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 DJ정권의 마지막 불명예 퇴진이기를…

퇴진 여론에 “동생의 일까지 책임질 수 없다”며 ‘당당하게’ 맞서던 신승남 검찰총장이 13일 늦은 밤 사퇴했다.

그러나 입맛이 씁쓸하다. 신 총장의 태도도 그렇지만 더욱 속상하는 일은 최고법집행기관인 검찰의 수준이하의 실력을 목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27일, 신 총장은 광주지방검찰청 출입기자들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놀라운 자신감을 피력했다.

"옷로비 사건과 조폐공사 파업유도 특검 때도 결국 검찰의 잘못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 이번(이용호 게이트에 대한 특별검사의 수사)에도 100% (검찰 수사가 옳았다는 결론이 나올 것으로) 자신한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결과에 따르면 이용호 게이트 관련 의혹을 받고 있던 신 총장의 동생 승환씨는 혐의가 없다.

하지만 특검팀은 급조한지 불과 1달여만에 승환씨를 금감원 등을 상대로 로비를 벌인 혐의(특정경제법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구속했다. 영장 발부는 승환씨의 범죄 혐의를 법원이 인정한 것은 물론 지난해 대검 수사가 제대로 되지 못했음을 일단 ‘공인’한 것이다.

신 총장의 자진사퇴는 동생의 잘못에 대한 도덕적 책임보다는 지휘를 받고 있는 조직 중의 중심인 대검의 이용호 게이트에 대한 수사 실패, 즉 직무와 관련해 상급자가 책임을 지고 용퇴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지휘를 받는 부하들의 상사에 대한 ‘충성심’이든 동생을 지키려는 신 총장의 ‘형제애’이든 결과적으로는 검찰 전체 조직이 만신창이가 됐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가 없다.

야여는 물론 청와대와 검찰 내부에서도 신 총장의 사퇴를 사필귀정으로 받아들이는환영하는 분위기다.

한나라당은 “만시지탄이다. 친 동생 구속이라는 사법부 판결이 나오고서야 마지 못해 사표를 내는 당당치 못한 처신”이라고 밝혔고, 민주당은 “유감스럽지만 불가피한 결론이며 검찰이 바로서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논평했다.

현 정부 출범이후 ‘검찰 실세’로 불리며 승승장구하던 신 총장이 취임 7개월여 만에 볼썽사납게 퇴진했다. 4대 게이트 등 권력형 비리사건이 창궐하고 있어서인지 신 총장 같은 급전직하가 계속 이어질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어 입맛이 더욱 씁쓸하다.

김경철 주간한국부 차장

입력시간 2002/01/17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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