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올려놔" 너도나도 출사표

민주당 대선후보 및 당 지도부 경선, 4명중 1명꼴로 출마

민주당이 1월7일 대선 후보 및 당 지도부 경선 일정을 확정하면서 당내에 지도부 ‘감투’를 겨냥한 출마 열풍이 몰아치고 있다. 최고위원과 원내총무 등을 포함하면 출마 후보자는 30여명으로, 4명중 1명꼴로 경선에 도전하는 셈이다.

4월20일 전당대회에서 뽑는 선출직 최고위원은 모두 8명. 이중 최고위원 경선과정에서 최다득표로 당권을 노리는 주자로는 현재 대권을 향한 출사표를 던진 한화갑 상임고문을 비롯, 한광옥 대표, 박상천 고문 등이 거론된다.


한화갑 고문, 당권ㆍ대권 저울질

한화갑 고문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다는 입장을 표명한 초심에 변화가 없고 유턴도 없다”면서도 “당권 도전은 그 때가서 상황을 보아야 하고 검토할 문제가 많다”며 당 대표 경선 출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당내 일각에서는 한 고문의 대권 도전 선언은국민적 인지도와 함께 당내 지지도를 확실히 다잡기 위한 전략으로,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서 보듯 지지도가 계속 뒤처질 경우 당권으로 선회할 것이라는관측이다.

한 고문은 2000년 8ㆍ30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 경선에 나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당내 지지 기반이 두터운 편이다.

그러나 한 고문측에도 내심 고민은 있다. 지난해 당 쇄신 파동 때 동교동계 구파의 좌장인 권노갑 고문이 당 대표를 맡으라고 제의한 것을 뿌리치고 대권에 도전한 상황에서 다시 당권쪽으로 방향을 틀 경우 당 안팎의 시선이 곱지 않으리라는 분석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한 고문은 최근 “대통령퇴임 후 우리(동교동계)가 울타리가 되기 위해 단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내가 앞장설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단합론을 제기했다.

하지만 동교동계 구파의 한 의원은 “당시 한 고문에게 당권을 제안한 것은 김대중 대통령의 뜻이 담긴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금 와서 한 고문이 현실을 직시하고 당권으로 돌아선다 해도 우리는 지지할 수 없는처지”라고 잘라 말했다.

한광옥 대표는 아직까지 대선후보와 당 대표 경선 중 어디에 출마할 지 공식적으로 거취를 표명하지 않았다. “당 쇄신안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받은 뒤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입장만 밝혔을 뿐이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한 대표가 당권 경쟁 대열에 뛰어들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당 쇄신안 논의과정에서 공정성 여부 등으로 끊임없는 예의주시의 대상이 된 한 대표가 특유의 끈기와 지도력을 발휘, 합리적이고 원만한 해결을 통해 주가를 부쩍 올린 점이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또 초기 노사정 위원장과 97년 대선 때 DJP공조 및 후보단일화의 주역으로 ‘협상의 달인’인 한 대표가 향후 대선 구도와 관련, 김대중 대통령-김영삼 전 대통령-김종필 자민련 총재등 3김의 메신저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도 한몫하는 분위기다.

다만, 한 대표가 지금 당장 당권 도전을 선언할 경우 이인제 후보와의 연대 가능성등으로 경쟁 주자들로부터 곧바로 사퇴압력을 받게 돼 당분간 ‘우보(牛步) 전략’을펴고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민주당 당헌ㆍ당규개정소위는 한 대표가 대선후보 경선이 아닌 당 지도부 경선에 도전할 경우 현직을 유지한 채 경선을 치를 수 있도록 했다.


‘자천타천’ 넘치는 대표 후보

박상천 고문은 금주 중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당권 도전을 선언할 가능성이 높은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은 “캠프에서 한 때 다소 시간적 여유가 있는 큼 당내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해 인지도와 몸값을 최대한 높인 뒤 당권에 도전해도 늦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며 “그러나 박 고문이막대한 선거비용과 당선 가능성 등을 감안, 대권 도전을 포기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전했다.

박 고문측은 3번에 걸친 원내총무 재임 기간에 단 한차례의 날치기와 국회 파행 없이 여야를 원만하게 끌어온점을 내세워 대의원들을 상대로 적극적 지지를 호소할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이밖에 대표 경쟁군으로 김원기 정대철 김기재 고문 등이 꼽히고 있다. 안동선 고문과 김옥두 박상규 전 사무총장, 조순형 천용택 의원, 이협 사무총장, 김태식 김충조 문희상 의원도 최고위원의 꿈을 키우고 있다.

선출직에 나서거나 지명직(2명)중 1명을 맡는 여성 몫은 신낙균 고문과 추미애 김희선 의원 등의 3파전이 될 전망이다. 소장 의원들 가운데는 바른정치모임을 이끄는 양대 축인 신기남 의원이 출마를 검토중이고, 박병석 의원도 ‘충청권지분’을 의식하고 있다.

또 당연직 최고위원인 원내총무 자리도 불꽃튀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에 의총에서 선출될 원내총무는 예전과 달리 당 지도부의 간섭을 받지않고 독자적으로 국회를 운영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총무경선이 대선후보와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 앞서 실시되기 때문에 당내 세력의 대리전 성격까지 띌 전망이다. 이상수 총무는 이미 “서울시장경선 준비를 위해 빠르면 이달 중 총무직을 사직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원내총무 불꽃 경쟁 예고

지금까지 총무 경선 출마자는 대략 10여명. 쇄신연대의 총간사인 장영달 의원과 당발전ㆍ쇄신특별대책위 부위원장인 임채정 의원, 지난 경선때 이상수 총무와 경합했던 천정배 의원 등이 거론된다. 또 박광태 의원과 김경재 의원, 송훈석 수석부총무 참여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당내 최대조직인 중도개혁포럼을 이끌고 있는 정균환 특보단장 주변에서 총무 출마설이 유포되면서 총무 경선 구도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정 단장은 2000년 16대 국회개원과 함께 실시된 총무경선에서 압도적 표차로 당선될 만큼 경쟁력이 높기 때문.

당내 비주류 진영에서는 “한광옥 대표와 이인제 상임고문, 정 단장을 비롯한 범주류측이 각각 ‘대표-대선후보-총무’라는 역할 분담을 통해 당 을 장악하려는 것이 아니냐”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정 단장 본인은 “주변에서 최고위원이나 총무경선 등과 관련된 권유가 있었으나 아무 것도 결정된 것 없다”고 손사래를 치고 있다.

이밖에 그동안 입각에 뜻을 뒀던 이해찬 의원도 출전채비를 서두르고 있어 유력 후보중 한 명인 임채정 의원은 지지기반이 겹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당내당헌ㆍ당규개정소위가 이상수 총무의 임기 만료인 5월말까지 총무 경선을 하지 않고 대행체제로 운영키로 결정할 경우 이 같은 뜨거운 경선 열기는 상당부분 수그러들 가능성이 높다.

당내 경선 출마 러시로 당직과 각 대선 캠프는 ‘구인비상’이 걸렸다. 이인제 고문측은 선대본부장으로 김기재 고문을 영입하려다 김 고문이 지도부 출마를 굳히며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당직자는 “출마 예상자들이 너무 많아 당 전당대회 준비위와 선거관리위원회 인사를 구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토로했다.

박정철 정치부기자

입력시간 2002/01/17 10:28


박정철 정치부 jc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