경제부처는 진념 부총리겸 재경부장관등 경제팀의 교체설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대중대통령은 14일 연두 기자회견에서 경제팀 개각과 관련, “각종 게이트에 신경쓰다보니 어떤 계획을 수립하지 않았다”며 “현재 심사숙고중”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1월중 경제팀 교체는 없을 것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과천관가는 해석하고 있다. 이는 현정부가 추진해온 구조조정을 마무리할 구원투수가 적당치 않고, 증시회복 등 경제성적표도 좋다는 점에서 진 부총리의 유임론이 힘을 얻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실기업의 처리는 이번주에도 쉽게 결론이 나지 않을 전망이다. 하이닉스반도체의 경우 미국의 마이크론측과는 협상골격에는 합의했지만, 매각대금, 채권단의 부채탕감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선 적지않은 이견을 보이고 있어 주중 타결은 힘들 전망이다.

이번주말로 배타적인 협상기간이 끝난 대우차의 본계약사인도 안개속이다. GM측의 정리해고를 위한 단체협약 개정에 노조가 반발하고 있고, 2조원대로 알려진 우발채무도 협상타결을 어렵게하는 복병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의춘 경제부차장

입력시간 2002/01/15 19:25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