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동계올림픽 개막,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첫 金 도전

17일간의 눈과 얼음의 축제

지구촌 최대의 ‘눈과 얼음의 축제’인 2002 동계올림픽이 2월9일(한국시간)부터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17일간의 열전 레이스에 들어간다.

이번 대회 마스코트는 파우더(Powder) 코퍼(Copper)콜(Coal). 각각 산토끼, 늑대, 흑곰을 형상화했다. 파우더는 솔트레이크시티 스키장이 자랑하는 설질(雪質)을, 코퍼와 콜은 유타주의 대표산업인 구리와 탄광업을 의미한다.

또 세 마리 동물은 ‘더 빠르게, 더 높이, 더 강하게’라는 올림픽 정신을 대변하기도 한다.

솔트레이크시티는 미 유타주의 주도로 해발 1,280㎙에 위치해있다. 모르몬교와 미 프로농구(NBA) 유타재즈의 연고지로 잘 알려진 이곳은 겨울 평균 기온이 영하 4~15도에 연 평균 강설량이 163.3㎝여서 겨울스포츠를 즐기기에 최적의 조건을 자랑한다.

모든 것이 알고 보면 더욱 재미있는 법. 올림픽처럼 다양한 종목이 한꺼번에 진행되는 스포츠 제전은 더욱 그렇다. 21세기 들어 처음으로 열리는 이번 동계올림픽의 ‘관전 포인트’를 정리한다.


솔트레이크의 스타는 바로 나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는 80여개국 3,500여명. 한달 앞으로 다가온 대회 개막을 앞두고 저마다 ‘솔트레이크의 스타’를 꿈꾸며 막바지 훈련과 전략 수립에 여념이 없다.

가장 눈여겨보아야 할 대목은 ‘스키황제’ 헤르만 마이어(오스트리아)의 출전여부. 98 나가노 올림픽 2관왕(남자 슈퍼대회전, 대회전)인 마이어는 알파인 스키의 1인자이지만 지난해 오토바이 사고로 출전이 불투명한 상황.

마이어가 출전하지 않을 경우 남자 알파인 스키에서는 나가노에서 은메달에 머물렀던 슈테판 에버하르트가 강력한 우승후보. 91년 세계선수권 2관왕에 올랐던 그는 현재 국제스키연맹 랭킹 1위에 오를 만큼 전성기 못지 않은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단거리에서는 나가노 올림픽 500㎙1, 2위인 시미즈 히로야스(일본)와 제레미 워더스푼(캐나다)의 재대결이 볼거리. 나가노에서 0.31초차로 금메달을 내준 워더스푼은 올 시즌 월드컵종합랭킹에서 선두를 달리며 설욕을 벼르고 있다.

스키점프에서는 아담 말리슈(폴란드)와 스벤 한나발트(독일)가 최고의 ‘인간 새’ 자리를 놓고 혈투를 벌이며 루지 1인승의 ‘거목’인 게오르크 하클(독일)은 동계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대회 4연패에 도전장을 던졌다.

88 캘거리 대회 1인승 2위, 2인승 4위 이후 알베르빌, 릴레함메르, 나가노 대회1인승을 제패했던 하클은 이변이 없는 한 최초의 4연속 금메달리스트가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지난해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크리스티 야마구치(91,92년우승)에 이어 2연패 달성에 성공한 ‘빙판 요정’ 미셸 콴(미국)은 이번 대회서 기필코 나가노 대회서 은메달에 머물렀던 설움을 씻겠다고 벼르고 있다.

한국선수로는 무릎부상에서 재기, 2001~2002시즌 월드컵대회에서 랭킹 1위에 복귀한 김동성(고려대)이 쇼트트랙에서 한국에 무더기 메달을 선사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빙속 1500㎙ 세계기록 보유자인 이규혁(고려대 대학원)도 한국에 올림픽 첫 빙속 금메달을 바치겠다며 비지땀을 쏟고 있다.


4연속 10위권 진입 노리는 한국

이번 대회 종합 우승은 나가노에 이어 2연패에 도전하는 독일을 비롯, 노르웨이, 러시아 등 겨울스포츠 전통 강국들과 홈팀 미국이 다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나가노서 5위로 부진했던 미국은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 총력전을 펼 전망이다.

한국은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알파인스키, 크로스컨트리, 피겨스케이팅, 스키점프, 바이애슬론, 루지 등 9개 종목에 역대 최대 규모인 44명의 남녀 선수들을 파견, 4회 연속 10위권 진입을 목표로 잡고있다.

92년 알베르빌에서 종합 6위, 94년 릴레함메르 10위, 98년 나가노 9위에 올랐던 한국은 4회 연속 10위 입성으로 겨울스포츠 강국의 이미지를 굳힌다는 복안이다.

한국의 메달 밭은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쇼트트랙. 김기훈과 채지훈, 전이경 등 슈퍼스타들을 배출했던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쇼트트랙 남녀 1500㎙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면서 금메달 수가 8개로 늘어나 역대 최다인 금 5개 획득을 내심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94년 대회 때의 화려한 멤버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더욱이 이전 대회까지 쇼트트랙의 변방으로 남아있던 유럽과 북미 선수들의 기량이 눈에 띄게 좋아져 한국과 중국의 양강 체제를 위협하고 있다.

한국은 스피드스케이팅에서도 남자 1500㎙ 세계기록 보유자인 이규혁과 최재봉의 기량이 최근 급성장, 첫 금에 도전한다.

반면 알파인 스키와 스키점프, 크로스컨트리 등에서는 세계 정상권과 기량 차이가 현격하기 때문에 미래를 위한 소중한 경험을 쌓는다는 목표로 도전에 나선다.

특히 이번대회에서는 박용성 국제유도연맹회장과 전 쇼트트랙의 여왕 전이경이 각각 IOC 위원과 선수위원에 선출될 예정이어서 한국 스포츠계의 위상을 한층 높이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78개 금메달, 세부종목 10개 늘어

이번 올림픽에서는 총 7개 종목(78개 세부종목)에 모두 78개의 금메달이 걸려있다. 나가노 올림픽과 비교해 종목 수는 차이가 없지만, 세부종목은 10개가 늘어났다.

이 가운데 일반인에게 생소한 종목은 스켈리턴(skeleton). 썰매에 몸을 싣고 빙상을 질주하는 것은 루지와 같지만, 루지가 등을 썰매에 대고 눕는 반면 스켈리턴은 엎드린 채 썰매를 탄다. 1800년대 스위스의 한 동네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썰매모양이 사람의 뼈대처럼 생겼다고 해서 스켈리턴이라고 명명됐다.

이밖에 노르딕 복합과 크로스컨트리 스프린트, 바이애슬론 추발경기가 신설됐고 남자 종목만 있던 봅슬레이도 이번 대회부터는 여자종목이 생겼다.


안전 제일…선수1명에 경비인원 4명꼴

지난 해 미국의 심장부를 강타했던 911 테러 이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보복공격이 감행된 뒤 열리는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은 어느 대회보다 안전 문제가 가장 큰 이슈로 등장했다.

조직위원회(SLOC)는 2,600여명의 선수단과 20여만명으로 예상되는 관광객의 안전을 위한 예산에 1억 달러를 추가로 배정, 유사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테러에 대비해 각종 안전대책을 세워 놓았다.

경기장 경비인원을 참가선수 1명당 4명 비율인 1만명까지 늘리고 우편물을 이용한 생화학테러를 막기 위해 선수촌으로 우송되는 모든 우편물에 대한 특별검열을 실시할 계획이다.

또 5만명 이상이 운집한 가운데 개ㆍ폐회식 행사가 열릴 주경기장이 납치된 비행기를 이용한 테러의 표적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행사 시간대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는 한편 공항 입국심사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미트 롬니 솔트레이크시티올림픽조직위원회(SLOC)위원장은 “어떤 테러 공포도 올림픽을 중단시킬 수 없음을 보여주기위해서 철저한 안전대책으로 모든 상황에 대비하겠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올림픽을 한달 앞둔 시점에서 아직도 많은 입장권과 숙박시설이 예약만 완료됐을 뿐 실제 구입자가 나타나지 않고 많이 남아있다는 점은 테러에 대한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박천호 체육부기자

입력시간 2002/01/16 17:38


박천호 체육부 tot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