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고치냐?', FX사업에 이의 제기

평가방법에 의혹의 눈초리, 국방부선 "공정한 게임" 강조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F-X) 사업이 마지막 기종선정을 앞두고 참여업체들의 막판 경쟁이 뜨겁게 달궈지고 있는 가운데 국방부의 평가방법에 대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는 등 ‘혼선’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보잉(F-15K), 프랑스의 다소(라팔), 유럽 4개국의 유로파이터(EF-2000), 러시아의 로스보르제니에(Su-35) 등 참여 업체들은 국방부가 3일 공개한 평가방법에 대한 이해관계를 계산하면서, 한국민들의 여론을 등에 업기 위한 대대적인 홍보전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정치권과 정부 관계자들에 대한 은밀한 로비 소문도 나돌고 있다. 각국 정부들도 자국 업체의 선정을 위해 외교적 채널 등 각종 라인을 동원, 한국 정부에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내달 하순 방한, 김대중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F-X 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을 보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가중차 산정점수 등에 형평성 제기

국방부는 14일부터 F-X 기종 선정을 위한 마지막 단계인 업체들과의 가격협상에 들어갔다. 지난해 6차례나 연기됐던 기종선정이 새해 들어서야 가닥을 잡고 있는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가격 협상이 시작된 것은 더 이상 기종선정을 지연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올 상반기 중으로는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가격협상이 끝나면 국방과학연구소(KIDA)는 그 동안 각 업체들이 제시해온 기술이전, 수명주기비용 등과 가격 등의 평가 요소를 합산, 최적의 기종을 선정하게 된다.

그러나 각 업체들과 전문가들은 가격협상이 시작되더라도 국방부의 예상과 달리 기종을 최종 선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선 가격협상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국방부가 내심 계획하고 있는 전투기 가격과 업체들의 제시액이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한 업체 당 협상만도 4~5차례 이상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체의 한 관계자는 “국방부의 전투기 구매 예산이 얼마로 책정됐는지 감을 잡을 수 없다”며 “따라서 가격 협상은 지난해 진행됐던 다른 협상보다 훨씬 시간이 많이 걸릴수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가 공개한 기종결정 평가방법의 형평성도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한국 정부가 어떤 업체를 염두에 두고 평가방법을 결정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국방부가 제시한 평가방법은 2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1단계는 수명주기비용, 임무수행능력, 군 운용적합성, 기술이전ㆍ계약조건 등 4가지 요소를 평가하며 요소별 가중치는 각각 35.33%, 34.55%, 18.13%, 11.99%다.

KIDA는 가격협상이 끝나면 지난 한해 동안 각 업체들에 대한 현장조사와 협상을 통해 파악한 각 요소들의 점수에 가중치를 합산, 총점 순으로 최적기종의 순서를 정하게 된다.

최고 점수를 얻은 기종과 다른 기종간의 점수차이가 3%이내일 경우에는 2단계 평가를 실시한다. 1단계 평가에서 최우수기종과 차점자의 득점차가 오차범위인 3%이하일 경우 국가안보ㆍ대외관계ㆍ해외시장개척에 미치는 영향 등 3개 요소를 바탕으로 한 ‘정책적 고려’에 따라 최종 선정하게 된다.

국방부는 그 동안 무기 획득사업의 경험을 바탕으로 오차범위를 3%로 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F-15K 염두에 둔 평가방법" 불만

하지만 군 안팎에서는 후보 4개 기종이 모두 한국이 요구한 작전요구성능(ROC)을 충족시키고 있는 만큼 1단계에서의 점수차가 3%이하일 가능성이 높은데도 2단계에서 이 점수차를 고려하지 않고 정책적 고려에 따르기로 한 평가방법은 사실상 F-15K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1단계에서 보잉사가 불리한 기술이전 요소는 가중치가 11.99%인 반면, 유리한 군 운용적합성은18.13%로 높게 책정됐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1단계 평가에서 최소 3개 기종이 오차범위 3%안에 들 것으로 예상했다. 때문에 2단계에서 최고기종과 차점자가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오차범위 내의 모든 기종을 대상으로 1단계의 점수를 무시한 채 정책적 고려에 따라 최종 선정키로 한 평가방법은 보잉에 유리할 것이라고 이들은 지적했다.

한국과 미국의 동맹관계를 고려할 때 정책적 선택은 미국측에 기울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보잉을 제외한 참여 업체들은 국방부를 의식, 공개적인 불만표시를 자제하면서도 ‘의혹’의 눈초리를 감추지 않고 있다.

한 업체의 관계자는 “100%에 가까운 기술이전 방안을 제시했는데 이 부분에 가장 낮은 가중치를 받게 됐다”며“초기에는 기술이전을 강조하더니 정작 결정적인 순간에 정책이 바뀐 점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의 관계자는 “전투기 성능부분에서의 평가차이는 사실상 미미하다”며 “마치 기술이전을 꺼리는 업체를 두둔했다는 오해를 부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책적 고려사항'이 최대 변수

따라서 일부 군 관계자들은 국방부의 장담처럼 F-X기종 선정이 올 상반기에 끝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어떤 식으로 결정 나더라도 국방부가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군 안팎의 예상대로최종 평가방법에 따라 1단계에서 결정 나지않고 2단계에서 정책적 고려에 따라 결정된다면 탈락 업체 및 국가들의 반발이 만만찮을 게 분명하다.

당장한 업체의 고위 관계자는 “정책적 고려사항은 사실상 수치로 평가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기종 선정 후 2단계 평가 과정의 설명을 요구하는 업체들을어떻게 납득시킬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군의 한 관계자도 “F-X사업을 최종 결정하는 국방부 수뇌부들이 책임을 지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데, 대통령선거 등을 앞두고 말썽 많을 사업을 마무리 짓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국방부 관계자들은 이번 평가방법이 가장 공정한 기준에 의해 결정됐다고 강조하고 있다. 최동진 국방부 획득정책실장은 “지금까지 무기 획득사업에 있어 공청회를 개최하고, 평가방법을 공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국민들이 모두 관심을 갖고 있는 사업인 만큼 가장 공정하고 투명하게 관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평가방법에 대해 일부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각 평가 요소들에 종합점수는 아직 한번도 계산한 적이 없고, 가격협상이 끝나면 KIDA에서 집계될 것인 만큼 어떤 업체가 유리한지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권혁범 사회부기자

입력시간 2002/01/16 11:33


권혁범 사회부 hbkw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