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인류 최고 기호품의 탈을 쓴 '건강의 적'

■담배, 돈을 피워라
(타라 파커-포프 지음/박웅희옮김/코기토 펴냄)

담배는 인간이 만들어낸 경이롭고도 오묘한 물건이다. 이제 담배가 건강에 나쁘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심지어 담배 하나로 세계적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한 담배 제조사들조차 이를 부인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담배를 끊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정확히 말해 끊고 싶은 흡연가는 많지만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자제력과 결단력을 가진 사람은 찾아 보기 힘들다.

이는 역설적으로 담배가 보통 사람의 의지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중독성을 지니고 있다는 반증이다. 담배 회사들은 ‘혹시 기존의 중독자들이 담배를 끊을까’ 하는 걱정은 하지 않는다.

일단 시작하기만 하면 흡연가들 스스로가 평생 고객을 자청하니까! 그들은 스스로의 몸이 망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꺼이 담배를 핀다.

담배회사의 관심은 ‘어떻게 하면 이 시간에도 새로운 사람들을 흡연자 대열에 합류 시킬까‘ 하는 생각에 몰두한다. 말은 안하지만 그 대상은 어린이와 여성들이다.

최근 국내에서 담배세 인상 논쟁으로 금연 운동이 확산돼 가고 있는 가운데 세계 담배 산업을 해부한 번역서가 출간돼 화제가 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여기자로 활약했던 애연가 타라파커-포트가 쓴 ‘담배, 돈을 피워라’(코기토 펴냄)가 바로 그 책이다.

이 책은 담배의 해악을 소개함으로써 금연 운동을 장려하는 부류의 건강 지침서가 아니다. 연간 3,500억 달러(약 450조원)에 달하는 20세기 가장 성공한 사업인 담배 산업의 전반에 대한 해부서다.

저자는 콜럼버스가 처음 신대륙에 발을 내디딘 1492년 남아메리카 원주민으로부터 담배잎 몇 장을 건네 받으면서 태동한 근대 담배산업의 역사를 하나둘씩 풀어간다. 19세기 후반 남북 전쟁과 크림 전쟁, 그리고 20세기 1차 세계 대전을 계기로 담배가 세계 구석구석까지 파고든 배경 등을 설명한다.

또 19세기 궐련의 대량화, 상품화 성공으로 담배가 전세계인에게 대중적인 기호품으로 자리잡으면서 담배 산업이 급성장한 배경도 보여준다.

저자는 제조원가의 비율이 극히 낮은 담배산업의 특성과 막대한 조세 수입 때문에 담배 산업을 은근히 거들었던 정부의 속내도 까발린다.

특히 담배 산업이 현대에 들어서는 마케팅과 광고를 근거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 한다. 1900년대 초부터 담배의 유해성에 대한 논란이 시작되면서 담배업자들은 교묘한 방법으로 광고ㆍ판매 마케팅에 들어 갔다.

막대한 이윤을 축적한 담배 회사들이 펼치는 간접 광고는 현대 광고사의 정수라 할 만큼 교묘하고도 효과적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후반부에서 저자는 내부 고발자들에 의해 최근 드러난 담배회사의 비도덕성을 폭로한다. 그간 담배회사들이 그토록 부인했던 담배 자체의 중독성을 그들은 이미 수십년 전부터 알고 있으면서도 숨겨왔다는 것이다.

현재 지구상에서 매년 5조5,000억개비의 담배가 생산된다. 이는 금방 태어난 아이들을 포함해 전세계 인구 1인당 연간 약 1,000개비, 다시 말해 50갑을 피는 셈이다. 이처럼 담배는 가장 많은 사람이 찾는 인류 최고의 기호품이라는 데 반론의 여지가 없다.

반면 담배는 욕망의 노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의 나약한 의지를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리트머스 시험지이기도 하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2/01/16 15:04


송영웅 주간한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